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체외진단기기 시장진입 390일→80일 대폭 단축…연구중심병원에 '산·병협력단' 설립
정부, 산·병·연 협력 교두보 마련

[한스경제=홍성익 기자] 정부가 국내 혁신·첨단 의료기기 산업의 발목을 잡는 인·허가 규제 철폐에 나선다.

특히, 의료기기 규제 분야에서 처음 ‘사전허용-사후규제’ 방식인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를 적용해 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인다.

이와 함께 체외진단검사 분야에 대한 신의료기술평가를 사전평가에서 사후평가로 전환해 시장진입에 소요되는 기간을 기존 390일에서 80일 이내로 대폭 단축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식품의약품안전처는 1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혁신성장 확산을 위한 의료기기 분야 규제혁신 및 산업육성 방안'을 발표하고, 의료기기 인·허가 규제를 전면 개편한다고 밝혔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의료기기 산업이 미래형 신산업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그간 정부 규제가 크게 작용해 빠른 기술변화에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오면서 제도 개편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안전성 우려가 적은 의료기기의 경우 '선 진입-후 평가' 방식으로 제도를 개편한다. 특히 인공지능(AI), 3차원(3D) 프린팅, 로봇 등 미래유망 혁신·첨단의료기술이 최소한의 안전성이 확보된 경우에는 우선 시장진입을 허용한 후, 임상현장에서 3~5년간 사용해 축적된 임상 근거를 바탕으로 재평가를 실시키로 했다.

지금까지 신의료기기의 경우 개발 이후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선 △의료기기허가(80일) △급여·비급여 대상 여부 확인(30일) △신의료기술 평가(280일) △건보급여 등재(100일) 등 여러 규제과정을 거치다보면 최대 520일까지 시일이 소요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이후 신의료기술평가·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의를 거쳐야 해서 산업계로부터 '이중 규제'라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로 인해 일부 국내 의료기기 업체의 경우 혁신 기술을 개발했다 하더라도 시장 진입까지 시일이 오래 걸리다보니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정부는 규제혁신과 더불어 의료기기 산업 육성방안도 함께 추진한다. 연구중심병원에 '산병협력단' 설립을 허용해 병원이 혁신적 의료기술 연구와 사업화 허브로 거듭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환자진료 경험을 토대로 혁신 의료기기 개발을 선도할 연구의사 육성, 국산 의료기기 성능개선 지원, '의료기기산업육성법' 제정 등 의료기기산업을 도약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키로 했다.

◇ 인·허가 과정의 실질적 원스톱 서비스 체계 구축

규제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신의료기술평가의 절차를 간소화하고, 건보등재심사와 신의료기술평가를 동시에 진행하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통합심사(의료기기허가-신의료기술 평가)는 ‘통합심사 전담팀’(식약처, 보의연, 심평원)을 구성해 신청인과의 창구를 선임책임담당자(식약처)로 일원화함으로써, 중복 자료요청의 혼선을 제거하고 통합운영 심사시스템으로 자료를 공유할 계획이다.

◇ 안전한 의료기기‘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도입

인체 안전성에 우려가 적은 의료기기의 경우, ‘선(先) 진입-후(後) 평가’방식(포괄적 네거티브 규제)으로 규제를 혁신할 방침이다.

체외진단검사분야에 대한 신의료기술평가를 사전평가에서 사후평가로 전환해 체외진단기기는 개발 후 1년 넘게(390일) 걸리던 시장진입을 80일 이내로 대폭 단축한다.

◇ 혁신·첨단의료기술 조기 시장 진입 지원

개발이력이 짧고 연구결과가 부족해 신의료기술평가에서 탈락하던 혁신·첨단 의료기술을 신속하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선제적 인허가 체계와 혁신가치에 대한 보상방안을 마련한다.

식약처는 의료기기 허가 단계에서 혁신·첨단의료기기가 개발과 동시에 신속하게 허가되도록 하는 ‘신속허가 가이드라인’을 구축한다.

심평원은 ‘의료진의 편의 및 생산성’을 증진시키는 의료기술은 예비분류 코드 혹은 심평원의 확인증 발급을 통해 조속히 시장에 진입(신의료기술평가 절차 생략)하도록 한다.

복지부는 연구결과 축적이 어려운 혁신·첨단 의료기술은 문헌 근거가 다소 부족하더라도 혁신·첨단 의료기술의 잠재가치를 추가적으로 고려해 시장 진입을 허용하는 별도 평가트랙을 운용한다.

