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성노 기자]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인상된 8350원으로 의결되자 고용 취약층인 아르바이트생을 비롯한 노동계부터 소상공인, 대기업 등 경영계 모두가 자신이 '을(乙)'이 됐다고 토로하고 있다.

지난 14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인상된 8350원으로 의결하자 노동계, 경영계는 모두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각자의 입장을 들어보면 모두 고개가 끄덕여진다. 충분히 설득력 있는 이야기여서 '억지'로 보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의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을 철석같이 믿었던 노동계는 내년 최저임금이 산입범위 확대로 인상 효과가 반감됐고, 노동자 평균 생활비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경영계에선 소상공인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며 불만을 쏟아낸다. 경기 침체로 매출이 줄어드는데 인건비만 올라 '알바보다 덜 버는 사장'이 됐다고 한다. 

편의점주 대부분이 시간제 근로자 비중을 줄이다보니 아르바이트생마저도 최저임금 인상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대기업도 불만이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 중소기업의 인건비 추가 부담을 대기업, 프랜차이즈 본사에 분담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하도급 대금을 올려주고, 프랜차이즈 본사와 카드사는 수수료를 내려야 하는 입장이 됐다. 이들은 하나같이 "기업은 정부 정책의 희생양"이라며 허탈해하고 있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서로의 목소리만 높이면서 갈등만 고조되는 가운데 의미 있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18일 '리얼미터'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수준에 대해 '많다(41.8 %)와 '적정(39.8%)'이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렸지만, 수용가능성에 대해선 응답자 63%가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국민 3명중 2명이 내년 최저임금을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노사가 계속해서 평행선을 달린다면 여론의 시선은 더욱 따가워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정치적 성향이나 거창한 이론을 내세울 필요도 없다. 내년 최저임금에 대한 여론이 긍정적이라면 노동계와 경영계도 마냥 정부를 탓하기 보다는 서로 한발짝 물러서는 노력을 해야 한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이해당사자들의 타협과 양보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 다소 상투적으로 들리긴 하지만 그 길 말고는 뾰족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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