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주 52시간 근무' 시행 3주 지났지만, 현실은 제도 못 따라가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6개월의 계도기간이 없었으면 어쩔 뻔했을까. 이달부터 단축 근무제가 시행됐지만, 주 52시간이 모자라는 직장인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된 지 3주일이 지났지만, 현실은 아직 제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직장인 14%, 업무량 때문에 주말 근무

22일 업계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된 지 3주일이 지났지만, 현실은 아직 제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업무량이 줄지 않은 상황에서 근무 시간만 짧아지다 보니 평일 업무 이외의 시간은 물론 주말에도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밝혔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이 4주차를 맞이한 가운데 직장인 10명 중 5명 이상이 주말에도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 20일 직장인 2004명을 대상으로 '주말근무 현황'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53.9%(1080명)가 '주말에도 근무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주말 근무를 한다고 답한 응답자 가운데 28.4%가 주말 근무가 필요한 업무의 종사자였고, 25.4%(274명)는 업무량 때문에 주말에도 일을 해야 했다. 

즉, 설문 대상자(2004명) 가운데 약 14%가 평일 업무 시간이 모자라 주말에도 회사로 출근하고 있는 것이다. 

직장인들은 근로시간은 법적으로 단축됐지만, 일의 양은 줄어들지 않았다며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대부분 기업에선 퇴근 시간에 맞춰 컴퓨터가 자동으로 꺼지는 'PC 오프제'를 도입했다. 표면적으로 시간외 근무를 할 수 없는 환경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조기출근'이나 '비근로시간'을 이용하거나 퇴근 후 카페나 집에서 얼마든지 잔업을 이어갈 수 있다. 

직장인 A씨는 "주어진 기간에 할당 업무를 마무리하기 위해 조기출근을 하거나 '비근로시간(식사, 미팅 등 업무 외 개인시간)'을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B씨는 "업무시간은 단축됐지만, 일의 근본적인 양은 줄지 않은 상황에서 채용은 늘지 않아 시간외 근무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정부는 '주 52시간 근무제'의 안착을 위해 6개월의 계도 기간을 부여했다. /사진=연합뉴스 

정유·화학 업계 "탄력근무제 조정 필요해"

직종과 직군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크다. 특히, 정유·화학 업계는 "불가피하게 장시간 집중 근무가 필요한 정기보수 기간에는 현실적으로 단축 근무를 진행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기보수는 시설, 공장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1~5년에 한 번씩 진행되며 1~6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정기보수 기간엔 최소 주 80시간 이상의 근무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행법상 탄력근무제를 적용해도 주 64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탄력근무제 적용 기간도 3개월로 한정돼 있다. 필요에 따라 6개월 이상의 기간이 걸리는 작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당장 올 하반기에 정비보수를 앞두고 있는 업체는 뚜렷한 해결책을 내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탄력근무제 기간 단위(현행 3개월)를 최소 6개월 혹은 1년으로 늘려야 법을 준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다만 당장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아도 법적 재제(징역 2년 이하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는 받지 않는다. 지난달 경영계가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해 정부에 6개월의 계도기간을 요청한 '근로시간 단축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 관련 경영계 건의문'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계도 기간은 분명히 필요했다"며 "6개월 동안 개정안에 맞게 다양한 조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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