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불볕 더위에 잠 못 이루는 밤이 이어지고 있지만 극장가는 벌써부터 추석 대목을 앞두고 뜨거운 기 싸움 중이다. 여름 시장 한국영화 개봉작이 ‘인랑’ ‘신과함께-인과 연’ ‘공작’ ‘목격자’로 네 편인 반면, 추석 시즌에는 무려 여섯 편이 개봉해 흥행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영화 관계자들은 “투자배급사들이 추석 연휴부터 개천절과 한글날 등 휴일이 이어지는 ‘가을 황금연휴’를 맞아 관객 확보를 노리고 있다”며 “한여름보다 더 뜨거울 추석 전쟁을 앞두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 200억 대작 사극부터 범죄스릴러까지

가장 먼저 개봉을 확정 지은 작품은 롯데엔터테인먼트의 ‘물괴’다. 추석 연휴를 열흘 앞둔 9월 13일 개봉을 일찌감치 확정하며 흥행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영화는 조선 중종 22년, 역병을 품은 괴이한 짐승 물괴의 등장으로 위태로워진 조선과 소중한 이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이들의 사투를 그린다. 제작비 80억 원이 투입됐으며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최초의 크리쳐물이다. 김명민, 김인권, 이혜리, 최우식, 박성웅, 박희순, 이경영 등이 출연했다.

조인성을 내세운 NEW의 ‘안시성’ 역시 추석 개봉을 확정했다. 제작비 200억 원의 대작 사극으로 고구려를 침공한 당나라 대군에 맞선 안시성의 88일간 전투를 다룬다. 조인성, 남주혁, 박성웅, 배성우, 엄태구, 김설현, 박병은, 오대환, 성동일, 정은채, 유오성 등이 출연했다.

CJ ENM은 현빈, 손예진 주연의 ‘협상’을 추석 극장가에 배치한다. 서울지방경찰청 위기 협상팀의 유능한 협상가 하채윤(손예진)이 자신의 상사를 납치한 인질범 민태구(현빈)와 대치하며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범죄스릴러다.

쇼박스 역시 범죄스릴러 ‘암수살인’을 ‘가을 황금연휴’인 10월에 공개할 예정이다. 감옥에서 7건의 추가 살인을 자백하는 살인범과 그의 자백을 믿고 사건을 좇는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 실화 영화다. 김윤석, 주지훈, 문정희 등이 출연했다.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이 선보이는 ‘명당’ 역시 추석 개봉을 확정했다. ‘관상’ ‘궁합’에 이은 역학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조승우, 지성, 문채원, 백윤식 등이 의기투합했다.

제이앤씨미디어그룹은 지난 해 ‘범죄도시’로 추석 극장을 장악한 마동석을 내세운 ‘원더풀 고스트’를 9월 26일 간판에 건다. 영화는 불의를 잘 참는 관장 장수(마동석)에게 정의감에 불타는 열혈 고스트 태진(김영광)이 달라붙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코미디범죄극이다.

투자배급사 쇼박스 관계자는 “점점 신생 투자배급사들이 늘어남에 따라 규모가 큰 대목 시장에 영화를 개봉하는 현상이 더 심해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 “너나 할 것 없이 큰 시장 원해”한국영화 풍년의 속사정

추석을 맞아 한국영화가 줄줄이 개봉하는 이유는 영화 제작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빅시장’을 원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영화 관계자는 “규모가 큰 시장에 개봉하는 게 꼭 투자배급사의 생각은 아니다”라며 “제작사도 연휴가 몰린 황금 시즌에 개봉하길 원한다. 평소 영화를 보는 관객 수가 너무 적기 때문이다. 동시기 경쟁작이 몰리더라도 관객이 드는 시장에 개봉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짙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소위 말하는 빅시즌의 ‘줄줄이 개봉’이 흥행에 긍정적인 영향만 미치는 것은 아니다. 지난 해 추석 시즌에는 입소문이 터진 ‘범죄도시’만 우위를 점했고, 대작 ‘남한산성’은 손익분기점 500만 명을 채우지 못한 384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막을 내렸다. 올해 추석 시즌 역시 관객의 입소문이 잘 난 몇 작품만이 흥행에 성공할 것이라는 예측이 이어지고 있다.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단지 빅시즌이라는 이유로 무작정 영화를 개봉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며 “최대 관객 수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만큼 몇 편은 사장될 수밖에 없다. 극장의 규모보다 영화의 콘셉트에 맞는 시장을 찾아 전략적으로 개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재현 CGV 커뮤니케이션팀 팀장은 “한 작품에 대한 관객의 기대가 클수록 도리어 흥행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며 “결국 관객의 눈에 드는 작품이 잘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해당 영화 포스터 및 스틸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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