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큰 꿈 대신 `이룰 수 있는 꿈` 찾아야...눈높이 낮춰 성공하면 자신감 생겨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백종원은 2000억원에 육박하는 프렌차이즈 기업 더본코리아를 운영하는 대표이사이자 방송인, 요리연구가, 그리고 세 아이를 가진 가장이다. 방송과 성공한 사업가라는 색안경을 끼고 보면 별걱정이 없어 보이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 자리에 올라서기까지 실패와 오해, 주변 상인들의 욕까지 감수해야 했다.

그에겐 최근 몇가지 중요한 일들이 생겼다. 개인적으로는 셋째가 태어난 것이고 사업가로선 푸드트럭, 골목식당 등을 통해 이른바 창업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우리 사회에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저출산과 고용절벽 이슈에 열변을 토하는 모습에 그 역시 우리와 다르지 않는 사회 구성원 중 한 사람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백 대표가 절망에 빠진 ‘N포(특정 숫자가 정해지지 않고 너무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창업에 도전하라”였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더본코리아

-최근 셋째 세은이 출산을 축하한다. 적지 않은 나이에 다둥이 부모가 돼 어깨가 더 무거울 것 같다. 체력관리 비법은?

우리나라 아버지들 다 똑같지 않겠냐. 막상 애기를 키워보니 힘들긴 힘들더라(웃음). 특별한 방법은 아니고, 더본코리아 직원들이 이용하도록 계약한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한다. 10여년 전에 골프도 했지만,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뺏겨서 지금은 끊었다. 틈나는 대로 걷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일부에선 성형 의혹을 제기하는데, 살이 많이 빠져서 그런 것 같다. 정말이다.

-요즘 1인 가구가 증가와 함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 N포세대라는 말이 정도다.

개인적으로 여러 사회문제 중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건 저출산이다.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당신은 경제력이 있어서 출산이나 결혼이 가능한 거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를 낼 수도 있겠지만, 제가 직접 경험해보니 출산은 꼭 해야 한다. 아내(배우 소유진 씨)도 같은 마음이다. 그래서 캠페인 차원에서도 자녀를 많이 낳았다. 다만 출산 여부는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반드시 상대방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아내에게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래도 먹고사는 문제가 어려워 출산뿐 아니라 결혼 자체를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구인과 구직자의 눈높이가 맞지 않아 발생하는 현상으로 보인다. 고용을 하려는 회사는 사람이 없어서 힘들고, 구직을 희망하는 분들은 원하는 기업의 기준이 높다. 이를 슬기롭게 해결할 필요가 있다. 최저시급 인상이나 주 52시간 근무 등 정부에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불균형 너무 심하지 않았나.

그러나 억지로 끼워 맞추면 자칫 찢어질 수가 있다. 옷을 멋지게 입으려면 입는 사람이 살을 빼야하는 부분도 있다. 구직자들도 눈높이를 조금만 낮춘다면 톱니바퀴가 서로 의지해 굴러가듯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 문제는 노사가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이게 잘 안돼서 정부가 중재 역할을 하는 것인데, 그건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더본코리아

-절망에 빠진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청년들에게 창업을 권한다. 푸드트럭이나 골목식당을 하는 이유도 맥을 같이 한다. 무조건 외식업을 하라는 게 아니다. 또 평생직장이라는 생각을 갖고 임하라는 것도 아니다. 직접 뭘 팔아보고 했던 사람은 생각뿐 아니라 직장을 바라보는 눈높이도 변한다. 요즘 대기업이나 공기업 입사해 많이 쉬고 벌려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창업을 하면 자기 앞에서 뭔가 일이 계속 벌어진다. 그걸 본 사람들은 본인이 좋아하거나 확신이 있는 직장을 찾게 된다.

저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 그리고 군복무를 마치기 전까지 뭘 해야 할지 찾지 못했다. 그런데 먹는 걸 너무 좋아해 외식업에 도전했고, 성공했다. 덧붙여 뻔한 얘기지만 좋아하는 걸 찾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꿈을 크게 갖지 말라. 눈앞에 이룰 수 있는 꿈을 꿔야 한다. 그래야 자신감도 올라간다. 그렇게 차츰차츰 이루다 보면 도중에 미끄러지더라도 지금까지 해왔던 과정이 있기 때문에 금방 회복할 수 있다. 저 같은 경우 과거에 방향도 모르고 꿈만 크게 꾸다가 망했다.

-음식 사업은 접근하기 쉬운 업종으로 알려지며 은퇴자를 중심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이 많다. 이들에게 조언하고 싶다면?

외식업을 준비하는 많은 분들 가운데 ‘백종원’을 꿈꾸는 이들이 많다. 이와 연관되는 단어(음식, 사람, 그릇 등) 중 하나에 미치지 않았다면 하지 마라. 예전에 소규모 프렌차이즈로도 먹고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변해서 불가능하다. 인구 대비 식당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더본코리아는 오너가 직접 요리를 하고 연구도 한다. 의사결정이 빠른 셈이다. 게다가 우리는 육가공 공장부터 교육센터까지 다 갖고 있다. 소형 프렌차이즈임에도 능력이 될 것 같은 사람이 있다면 이러한 자산을 공유한다. 

무엇보다 뜻이 있는 젊은이라면 제대로 준비해서 해외로 진출하라고 말하고 싶다. 제가 중국을 자주 가는데 해외에 정말 블루오션이 있다. 그걸 외국인들한테 뺏길 수 없지 않나. 그리고 이런 분들이 많이 진출해야 한식 세계화가 되는 것이다. 어설프게 돈 몇 푼 쥐어주고 ‘가서 해봐’ 이러면 안 된다. 정말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워서 한국에서 치열하게 경쟁한 후 대박을 낸 다음 진출해야 한다. 여기서 실패했다고 대책없이 해외로 나가면 거기서는 성공할 수 있겠냐.

요리 연구 중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더본코리아

-회사 기부금이 2016년 4000만원에서 지난해 7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유는?

개인적으로 기부도 하고 있지만, 회사에서는 제가 이사장으로 있는 장학재단에 기부했다. 앞으로도 금액을 늘릴 계획이다. 혹시 ‘회사 돈을 제 주머니에 넣는 것 아니냐’는 오해가 있을 수 있어서 말하지만, 사학재단 이사장의 권한은 인사권 외에 없다. 학교 재정에 손도 댈 수 없다. 기부금 용처는 고등학교 외식학과 신설에 사용했다. 올해 1학년을 모집해서 전원 중국으로 연수를 보냈다. 집에서 ‘넌 장남이라 학교는 포기하면 안 된다’고 이르셨고, 저 역시 사명감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

-철학이 확고하다. 혹시 여의도(정치권)에서 러브콜은 없나.

(단호한 목소리로) 전혀 생각이 없다.(인터뷰②에서 계속)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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