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구광모 체제 정착 최우선…'내 사람' 통해 껄끄러운 현안 돌파
구광모 회장 앞에 놓인 과제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포괄적으로 '사람'과 '돈' 문제라는 게 재계의 공통된 시각이다.(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최재필 기자]불과 마흔한살의 나이에 재계 4위의 LG그룹을 책임지게 된 구광모 회장에게 가장 시급한 현안은 '안정적인' 경영체제 구축이다. 구 회장이 그룹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직후 그룹의 재무책임자와 인사 담당을 서둘러 교체한 것도 결국은 체제안정을 위한 '내 사람 심기'라는 게 그룹 안팎의 공통된 인식이다.

◇확실한 2인자 권영수 부회장
권영수(61) LG유플러스 부회장을 ㈜LG 대표이사 부회장에 선임한 것에 대해 LG그룹 안팎에서는 '당연한 인사'라고 본다. 권 부회장은 △그룹내 '재무통'이라는 점에서 향후 구본준 ㈜LG 부회장의 계열 분리 과정에서 역할을 해야 하고, △핵심 계열사 CEO를 두루 거친 경험에서 그룹 미래 신성장동력과 인재 발굴에 나설 적임자이며 △지난 5월 타계한 고(故) 구본무 회장의 각별한 신임과 구광모 회장과도 인연이 있다는 점에서 그와 필적할 만한 인물이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더구나 권 부회장은 작고한 구본무 회장이 평소 각별히 아껴 전자ㆍ디스플레이ㆍ화학 등 핵심 계열사에 중용됐으며 구광모 회장이 LG전자 재경부문 대리로 경영수업을 시작했을 당시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인연이 있다. 그룹 한 관계자는 "권 부회장은 그룹 경영 현안을 조율하고 안살림도 직접 챙기는 등 구 신임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할 것"이라며 "특히 구본준 부회장의 계열 분리 과정에서 조율하는 역할이 클 것"이라고 했다.

사실 권 부회장은 구본준 부회장의 영향력이 클 때 중용되지 못했다. 구본무 회장과 워낙 밀접한 관계에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구 부회장과는 소원한 관계로 외부에 비쳐지곤 했다. 재무라는 업무의 특성상 본인 의도와 다르게 계열사 대표들과 서먹한 관계가 될 공산은 큰 점도 작용했다. 2012년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에서 LG화학 전지사업부문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을 때도 둘의 관계에 대한 설왕설래가 있었다. 때문에 앞으로 있을 계열분리 과정에서 권 부회장이 구본준 부회장에 우호적이기보다는 냉정한 입장을 보일 것이라는 추측이다. 

◇권 부회장이 중용되는 몇가지 이유

반면 권 부회장은 구광모 신임회장과 가까울 수 밖에 없다. 그룹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권 부회장이 구광모 회장의 친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좋은 관계라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권 부회장이 맡았던 전자·디스플레이 사업부문은 구본능 회장의 희성그룹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온 만큼 ‘권 부회장 중용’에 플러스 요인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LG그룹측은 “구본능 회장은 LG그룹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사실 권 부회장은 연말까지 그룹의 주요 현안을 마무리지어야 한다. 오너가족간 지분 문제같은 돈이 얽힌 사안도 있고, 이에 따라 갈라져 나갈 전문경영인의 재배치 문제도 있다. 오너의 확실한 신임 하에 전권을 휘두르지 않고는 풀기 어려운 난제들이다. 

권 부회장과 자리를 맞바꾼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그룹내 대표적 구본준 인맥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표적 구본준 회장 라인인 하 부회장에게 향후 인사나 그룹 계열분리 같은 중대한 일을 맡겨둘 순 없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더구나 권 부회장은 여느 재무출신 최고경영자와는 달리, 대인관계 관리가 뛰어나다. 위아래로 두루두루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껄끄러운 현안처리를 맡기기엔 적임자로 꼽히고 있다.

왼쪽부터 권영수 ㈜LG 대표이사, 이명관 ㈜LG 인사팀장(부사장).(사진=연합뉴스)

◇돌아온 인사팀장, 이명관 그는 누구인가

권 부회장과 같은 날 인사 발령을 받은 이명관 ㈜LG 인사팀장에 대해서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 인사팀장은 권 부회장과 달리 구광모 회장과는 특별한 인연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 부사장에서 원대복귀한 그는 2008년부터 2015년까지 ㈜LG 인사팀장을 맡았던 그룹 인사통이다. 작고한 구본무 회장 아래 인사 실무를 총괄했던 그다. 그러다보니 부사장급 이상 최고경영자급, 차기 최고경영자들에 대한 인사풀(Pool)을 갖고 있다. 이 자리에서 구 신임회장과 권 부회장에게 최고경영자급 후보명단을 제출하는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그는 3년 전까지만 해도 그룹 전체의 인사 조직을 꿰뚫어보던 인물이었다. 2015년 말 LG인화원장으로 이동하면서 역할이 끝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만 지난해 말 LG화학 최고인사책임자(CHO)로 복귀했고, 1년도 안돼 ㈜LG 인사팀장으로 금의환향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직전까지 ㈜LG 인사팀장을 맡았던 노인호 전무를 구본준 회장 라인으로 생각하는 게 일반적 시각"이라며 "구본준 부회장과 결별을 예고한 상태인 데다 확실한 구광모 체제를 구축해야 하는 입장에서 기존의 인사팀장을 그대로 둘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시 주목받는 `영원한 LG맨` 강유식 상근 고문

그룹 내에서 구광모 회장을 보좌하는 나머지 부회장들의 역할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그룹 사정을 잘 아는 원로급인 이들은 구 회장에게 실질적 조언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는가 하면, 상징성은 있지만 그룹 전반을 책임질 시기는 지나지 않았냐는 반론도 있다. 이들 중에 재임 기간이 긴 일부는 연말에는 퇴임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다시 주목받는 인물이 있다. 바로 강유식 LG그룹 상근고문이다. 

강 고문은 고(故) 구본무 전 회장과는 과장-사원으로 관계를 맺은 이후 함께 ㈜LG 대표로 활동하는 등 오랫동안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2003년에 구조조정본부장으로 LS·GS그룹간 계열분리를 이끄는 등 오랫동안 그룹 전반을 두루두루 챙겨왔다. 특히 그룹 최대 위기였던 2003년 LG카드 사태를 해결, 그룹을 구한 경험이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이 그룹 내 전반적 상황을 소상하게 알기는 힘들고 냉정한 판단을 위해선 외부에서 경륜 있는 조력자가 필요하다"며 "부친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도 도움을 주겠지만 그룹 사정을 꿰뚫고 있는 강유식 고문의 조언이 더 중시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어 "강 고문 자체가 매우 지적인 스타일인 데다 그룹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장점이 있어 구 회장이 '제갈공명의 지혜'를 구하듯 강 고문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LG그룹은 이에 대해 신중한 반응이다. 그룹측은 “강 고문은 실질적으로 특별한 역할이 없다”는 원칙적인 반응을 내놨다.

 

최재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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