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변동진 기자] 코카콜라컴퍼니와 펩시코는 탄산음료 콜라를 시작으로 100년 넘게 경쟁해온 글로벌 브랜드다. 많은 사람들이 빨간색과 파란색하면 가장 먼저 이들을 떠올리기도 한다. 특히 두 브랜드는 가치 순위를 떠나 역사 속 대중들의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어 시대적 흐름에 민감한 예술가들의 뮤즈로도 사랑 받았다. 팝아트의 선구자로 불리는 앤디 워홀은 자신의 저서에 이렇게 썼다.

“미국에서는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상관없이 똑같이 코카-콜라를 소비한다. 대통령도, 세기의 여배우도 우리와 똑같은 코카-콜라를 마신다. 콜라는 그저 똑같은 콜라일 뿐 아무리 큰돈을 준다 해도 더 좋은 코카-콜라를 살 수는 없다. 모든 코카-콜라는 동일하며, 똑같이 좋기 때문이다.”

코카콜라와 펩시 스트롱. /코카콜라, 롯데칠성음료

◇약사의 손에서 태어난 코카콜라·펩시

코카콜라와 펩시는 약사의 손에서 탄생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130여년 전 미국 애틀랜타에서 약사로 일했던 존 펨버턴(John Pemberton)은 자신의 연구실에서 여러 약재들을 배합해 이것저것 만들어 보는 게 취미였다. 당시 미국은 남북 전쟁이 끝나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많았다.

펨버턴은 약효와 맛을 겸비한 음료를 만들고 싶었고, 1886년 5월8일 연구실 근처에 위치한 제이콥스 약국(Jacobs’ Pharmacy)으로 어떤 원액을 보내냈다. 그리고 탄산수 제조기로 알려진 ‘소다파운틴(Soda fountain)’에 해당 원액을 섞어 한 잔에 5센트에 판매한 것이 코카콜라의 탄생 배경이다.

펩시콜라의 역사는 1890년대 초, 미국 노스캐롤리나주의 약사였던 칼렙 브래드햄이 조합한 소화 불량 치료약이 원조가 됐다. 당초 ‘브래드의 음료수(Brad's drink)’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다가 1898년 8월28일 펩시콜라(Pepsi-Cola)로 이름을 바꿨다.

‘펩시’의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설이 있지만,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된 사실은 ‘브래드햄이 펩 콜라(Pep Kola)를 인수해서’라는 것과 ‘소화라는 뜻(pepse)을 가진 그리스어에서 유래’ 등 두 가지다. 다만 제조방법에 효소인 ‘펩신’ 함유 여부는 논란이 있다.

코카콜라 창시자 존 펨버턴. /코카콜라

◇코카콜라, 20세기 전 세계를 사로잡은 ‘레드오션’

국내 기준 탄산음료 시장에서 독보적 입지를 가진 브랜드는 코카콜라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코카콜라 매출액은 785억3800만원이다. 2위 칠성사이다(473억2400만원)와 3위 펩시콜라(174억200만원)의 매출액을 합쳐도 따라잡지 못하는 수준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지난해 코카콜라의 브랜드 가치를 564억달러(약 61조원)로 평가했다. 애플과 구글, MS(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에 이은 5위다. 반면 펩시는 30위에 불과했다.

코카콜라 1950년대 전 세계에서 펩시를 5:1 차이로 앞섰다. 해외 진출 역시 코카콜라가 주도하고, 펩시는 따라가는 모양새였다.

펩시 챌린지 광고 영상. /펩시코 홈페이지

◇펩시 챌린지, 시대의 흐름을 바꾼 전대미문 마케팅

펩시는 이를 역전하기 위해 젊은 소비자를 ‘펩시 세대’로 규정하고, 요란한 소리를 내는 오토바이, 헬리콥터 등을 광고에 등장시켰다. 게다가 ‘저렴한 음료’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 설탕 성분을 줄여 코카콜라와 비슷한 ‘자극적인 맛’에 접근시켰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격차를 5:3까지 좁혔다.

무엇보다 상황을 극적으로 반전시킨 결정적 한방은 1973년에 진행한 ‘펩시 챌린지’였다. 이른바 ‘코크 신봉자’라 불리는 코카콜라의 열성 소비자들을 모아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이다. 참가자 중 상당수는 두 제품을 맛본 후 ‘펩시가 더 맛있다’는 쪽에 손을 들었고, 회사는 이 장면을 그대로 TV 광고에 내보냈다. 요즘 이러한 비교 광고는 익숙하지만, 당시엔 시장을 뒤흔든 획기적 기법이었다.

펩시의 추격에 위협을 느낀 코카콜라는 1980년대 들어 ‘다이어트 콜라’ 등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해 대응했다. 하지만 기존 제품을 단종하고 1985년 출시한 ‘뉴 코크’는 400만달러 이상 투입됐음에도 소비자들로부터 혹평만 들었다. 결국 두 달 반 뒤 기존 제품 재판매 결정을 내렸고, 판매량을 금세 회복했다.

펩시는 ‘만년 2인자’ 딱지를 떼기 위해 탄산음료 비중을 낮추고 과일주스나 시리얼, 차 등 건강음료를 강화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유해성 논란으로 탄산음료를 기피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결과적으로 펩시코는 2004년 전체 매출 292억달러를 기록, 코카콜라컴퍼니(219억달러)를 처음 넘어섰다.

코카콜라와 펩시 시대별 디자인. /코카콜라, 롯데칠성음료

◇100여년 역사에 트렌드를 더한 코카콜라·펩시

올해 펩시는 125주년을 기념 캠페인으로 1940~1990년대 총 5가지 패키지 디자인을 적용한 ‘레트로 펩시(Retro Pepsi)’를 한정 판매한다. 또 더 세고 강렬한 맛을 선호하는 젊은 층을 위해 펩시 스트롱도 선보였다.

국내 판권을 갖고 있는 롯데칠성음료는 “펩시 스트롱은 다른 탄산음료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최대치의 탄산가스볼륨을 넣어 차별화한 제품”이라며 “무더운 여름철 휴가지에서 시원하고 짜릿한 맛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큰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덧붙여 “과거의 즐거운 순간을 추억하고, 현재의 짜릿함을 만끽하며, 미래의 흥미진진한 무대를 준비하는 순간에 펩시콜라가 함께 하길 바라”라며 “전 세대를 아우르는 디자인이기 때문에 소장품이나 선물로도 제격”이라고 강조했다.

코카콜라는 펩시 맞서 130여년의 역사를 최신 트렌드에 적용해 발전시키고 있다. 브랜드의 상징인 ‘빨간색’ 상표는 변함없이 적용하면서도 ‘이 맛, 이 느낌(Taste the Feeling)’이란 글로벌 캠페인으로 짜릿하고 시원한 순간을 화보·음악 등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코카콜라 측은 “역사와 과거는 지나간 시간의 먼지 쌓인 유물이 아니라 현재를 지지하는 기반으로 본질을 받치는 기둥”이라며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사실이 그 가치를 대변해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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