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금융위원장 "재벌개혁" 외칠 자격 있나
[데스크칼럼] 금융위원장 "재벌개혁" 외칠 자격 있나
  • 문주용 기자
  • 승인 2018.07.20 1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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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19일 전남 해남군 대한조선에서 열린 목포지역 조선기자재업체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19일 전남 해남군 대한조선에서 열린 목포지역 조선기자재업체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문주용 편집국장]“재벌개혁을 주도하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생각이 전적으로 같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19일 `목포 발언` 진의가 궁금하다. 모피아의 본심을 흘린 것은 아닐까. 본심이라는 건, 금융자본은 개혁하는 것처럼 보이면서 가만 있는 대신, 산업자본을 괴롭혀 개혁의 희생물로 삼자는 것 말이다.  

그게 아닐까. 그게 아니라면 금융개혁에 실패한 금융위원장이 왜 재벌개혁에는 열화같은 관심을 보이는지 진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정부 내에 민간자본을 감독하는 동업자로서의 동병상련에 불과할까.  

그는 “재벌 총수 일가가 사익을 취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그동안 금융정책을 통해 재벌을 간접 견제해오던 태도에서 한발 나아가 직접 재벌을 개혁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고 한다.

나아가 “재벌이 현행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것도 안하고 있으면 안된다. 스스로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고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또 “대기업이 법령에 간신히 턱걸이해선 안되고, 선진화된 규범에 맞춰 일반적인 사회와 시민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경영행태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했다.

묻고싶다. 금융산업한테는 왜 준법의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지를.

금융산업은 IMF(국제통화기금)위기 이후 일종의 카르텔집단이 됐다.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은행은 몇 개 안되고 그 서비스가 그 서비스다. 국민들은 `빚내서 집사라`는 정부 고위당국자 말에 철저히 기만당했다. 글로벌 경쟁력을 배우기 위해 지주회사 체제를 만들었다더니, 금융산업이 동남아에 나가서 대부업 하는 게 고작이다.

그런데 금융지주회사 회장은 10년동안 헬리콥터처럼 최고자리를 맴돈다. 실력있는 후배 경쟁자는 싹을 잘라 쫓아내고 자신의 아성을 쌓아 셀프 연임한다. 자회사인 은행장을 영업본부장으로 전락시켜놓고, 그 아래 은행원들에게 실적올리기 압박을 가하도록 명한다. 실적압박에 시달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은행원이 나와도, 일부 은행이 가계에 대출금리 사기를 쳐도 이런 일들은 개혁 숙제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이게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가.  

이헌재식(式) 금융을 통한 재벌개혁이라는 모피아집단의 사고방식을 최 위원장이 드러낸 것은 차라리 다행이다. 

지금까지 금융자본은 채권자였고, 산업자본은 채무자였다. 채무자가 빚을 못갚으면 `구조조정`이라는 미명을 앞세워 바로 채권 회수에 들어가 산업을 붕괴시킨다. 불과 2년전 일을 잊었는가. 채권자 논리로 한진해운을 해체시킨 사건을.  

`Makers & Takers`라는 책을 읽고 주변에 추천도 했다는 최 위원장은 채권자 논리에 묻혀 재벌개혁이 마치 자신의 소명인 양 외친다.  최근 만난 30년 금융인의 한탄은 최 위원장이 얼마나 금융산업 논리에 포위됐는지를 반증한다.

“금융산업을 규제산업이라고들 말하지만, 그건 허가를 받기 전의 일이다. 일단 허가만 받고나면 금융당국이 철저히 도와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을 허구한 날 깨지만(이 마저도 진실은 아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산업을 줄곧 비호한다. 그러니 금융산업은 정부 로비만 열심히 할 뿐, 절박할 일이 없다. 언론까지 이 관계에 끼어있으니 이 카르텔을 누구도 깨지 못한다.”

금융위원장이 먼저 할 일은 금융개혁이고, 한눈 팔지 않고 제대로 할 일도 그것이다. 그 대상은 금융산업체와 우리의 금융산업구조다. 사석에서 “금융개혁을 할 수가 없더라”고 토로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금융자본을 이용해 산업자본을 개혁하겠다고 말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김상조의 개혁대상인 대기업은 지배구조를 고치는 와중에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상품을 해외에 열심히 팔아서 달러를 들여와야 하는데, 검찰에도 불려나가야 한다. 새 일자리를 만들면서 헌 일자리의 임금은 계속 올려야 한다.

맞다. 기업 경영이 투명해지고, 저임금제도는 고쳐져야 한다. 오너의 갑질은 없어져야 하며, 사내 차별도 사라져야한다. 게다가 금융위원장은 `법에 위반되지 않는데도 뭔가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한다. 무슨 이런 말 같지도 않은 일도 해야 한단 말인가.

사업하는 사람이 법 지켰으면 됐지, 무슨 도덕에다 양심까지 지키라고 요구하는가.

이보다는 주인도 아닌데 주인보다 나쁜 마름짓을 하는 금융산업가의 행태를 막는 게 낫겠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괴롭히는 것을 막는데 신경쓰길 바란다. 산업자본을 괴롭히면 그 아래 노동자들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을 보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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