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깡(왼쪽), 허니버터칩./사진=농심, 해태제과 제공

[한스경제=이상빈 기자] 농심 새우깡이 1971년 출시된 뒤 50여 년 가까이 중장년층에게 사랑받는 '구(舊)세대 스낵의 아이콘'이라면, 2014년 출시된 해태제과 허니버터칩은 짧은 역사에도 젊은 세대 입맛을 사로잡은 '신(新)세대 스낵의 아이콘'이다. 시대가 변해도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두 스낵의 역사를 되짚어 본다.

◇50년 가까이 사랑받는 국민 스낵… 농심 새우깡

농심은 새우깡 개발 전 부드러우면서 물리지 않는 값싼 제품의 성공을 믿었다. 남녀노소에게 부담 없는 스낵과 대중에 친숙한 새우의 결합을 시도했다. 이어 쌀·옥수수 뻥튀기에서 착안한 원료를 고소하게 튀기는 데 집중했다.

최초 새우깡 개발에 사용된 밀가루 양만 4.5톤 트럭 80여 대에 달했다. 1970년대 초반 경제 수준을 감안하면 엄청난 양. 시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튀김 온도가 적절치 않아 수도 없이 태우는 과정을 반복했고 먹기 적당한 강도를 유지하기 위한 실험을 수백 번 했기에 밀가루를 많이 쓸 수밖에 없었다.

새우깡은 기름에 튀기는 일반적인 과자 제조법과 달랐다. 농심은 가열한 소금 열을 이용해 튀기는 파칭(parching)법을 창안했다. 특히 식물성 기름인 팜유를 뿌린 상태에서 파칭하는 독특한 기술을 발전시켜 고소하고 짭짤한 맛을 창조했다. 새우깡이 오늘날까지 장수할 수 있는 비결이다.

사진=농심 페이스북

새우깡이라는 이름 역시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함이었다. 우리 음식 가운데 깡밥, 깡보리밥 등에서 '깡'이라는 말을 따왔다. 개발 당시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의 어린 딸이 '아리랑'을 '아리깡'이라고 부르는 것에서 작명 힌트를 얻은 일화는 유명하다.

새우깡은 출시 직후 대히트를 쳤다. 첫해 20만6000박스, 이듬해 20배 증가한 425만박스를 생산했다.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 80억봉을 넘어섰다. 연간 약 7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고 있다. 전 세계 약 70개국에 수출된다. 40년 넘게 이어온 브랜드 파워를 인정받아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중국 타오바오몰에 입점했다. 미국 대표 오프라인 유통업체 월마트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왼쪽부터 새우깡(1971), 매운새우깡(2000), 쌀새우깡(2004), 깐풍새우깡(2018)./사진=농심 제공

◇단맛+짠맛의 조화… 해태제과 허니버터칩

허니버터칩은 2014년 8월 해태제과에서 출시한 직후 품귀 현상까지 빚을 만큼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단맛과 짠맛, 이른바 단짠 조화로 탄생한 허니버터칩은 짭짤해야 한다는 기존 감자칩 스낵의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뜨렸다.

해태제과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감자칩 주요 구매층인 10~20대 여성들이 단맛과 버터 향을 좋아한다는 점에 착안해 제품 개발을 시작했다. 신선한 생감자의 바삭한 식감에 국내산 아카시아 벌꿀이 어우러져 달콤함이 배가 됐다. 12시간 발효과정을 거쳐 일반 버터보다 맛과 향이 풍부한 프랑스산 고메버터를 써 고소함을 살렸다. 

허니버터칩은 출시와 동시에 해태제과 효자 스낵으로 떠올랐다. 특유의 달고 짠맛 덕에 10~20대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화제를 모았다. 온라인을 뒤흔든 허니버터칩 열풍은 폭발적인 판매량을 동반했다.

사진=해태제과 제공

대중적인 인기는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2014년 11월 출시 100일 앞두고 매출 50억원을 돌파했다. 회사는 2015년 전체 매출 7983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여세를 몰아 2016년 5월11일 증시에 상장됐다. 2011년 11월 상장 폐지된 지 약 15년 만이었다.

허니버터칩은 신정훈 해태제과 대표의 작품이다. 평소 만화를 좋아하던 그는 새로운 감자칩 개발에 전념하던 2014년 봄 일본 만화 '신의 물방울'을 보던 중 허니버터칩 모티브를 얻었다.

만화 속 와인 평론가로 나오는 토미네 잇세는 와인을 마신 뒤 프랑스 화가 에두아르 마네의 그림을 떠올리며, 맛을 감각적으로 표현한다. 이 대목에서 감명을 받은 신 대표는 감자칩에 오감을 자극하는 '향'을 가미하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허니버터칩에 프랑스산 고메버터 향을 첨가하게 됐다.

윤영달 회장의 사위인 신 대표는 허니버터칩 개발로 정체에 빠진 회사 매출을 올리는 등 '오너(윤 회장 장남 윤석빈 크라운해태홀딩스 대표)보다 뛰어난 사위'라는 평가를 재계 안팎으로 받았다. 게다가 2005년 해태제과 상무로 입사해 2008년 대표이사직에 오르면서 불거진 '특혜 지적'을 잠재운 결정타도 허니버터칩이다.

왼쪽부터 허니버터칩(2014), 메이플시럽(2017), 체리블라썸(2018)./사진=해태제과 제공

◇성장 정체 빠진 해태제과, 제2의 허니버터칩 필요

문제는 '허니버터칩'의 폭발력을 이어가지 못하고, 성장 정체에 빠졌다는 점이다. 해태제과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0.2% 증가한 7841억원이다. 

반면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7.6%(354억원→185억원)나 쪼그라들었다. 특히 허니버터칩 열풍이 반영된 2015년 영업이익(471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60.6%나 감소했다.

결과적으로 제2의 허니버터칩을 찾아야 하는 고민에 빠진 셈이다. 이를 위해 해태제과는 빠새(빠삭한 새우칩)를 출시, 농심 새우깡이 독접하고 있는 새우맛 스낵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빠새./사진=해태제과 제공

빠새는 2.2mm 얇은 두께의 바삭하면서도 부드러운 새우칩이다. 지난 11일 해테제과에 따르면 빠세는 지난해 4월 출시된 지 15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2000만봉, 매출 200억원을 돌파했다. 

해태제과는 빠새의 성공을 트렌드 겨냥으로 꼽는다. 친숙한 새우맛과 가볍고 바삭한 식감이 요즘 트렌드에 부합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빠새가 기록한 시장 점유율은 약 20%. 출시 첫 해 30년간 변화가 없던 새우맛 스낵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트렌드에 주목한 농심, 1020 겨냥한 깐풍새우깡 출시

농심은 최근 신제품을 내놓으며 1020세대까지 소비층을 확장했다. 농심은 새우깡에 어울리는 새로운 맛을 연구하던 중 최근 인기인 중화요리 트렌드에 주목했다. 센 불에 재료를 빠르게 볶아내는 중국식 '깐풍' 조리법에서 착안해 개발했다. 쌀새우깡(2004년) 이후 14년 만의 신제품이다.

짭조름하고 고소한 새우깡 맛과 간장을 볶아 만든 새콤달콤한 깐풍소스 맛이 색다른 조화를 이룬다. 농심은 기존의 익숙한 제품에 색다른 맛을 더하는 스낵 시장 유행에 맞춰 신제품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깐풍새우깡./사진=농심 제공

이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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