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예비전력 충분히 확보...본격 휴가시즌 돌입도 수급관리에 도움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연일 찜통더위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전력사용량 역시 정부의 예측을 뛰어넘으며 연일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멈출 줄 모르는 역대급 폭염에 일부에선 '블랙아웃(전력이 공급이 중단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지만, 정부는 "전력대란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폭염의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지역본부의 전력수급 현황 모니터에 전력 공급예비율이 9.9%를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 연이은 폭염에 원전 확대 가동

23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최대전력수요는 8830만kW이고, 공급예비력과 공급예비율은 각각 1000만kW, 11.3%이다. 올해 2월 기록한 역대 최대치인 8823만㎾를 넘어선 수치이고, 지난 5일 정부가 발표한 '여름철 하계수급대책'에서 8월 2~3째주로 예상한 올여름 최대전력수요다. 

전력수요가 급증한 가장 큰 요인은 무더위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7월말까지 이어지는 장마가 올해는 지난 11일경 마무리되면서 더위가 일찍 찾아왔다. 23일 서울의 아침 기온은 29.2도로 1907년 기상 관측 이후 111년 만에 해당 시간대로는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이날 오후(16시 기준)엔 전력 공급예비율 10%(8.7%)이하, 전력예비력1000만kW(786만kW)이하로 떨어지며 "2007년 이후 블랙아웃 사태가 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들렸다.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정부의 규제도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기업이 전력사용을 줄이면 정부가 이를 보상하는 수요감축요청(DR) 정책을 도입했지만 '지나친 통제 아니냐'는 비판을 적극적으로 호라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명동을 비롯해 역세권에 있는 화장품 매장들은 대부분 에어컨을 가동한 채 문을 열고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개문냉방 영업이 고객 유치에 더 효과적이란 이유에서다.

가정에서도 지난 2016년 12월부터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로 전력 사용에 대한 위축 심리는 많이 해소됐다. 에어컨 보급률까지 높아지면서 전력사용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정부는 전력대란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도 원전 가동을 늘리며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한수원은 23일 "불볕더위로 폭증하는 전력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원전 안전운영대책'을 세우고 안정적인 전력공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5월18일부터 계획예방정비를 실시한 한울4호기는 21일부터 전력 생산을 시작했고, 현재 정지중인 한빛3호기, 한울2호기 등 2개 호기를 전력피크 기간(8월2~3주차) 이전에 재가동할 예정이다. 

또한, 한빛1호기와 한울1호기 등 2개 호기의 계획예방정비 착수시기는 전력피크 기간 이후로 조정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전력피크 기간 내 모두 5개 호기, 500만kW의 추가 전력공급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아울러 한수원은 24시간 전력수급대책 상황실 운영해 전력수급 상황에 즉각 대처하고 비상상황 발생 시 선제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국민들이 편안한 여름을 보낼 수 있도록 전력수급 대책기간이 종료되는 9월까지 안정적인 전력공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일주일 최대전력수요, 공급예비력, 공급예비율. /표=한스경제

8월에도 전력 공급 문제 없어

한국전력 측은 최근 추가 가동됐거나 계획에 있는 원전 가동도 한 몫했지만, 전력 수요에 대해선 이미 충분한 준비가 돼 있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현재 전력 예비력 수치로만 보면 전혀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며 "보통 공급예비력이 1000만kW가 넘어가면 안정으로 판단하며 앞으로도 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걱정하는 일(블랙아웃)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 역시 "23일 오후 공급예비력이 1000만kW 이하로 떨어졌지만, 500만kW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이상 안정적으로 본다"며 "전력 수급에 대해선 아직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산업통산자원부 역시 "이번 주에도 폭염은 지속될 전망이지만, 전력수급은 안정적"이라고 밝혔다. 예비전력은 1000만kW 이상, 예비율 11% 이상으로 수급관리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러한 전력예비율은 대형발전기 불시고장 등 돌발상황에도 수급관리에 문제가 없을 정도의 수준"이라고 밝혔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 12일 한울2호기 불시정지와 전력수요 급증에 따라 16일 예비전력이 일시적으로 1000만kW 이하(945만kW)로 떨어졌지만, 계획대로 정비가 완료된 삼척그린2호기, 북평화력1호기를 가동해 17일부터 1000만kW 이상의 안정적인 예비력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는 27일 오후부터는 전력 수요가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원전, 석탄, 가스 등 발전기(5기)와 송변전설비 보강 보강이 순차적으로 마무리되면 7월말부터 8월초까지 약 250만kW 이상의 공급능력이 추가 확충 돼 8월에도 안정적인 전력수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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