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보다 배꼽이 더 큰’ 골프대회 경품의 세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골프대회 경품의 세계
  • 박종민 기자
  • 승인 2018.07.24 00: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6년 MY 문영 퀸즈파크 챔피언십에서 홀인원으로 오피스텔을 받은 정예나. /사진=KLPGA 제공
2016년 MY 문영 퀸즈파크 챔피언십에서 홀인원으로 오피스텔을 받은 정예나. /사진=KLPGA 제공

[한국스포츠경제=박종민 기자] 지난 22일 경기도 여주 솔모로 컨트리클럽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MY 문영 퀸즈파크 챔피언십 주최 측은 우승 상금(1억2000만원)보다 더 비싼 문영 비즈트위트 바이올렛 오피스텔 2채를 홀인원 경품으로 내걸었다. 비록 홀인원을 한 선수는 나오지 않았지만, ‘통 큰’ 경품은 큰 화제를 모았다.

골프 대회에선 주최 측의 업종과 관련 있는 경품이 나오곤 한다. 이번 대회 한 관계자는 “문영그룹이 건설업계이다 보니 경품도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분양 중인 자사 오피스텔로 정했다”며 “7번홀 홀인원 경품은 10평형(약 1억2500만원), 17번홀(약 1억8900만원•이상 파3)은 15평형 오피스텔”이라고 말했다.

◇알고 보니 보험사 낀 경품… 세금은 선수가

경품 비용은 주최 측이 모두 부담하는 걸까. 아니다. 가령 자동차 회사가 스폰서로 참여해 승용차를 경품으로 내걸 경우, 자동차 회사에선 차량 가액의 일정 부분을 보험사에 보험료로 낸다. 이후 대회에서 홀인원 등이 나오면 보험사에서 차량 대금을 자동차 회사에 지급하고, 자동차 회사는 그 돈을 통해 선수에게 차량을 제공한다.

또 다른 대회 관계자는 “대체로 보험료는 경품가액의 10~20% 수준”이라며 “보험료는 대회 라운드 수나 출전 선수 수에 따라서도 조금씩 달라진다”고 귀띔했다. 이어 “다만 보험료를 내지 않고 직접 차량을 제공하겠다고 해 회사 내부에서 결제 처리하는 곳도 있긴 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KLPGA의 경우 기아자동차가 공식 파트너사다. 기아자동차가 연간 8~10개의 협회 대회 경품을 후원하며, 그 밖에 타이틀 스폰서나 대행사의 신청을 받아서도 경품이 결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품의 세금은 수령하는 선수가 부담한다. 차량의 경우 22%에 해당하는 제세공과금을 내고, 취득세·등록세와 공채 매입비용 등으로 10% 정도를 더 지불한 뒤 자신의 명의로 바꿀 수 있다.

◇경품 활용은? 직접 쓰거나 양도 또는 판매

선수들은 경품을 직접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양도, 판매하기도 한다. 2016년 MY 문영 퀸즈파크 챔피언십에서 홀인원을 기록해 서울 구로동의 분양가 약 1억3000만 원에 달하는 비즈트위트 오피스텔(약 10평)을 받은 정예나(30ㆍ유진케미칼)는 활용 계획에 대해 “세를 놓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웃었다. 그는 지금까지 월세를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승용차는 직접 타는 선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중고차 업체에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고차 시장에서 경품 차량은 신차보다 10~15% 싸게 팔린다. 결국 1억원짜리 차량을 경품으로 받는다면, 30% 정도의 세금(3000만원)을 내고 중고시장에서 9000만원을 받아 6000만원의 이득을 보는 셈이다.

한 골프 대행사 관계자는 “경품이 추후 양도되거나 판매되는 부분에 대해서까지 주최사가 확인하진 않는다”며 “경품 포토 타임과 이벤트를 통해 브랜드 노출 효과를 누리는 것에 초점을 둘 뿐”이라고 말했다.

◇김세영ㆍ배경은 등 ‘경품 대박’

경품으로 대박을 낸 사례는 꽤 있다. 김세영(25ㆍ미래에셋)은 2013년 9월 KLPGA 한화금융 클래식 최종일 충남 태안 골든베이골프장 17번홀(파3)에서 홀인원을 작성해 1억5000만원 상당의 벤츠 SUV G350을 받았다. 이 홀인원을 앞세워 유소연(28ㆍ메디힐)과 연장 혈투 끝에 역전 우승을 완성했다. 우승 상금 3억원과 함께 단숨에 4억5000만원 잭팟을 터뜨렸다.

배경은(33)은 홀인원으로만 자동차 2대를 장만했다. 2009년 11월 KLPGA ADT캡스 챔피언십에서 1억8000만원 상당의 차량 BMW 750Li를, 2012년 12월 현대차 중국여자오픈에서 다시 5000만원짜리 차량 제네시스를 획득했다. ‘골프여제’ 박인비(30ㆍKB금융)도 홀인원 경품으로 3500만원 상당의 침대 등을 받기도 했다.

◇소 한 마리•컵라면… 우승 상품도 다양

골프 대회에는 경품뿐 아니라 흥미로운 우승 상품들도 많다. 지난 5월 열린 KLPGA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는 공동 타이틀 스폰서를 맡은 두산인프라코어가 우승자에게 굴착기 1대를 내놓았다. 가격은 3000만원대 중반이다. 이 대회에서 국내 첫 우승을 차지한 박인비는 “뜻깊은 부상이라 팔지 않고 아버지의 (경북 영주) 농장에서 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골프에서도 이색적인 부상이 많다. 신지애(30)는 2009년 요코하마타이어 PRGR레이디스컵 우승으로 소 한 마리를 받아 현금으로 바꿨다. 던롭 피닉스 토너먼트도 우승자에게 미야자키 특산 육우인 와규(和牛) 한 마리를 선물한다. 우승자가 원하면 한 마리를 부위별로 해체해 냉장 또는 냉동육으로 배달해 준다. 와규 한 마리의 싯가는 9000만원이나 된다.

김형성(38)은 2013년 일본프로골프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고 컵라면 3650개를 부상으로 받았다. 대회 타이틀 스폰서를 맡은 컵라면 회사가 10년 동안 매일 1개씩 먹을 수 있도록 내건 상품이었다. 김형성은 컵라면을 모두 일본 각지의 보육원 등에 기부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