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덩사오핑 장남 절친 판리친(樊立勤)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은 낡은 관념에 불과"
판리친(樊立勤,왼쪽)과 그가 붙인 대자보. /사진=중화권 매체 보쉰 유튜브 영상 캡처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중국 최고 명문 대학 베이징대학교(北京大學)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종신집권 추진에 대해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홍콩 빈과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일 혁명 원로의 자제인 '훙얼다이'(紅二代)이자 덩샤오핑(鄧小平)의 장남 덩푸팡(鄧樸方)의 절친한 친구인 학자 판리친(樊立勤)이 베이징대 내 교정에 24장에 달하는 장문의 대자보를 붙였다.

이날은 5.4운동의 99주년이었다. 5.4운동은 1919년 5월 4일 중국 베이징[北京]의 학생들이 일으킨 항일운동이자 반제국주의, 반봉건주의 혁명운동으로서 신민주주의 혁명의 출발점으로 평가되는 사건이다.

판리친은 대자보에서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가 헌법에서 '국가주석 3연임 제한' 조항을 삭제함으로써 시 주석의 종신집권을 가능하게 만든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대자보를 통해 "시진핑은 마오쩌둥(毛澤東) 이후 처음으로 종신집권을 하려고 한다"며 "한입에 달을 삼키고, 또 한입에 해를 삼키려고 하더니, 이제 전 세계의 우두머리가 되려고 한다"고 말 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운명을 한두 사람의 손에 맡기는 것은 비정상적이며 매우 위험하다'는 덩샤오핑의 말을 인용했다.

앞서 지난 3월 11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는 찬성 2958표, 반대 2표, 기권 3표로 국가주석의 10년 임기 제한을 폐지하는 개헌안이 통과됐다. 기존에는 국주석 임기를 최대 10년으로 제한했지만 개헌안 통과로 임규제한 규정이 사라져 '시황제'의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자보는 시 주석이 별다른 업적도 없으면서 종신집권을 추진한다고 비판하면서, 헌법에 삽입된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은 낡은 관념에 불과하다고 일침 했다.

보도에 따르면 판리친이 이날 대자보를 붙이자 얼마 후 경찰과 대학 경비원들이 강제로 대자보를 떼어냈다. 하지만 경찰은 판리친이 "베이징대는 사상의 자유의 성지다. 이렇게 나아간다면 중국에 무슨 미래가 있느냐"고 호통을 치자 그를 체포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중국에서는 시진핑 주석의 장기집권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4일에는 상하이에서 둥야오충이라는 여성이 시 주석의 얼굴이 그려진 중국몽(中國夢) 선전 포스터에 먹물을 끼얹으며 "시진핑 독재 폭정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먹물을 뿌리는 행위를 셀카 동영상으로 촬영해 트위터에 올려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 18일 AFP통신과 홍콩 매체에 따르면 이 여성은 중국 당국에 연행된 뒤 구금됐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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