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 전 충남도 정무비서(왼쪽), 안희정 전 충남지사./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현준 기자]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전 충남도 정무비서 김지은 씨가 27일 오전 열린 결심 공판에서 눈물을 흘리며 피해자 진술을 진행했다. 이날 맞은편에 앉아 있던 안 전 지사는 김 씨가 진술하는 동안 그의 시선을 피한 채 눈을 감으며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김 씨는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열린 안 전 지사 성폭행·추행 혐의 결심공판에 피해자 진술을 위해 출석했다. 김 씨는 이날 재판부를 마주 보고 앉았고 안 전 지사는 재판부 자리에서 왼쪽 좌석에 변호사들과 함께 자리했다. 재판 시작 전 김 씨는 정면을 바라봤고, 안 전 지사는 눈을 감으며 한 번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 진술 내내 눈물 흘린 김지은 전 충남도 정무비서 “당신이 한 행동은 명백한 범죄”

피해자 진술 차례가 되자 김 씨는 준비해온 A4 14장 분량 진술서를 읽기 시작했다. 김 씨는 "지난 3월 6일 고소장을 제출하고 5개월이 지났다"라는 첫 문장을 읽는 순간 눈물을 쏟아 냈다. 그러자 방청석 곳곳에서도 울음 섞인 소리가 흘러나왔다.

김 씨는 지난 2일 열리 2차 공판에서 진행된 피해자 신문 과정을 언급할 때에도 오열했다. 그는 “당시 피고인 변호사가 ‘피고인 변호사는 유도신문을 할 수 있기에 저 믿지 마라’고 말하면서 피식 웃었다”며 “아직도 그 표정이 안 잊혀진다”고 말한 뒤 잠시 들고 있던 마이크를 내려두고 눈물을 흘렸다.

이어 "신문 당시 안 전 지사가 차폐막 뒤에서 의도적으로 기침을 하며 압박했다"고 주장하면서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때 안 전 지사는 괴로운 듯 눈을 감은 채 얼굴을 만졌다.

김 씨는 "도망치면 되지 않았느냐고 하는데, 위력이 존재하는 상하관계에서 그럴 수 있겠나"라며 "지사 사람들에게 낙인찍히면 어디도 못 간다는 두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자신을 향한 세간의 비판에 관해 진술할 때도 김 씨는 괴로운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네 번이나 당할 동안 왜 가만히 있었느냐'고 사람들이 물으면 난 피고인에게 '왜 나를 네 번이나 범했느냐'고 묻고 싶다”고 되물었다.

김 씨는 안 전 지사를 향해 “나는 피해자 중 제일 앞줄의 한 사람일 뿐, 참고 숨기고 사는 다른 사람들도 있다”면서 “피고인에게 당신이 한 행동은 명백한 범죄고,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고 꼭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재판부를 향해서는 "이번 사건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한다면 피고인을 포함한 다른 권력자들은 괴물이 될 것"이라며 "이제 일도 없고 갈 곳도 없는 나에겐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희망만이 남아 있기에 공정한 판결을 간곡히, 간곡히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 안희정 전 충남지사, 최후 진술서 “지위 가지고 위력 행사한 바 없다, 책임 회피 하지 않겠다”

한편, 안 전 지사는 이날 최후진술에서 "내 지위를 가지고 위력을 행사한 바 없다"며 "어떻게 지위를 가지고 한 사람의 인권을 빼앗나"고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이 자리를 빌어 국민 여러분과 충남도민 여러분, 그리고 고통을 겪는 고소인과 고소인을 지원하는 변호사, 여성단체분들에게 죄송하다"면서도 "이것 하나만 말하고 싶다"며 이같이 밝혔다.

안 전 지사는 "나 역시 관계를 지속하면서 도지사로서, 그리고 가장으로서 고통을 겪었다"며 "고소인에게도 늘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고 전했다.

안 전 지사는 "국민이 제게 보내주신 사랑과 지지에 실망을 드려 부끄럽다"면서도 "사회·도덕적 책임은 회피하지 않겠지만 다만 법적 책임은 잘 판단해주시기 바란다"고 재판부에 당부했다.

그는 대체로 차분한 태도로 진술했으나 간혹 감정이 북받친 듯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검찰은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여겨지던 안 전 지사가 헌신적으로 일한 수행비서의 취약성을 이용했다”며 안 전 지사에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선고 공판은 다음 달 14일 오전 10시 30분에 열릴 예정이다.

김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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