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금융보안원, 빅데이터 중개 플랫폼 구축 단계
미국·영국·일본 등 선진국에선…빅데이터 유통 이미 ‘보편화’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내년부터 금융권 빅데이터를 거래할 수 있는 빅데이터 중개 시장이 열린다. 금융당국은 신용정보원과 보험개발원이 보유한 신용·보험 관련 데이터를 민간 금융사나 핀테크 기업이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한다. 보안이 중요한 빅데이터 중개 플랫폼은 금융보안원이 주축이 돼 구축하고 운영·관리한다. 해외에선 이미 보편화된 빅데이터 시장이 국내 금융권은 물론 산업계에 뿌리 내리게 될 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빅데이터 중개 플랫폼 개발을 위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3월 발표한 ‘금융분야 데이터 활용 종합방안’과 5월 발표한 ‘금융분야 개인정보 보호 내실화 방안’에 따라 내년부터는 금융권 빅데이터를 사고 팔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정보는 특정인을 알 수 없게 조치한 비식별 데이터다. 비식별 데이터란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익명·가명 처리한 정보다. 특정인을 알 수 없도록 이름, 생년월일,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모두 제거해 가공한 데이터를 말한다. 신용정보원은 전 금융권 대출과 연체, 보증정보, 체납 및 회생정보 등을, 보험개발원은 보험계약과 사고, 보험금 지급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르면 내년부터 금융권 빅데이터를 거래할 수 있는 빅데이터 중개 시장이 열린다. 금융당국이 주축이 돼 빅데이터 중개 플랫폼을 마련해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빅데이터 시장 개척에 나선다./사진=flickr

볼보·아마존·넷플릭스까지…비금융권서도 빅데이터 ‘무궁무진’

비 금융권에서도 빅데이터 적용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미국 볼보(Volvo)는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운행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빅데이터를 적용했다. 제품 결함을 예측하고 관련 보상의 정확도를 높여 고객 관리를 강화했다. 기존 5만대 출고차를 대상으로 했던 결함 분석이 빅데이터를 적용한 후 1000대로 대폭 비용 절감까지 실현했다. 

전자상거래에선 아마존(Amazon)이 전세계 8300여개 지점에서 수집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맞춤형 추천상품 등을 제공해 고객 만족도와 수익률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협업 필터링'을 활용해 고객별로 구매 또는 조회된 제품과 관련된 다른 상품을 추천하는 빅데이터 적용 서비스를 운영 중인데, 아마존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수익 제고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에선 넷플릭스(Netflix)가 대표적이다. 영상 콘텐츠 작업과정에서 빅데이터 분석 기법을 활용해 감독과 배우 캐스팅에 적용한 ‘하우스 오브 카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의 첫 주자로 나서 대히트를 쳤다. 넷플릭스는 시청 기록 등 이용자 패턴에 맞는 맞춤형 추천은 물론 자사 콘텐츠 제작에도 활용하는 등 빅데이터 적용 영역을 전방위로 넓혀가고 있다.

美·英·日 등 해외에선 이미 보편화된 빅데이터 유통 플랫폼

전문가들은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해 해외 선진국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현재 미국은 지리, 학술, 교통 등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자료를 일반인이 열람 가능한 정보 플랫폼(http://www.data.gov)에 구축해 사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영국과 일본도 내각과 총무성이 주축이 돼 국가 차원의 빅데이터 산업 육성을 추진 중이다.

개별 금융기관의 이용 목적에 따른 맞춤형 데이터베이스(DB)도 있다. 미국은 1998년부터 현재까지 주택담보대출 5%를 무작위 추출해 대출조건과 잔액, 상환 및 연체정보, 담보현황 등 상세정보를 DB화 해 제공하고 있다. 미 연방주택금융청(FHFA)과 소비자금융감독원(CFPB)이 공동 개발한 것으로 공공 데이터를 중소 금융회사 등이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출처=KDB미래전략연구소

민간 차원의 빅데이터 활용도 국내보다 앞서가고 있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 JP모건, 영국계 투자회사 케이맨 아틀란틱(Cayman Atlantic) 등 글로벌 금융사들은 빅데이터 기술을 이용해 신용평가 모델을 설계하는 한편 내·외부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보안 강화, 투자 상품 개발 및 운용 등에 활용하고 있다.

이들은 빅데이터를 도입한 후 업무 성과가 크게 개선됐다. 신용평가 모델 설계에 빅데이터를 도입한 BoA는 데이터 분석 소요시간을 대폭 감소시켰다. 모기지론 1000만건의 채무 불이행 확률 계산 소요시간은 기존 96시간에서 4시간으로 줄었으며, 대출계좌 40만건 신용평가점수 산출 시간은 3시간에서 단 10분으로 크게 감소했다.

국내 데이터 유통 시장 초기 단계…관련 법·규제 높아 시장 형성 어려워

현재 국내 데이터 유통 시장은 매우 초기 단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한국데이터진흥원이나 LG CNS, SK텔레콤 등 민간 회사가 데이터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지만 단순 통계 데이터가 주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법이 모호한데다 개인정보 관련법 위반 소지가 산재해 있다는 점도 빅데이터 활용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국내 개인정보 범위가 지나치게 포괄적이라 데이터 활용시 과도한 제약이 있었고, 형사 처벌 중심의 과잉 규제 등이 한계로 작용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특히 금융권의 경우 빅데이터 활용 수요는 높으나 초기 플랫폼 구축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금융권 60여개 업체를 대상으로 2015년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업체의 77%는 빅데이터 활용 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응답업체 대부분이 데이터 분석 활용법에 대한 어려움, 미비한 내부 데이터 보유량 등을 이유로 빅데이터를 사업에 이용하지 못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적절한 금융상품을 만드는 데 빅데이터 활용이 큰 도움이 된다. 그런데 데이터 수집에서 알고리즘 개발, 플랫폼 구축 등 추가적인 비용을 개별 회사들이 감당하기엔 부담이 됐을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공공 데이터를 제공하고 중개 플랫폼을 만든다면 양질의 금융상품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3월 발표한 빅데이터 중개 플랫폼 구조. 신용정보원, 보험개발원 등이 보유한 공공 데이터와 민간 금융사 등이 참여해 금융 관련 비식별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게 된다./사진=금융위원회

금융보안원, 빅데이터 중개 플랫폼 구축…금융당국 앞서 데이터 시장 개척한다

현재 금융당국은 빅데이터 중개 플랫폼을 금융보안원에 구축해 초기 데이터 유통시장 조성을 지원할 예정이다. 아직까지 개발 단계에 있으나 이르면 내년부터 플랫폼 운영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의 경우 미국 등과 달리 데이터 중개 시장이 발달하지 않아 빅데이터 수요자와 공급자 간 미스매칭이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내에선 자생적인 데이터 유통시장 형성이 어려운데다 정보 보안 등의문제도 있다”면서 “비식별처리된 익명 정보 등의 중개를 허용하기 위해 정보보안 관련 전문성을 갖춘 금융보안원에서 보유정보와 필요정보를 상호 확인하고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광섭 KDB미래전략연구소 연구원은 “빅데이터산업은 금융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은행, 보험, 카드는 물론 핀테크 기업 등 금융업 전반에 걸쳐 빅데이터 기술력 및 전문가 확보를 위한 정부 차원의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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