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직장인 ‘워라벨(Work-Life-Balance)’ 효과↑…엔터업계 종사자 ‘꿈’같은 얘기
정부, 엔터테인먼트 활용…저출산 문제 관심 촉구
한스경제-인구보건복지協, '저출산 극복' 캠페인 [21]
지난 5월 3일 열린 제 54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해당기사와 무관./연합뉴스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달라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기존의 일방적인 정책 캠페인과 달리 문화콘텐츠를 활용한 웹드라마와 아티스트 음원을 통해 출산 강요가 아닌 공감과 소통을 꾀한 홍보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한 중소기업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룬 ‘I와 아이’라는 웹드라마는 결혼, 출산, 비혼모 등 현 시대의 고민을 시트콤 형식으로 풀어냈다.

이처럼 최근 정부는 엔터테인먼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저출산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작 엔터업계를 이끄는 주요 실무진인 홍보 담당과 매니저는 저출산과 결혼에 대해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을까. 이들은 “자유로운 시간을 갖는 게 쉽지 않다. 결혼은 아직까지 먼 이야기”라고 입을 모았다.

◇ “언제 무슨 일 터질지 몰라”…항시 대기

엔터업계는 일반적인 기업과 다르다. 어떤 업계보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변화와 흐름이 매우 빠르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엔터업계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BH엔터테인먼트, 제이와이드컴퍼니, 숲 등 매니지먼트사는 카카오M과 전략적 지분 투자 및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콘텐츠 또한 다양한 포맷으로 대중과 만나고 있다. TV와 극장에 국한되지 않고, 웹드라마 등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있다. 엔터업계 종사자 수는 한정적이지만, 일거리는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배우 매니지먼트사A 홍보팀으로 근무 중인 김 씨(37세)는 “노력하지 않으면 만나기 힘들고 소개 받는다고 해도 일에 쫒기면 상대방하고 관계를 지속적으로 이어 나가는 게 힘들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매니지먼트사B에 근무 중인 고 씨(37세)는 “SNS로 소통하는 시대다보니 각종 이슈가 밤낮없이 기사화되기 때문에 항상 대기상태”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 ‘워라벨’이 뭐예요…일에 치여 사는 엔터人

최근 주당 법정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단축되면서 ‘워라벨(Work-Life-Balance, 일과 삶의 균형)’ 문화가 직장인들 사이에서 번지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엔터업계 종사자들에게는 ‘꿈’과 같은 이야기다.

배우 매니지먼트사 C에서 매니저로 활동 중인 남 씨(36세)는 “워라벨이라는 말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것도 최근”이라며 “일과 한 몸이나 다름없다. 개인적으로 중요한 약속이 있어도 배우의 촬영 일정이나 업무 관련 미팅이 우선이다. 누군가를 만날 틈이 없다”고 토로했다.

20대 중반에 엔터업계에 몸을 담그기 시작해 30대 중후반에 이르며 두터운 인맥과 업무 노하우가 생겼음에도 쌓은 커리어가 무너질 것을 염려해 타인에게 쉽게 마음을 열 수 없는 실정이다. 김 씨는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사람을 만날 수는 있겠지만 새로운 감정이 내 생활 안에 침투하는 게 두렵다”며 “‘비혼족’은 아니다. 결혼도 하고 싶고 자식도 낳고 싶다. 하지만 내가 쌓아온 밸런스가 무너질까봐 겁이 난다”고 했다.

근무가 규칙적으로 이뤄지지 않다보니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는 점점 적어지기도 한다. 고 씨는 “소속 아티스트 스케줄에 맞춰 업무가 진행되는 편이다. 촬영 일정은 일반 회사의 업무시간처럼 정해져있지 않다”고 말했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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