내용요약 "영업점, 성과주의 가장한 극심한 경쟁과 평가 만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KB국민은행의 한 팀장이 실적압박으로 자살한 사건과 관련해 항의집회를 열었다. 노조가 기자회견에 앞서 고인에 대해 묵념하고 있다. 사진=김동우 기자

[한스경제=김동우 기자]KB국민은행에서 근무하던 50대 지점 영업팀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본지 18일자 보도)과 관련해 ‘실적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채용비리와 금리조작 사태 등으로 은행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차갑지만 금융권은 여전히 대출확대를 통한 수익성 극대화에만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18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국민은행 지역영업그룹 팀장이 실적압박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과 관련, 책임자 처벌과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금융노조는 “성과주의를 가장한 극심한 경쟁과 평가, 인사고과를 무기로 한 실적압박이 직원들을 옥죄고 있다”면서 “일선 직원들을 무한 경쟁 속으로 몰아세운 후 저성과자 낙인을 찍으며 인간의 존엄을 후퇴시키는 행위가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이어 “고인의 죽음과 관련된 지역영업그룹 대표와 사업본부 책임자를 즉시 해임하고 유가족 앞에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자살한 KB국민은행 KB스타 중부지역영업그룹 A팀장은 실적압박과 업무부담 속에서 체중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없었던 당뇨증상까지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A팀장은 은행측에 부서이동 의사를 밝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팀장이 몸담고 있었던 KB스타팀은 아웃바운드 영업부서다. KB스타팀은 각 지역본부별로 매주 수기보고를 통해 실적 순위를 매긴 것으로 드러났다. 또 A팀장은 중부지역영업그룹 B대표로부터 우수직원 초청행사와 스터디그룹 강의 등 업무와 무관한 일을 지시받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과 리딩뱅크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KB금융은 KB스타팀 등을 신설하며 영업력 강화에 총력을 쏟고 있다. 지난해 KB금융은 신한금융을 밀어내고 실적 1위 자리를 차지했지만 그 이면에는 실적압박에 시달리던 직원들이 있었다.

이번 달에도 KB국민은행에서 부지점장으로 근무했던 또 다른 50대 직원이 뇌출혈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직원 역시 과로와 실적압박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KB국민은행 영업부에서 사망한 직원은 수명에 이르고 있다.

KB국민은행 노조는 “졸속적으로 신설된 스타팀의 구조적인 문제가 이번 사태를 만들었다”면서 “실적이 사람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니다. KB국민은행은 지금이라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려는 작태를 버리고 더 이상의 직원희생을 막기위한 모든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A팀장은 자살하기 전 B대표에게 보내는 편지형식의 비망록을 작성했다. A팀장은 이 비망록에서 KB스타팀에서 맡게 된 기업금융이 어려운 일이라는 걸 느끼고 있으며 너무 큰 압박감을 가지고 있다고 썼다. 또 최근 체중이 4kg이나 빠지고 없었던 당뇨증상까지 생겼다며 건강을 잃고 싶지 않다고 토로했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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