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현준 기자]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으로 위기에 처했던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목숨을 끊은 소식이 전해졌다. 그의 사망 소식 이후 여·야 모두 공식 일정을 자제하는 등 침통에 빠질 정도로 정치권 모두 안타까움을 표했다.

노 원내대표는 경기고교에 재학 중인 1973년 당시 유신독재 반대 활동을 시작으로 민주화운동에 나섰다. 고려대에 입학한 이후에는 노동운동에 힘쓰면서 서민과 노동자를 대표하는 운동가로 자리 잡았다.

노 원내대표는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17대 국회에 입성한 뒤 19, 20대에 걸쳐 3선을 지내면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함께 진보 진영을 이끄는 수장이었다. 또 그는 뛰어난 재치와 이해하기 쉬운 비유가 담긴 어록으로 대중들 사이에서 큰 공감을 얻었다.

그의 입담이 본격적으로 발휘된 건 이른 바 ‘삼겹살 판갈이 론’을 내놓았을 때다. 노 전 대표는 17대 총선을 앞둔 2004년 3월 20일 출연한 ‘KBS 심야토론’에서 “한나라당, 민주당 의원님들 그동안 수고하셨고, 이제 퇴장 하십시오”라며 “50년 동안 같은 판에다 삼겹살 구워먹으면 고기가 시꺼메지기에 판을 갈 때가 왔다”라며 정권 교체를 요구했다.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SBS 토론회에 출연했을 때 정옥임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야권연대'에 대해 “야권 연대면 당을 통합하든가 하지 같은 당도 아니면서 왜 하나인 것처럼 행동하느냐”며 비판하자 그는 “우리나라랑 일본이랑 사이가 안 좋아도 외계인이 침공하면 힘을 합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그는 삼성그룹에게 이른바 떡값을 받아온 검사 7인 실명을 폭로한 '삼성 X파일' 사건으로 2013년 3월 대법원에서 징역형 확정 판결을 받고 의원직을 상실했다. 판결 직후 노 원내대표는 "폐암 환자를 수술한다더니 폐는 그냥 두고 멀쩡한 위를 들어낸 의료사고와 무엇이 다른가"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지자들이 심상정 정의당 대통령 후보를 향한 지지가 '사표'라고 주장하자 "제가 듣기에는 이마트 사장이 국민에게 동네 슈퍼는 다음에 팔아주라고 하소연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노 원내대표는 지난해 국민의당이 ‘문준용 의혹 제보 조작 사건’을 당원 이유미 씨의 단독 범행이라는 자체 조사 결과를 내놓자 "냉면집 주인이 '나는 대장균에게 속았다. 대장균 단독 범행'이라고 얘기하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의 총리 인준안 국회 표결 과정에서는 '노룩 촬영'도 등장했다. 조원진 당시 새누리당(현 대한애국당) 의원이 반대하자, 노 원내대표는 조 의원 쪽을 향해 스마트폰을 비추면서 본인은 조 의원을 보지 않은 채 정면을 바라봤다.

노 원내대표는 해당 사진을 '노룩 촬영'이라는 제목으로 본인의 SNS에 게재했다. 이는 김무성 당시 바른정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자신의 캐리어를 보좌관에게 쳐다보지 않고 던져 화제가 된 '노룩 패스'를 패러디한 말이었다. 당시 노 원내대표는 "국회 난동의 역사적 기록으로 보존 가치가 있어서 촬영했다"라며 "기록은 하고 싶었지만 직접 보고 싶지는 않다"고 촬영 이유를 밝혔다.

2017년 9월 김장겸 전 MBC 사장에 체포 영장이 발부되자 자유한국당이 국회 일정을 보이콧을 한 행동에 관해서는 "학교 앞에 자기들이 잘 다니던 분식집 가게 주인이 구청에 소환됐는데 수업을 거부하는 셈"이라 지적했다.

6.13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4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 공장'에 출연한 그는 이인제 전 의원이 한국당 충남 지사 후보로 출마하자 "이 전 의원은 새로운 세대들에게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놈)이다"며 "길 가다가 구석기시대 돌 하나 발견한 그런 것"이라고 혹평했다.

최근에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논의에 대해서 "값싼 쇠고기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해놓고 소에 물을 먹여 쇠고기 중량을 늘리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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