심평원은 기술혁신·개량 치료재료에 대한 가치평가 제도 개선으로 적정 보상체계를 마련한다.

◇ 의사·병원의 의료기기 연구 및 산업화 역량 강화

정부는 혁신적 의료기기 연구개발(R&D)과 사업화의 주체인 병원과 연구의사의 역량을 강화해 의료기기 산업 육성을 위한 생태계 혁신을 추진한다.

병원이 의료기기 연구개발에서 그치지 않고 그 성과를 실용화해 창업까지 할 수 있도록 적극적 참여를 유도해갈 계획이다.

우선, 연구중심병원을 중심으로 혁신적 의료기술 연구와 실용화를 저해하는 제도적 장벽을 해소한다. ‘산병협력단 등 병원의 의료기술 특허 사업화와 창업 지원을 전담할 수 있는 자체 조직 설립을 허용해 산병연협력체계를 구축한다.

지정제를 인증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마련해 연구역량을 갖춘 병원을 단계적으로 연구중심병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또한 과기부와 함께 지역거점병원을 지역 혁신성장의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내년부터 기업·대학·출연연 등의 공동 연구를 지원할 예정이다.

환자 진료경험을 토대로 혁신적 의료기기 개발을 이끌 주체로서 연구의사 양성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대학 내에서 임상의사와 기초연구 과학자와의 협업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기초의과학 분야 대학원이 설치돼 있는 대학에 지원하는 선도연구센터(MRC, 35개)에 병원 임상의사 등이 30% 이상 참여하도록 의무화할 방침이다.

◇국산 의료기기 성능 강화, 경쟁력 확보

정부는 국산 의료기기 기술개발 경쟁력을 높이고 성능을 강화해 글로벌 기업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갖춰 나갈 계획이다.

복지부는 국산 의료기기 성능 개선 및 외국 제품과의 비교 테스트(성능 동등성 입증)를 위한 병원 테스트베드 지원사업을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국산 의료기기 사용률이 높은 병원이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에 참여할 경우, 선정평가 가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복지부·과기정통부·산업부가 마련할 계획이다.

관련 부처(복지·과기·산업·식약)가 협력해 의료기기 R&D사업을 범부처 사업으로 통합해 현장자원 융합을 도모할 방침이다.

통합 사업은 단일법인을 설립해 운영하고 인허가·건강보험 관련 기관도 참여해 수요자 대상 원스톱 서비스를 지원할 계획이다.

◇의료기기 산업 육성을 위한 기반(인프라) 확충

의료기기 업계의 오랜 요구사항인 ‘의료기기산업육성법’과 ‘체외진단기기법’을 각각 제정, 산업 육성을 위한 법적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국회와 협력해 의료기기에 대한 규제와 산업 육성 정책간의 조화를 위한 ‘의료기기산업육성법’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혁신형 의료기기’기업 지정 및 지원, 관련 기업의 연구개발 지원을 통해 인공지능, 3D프린팅 등 혁신적 의료기기 개발이 가능한 산업 생태계 조성을 꾀할 계획이다. 식약처는 체외진단의료기기의 기술적 특성에 맞는 법률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체외진단의료기기법’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보건산업 초기 기술창업펀드(민·관 총 300억 원 이상 규모)’를 올해 8월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또한 올해 2월부터 운영 중인 ‘보건산업 혁신창업지원센터’를 통해 ‘기술 스카우터’를 활용한 실험실 유망 아이디어(기술) 발굴과 전문가 멘토링, 투자유치 지원(Investor Relations) 등을 통해 창업 의료기기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의료기기 인허가 규제혁신 뿐만 아니라 의료분야 연구개발 및 사업화의 중요한 자원인 의료 데이터 활용을 활성화하고, 건강관리 차원에서 국민 스스로 건강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박능후 복지부장관은 “이번 대책이 국내 의료기기 산업분야가 성장하고, 국내 기업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연구중심병원내 산병협력단 등이 설립됨으로써 안정적인 연구인력 고용이 가능해져 좋은 일자리도 창출되고, 지역 거점병원과 연구중심병원·기업·대학 등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지역의 혁신성장은 물론 지역경제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어 “다만, 의료기기 분야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이므로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 규제를 혁신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성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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