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아모레퍼시픽 롯데지주 삼성전자 줄줄이 약세...'예정' 네이버 주가 관심
경기 성남시 네이버 본사.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솔이 기자] 네이버가 부진한 실적 속에 ‘액면분할’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몸값이 높은 주가를 낮춰 유통주식 수를 늘리려는 목적이다. 그러나 시장은 액면분할의 효과를 크게 기대하지 않는 모양새다. 네이버보다 앞서 액면분할을 시행했던 삼성전자 아모레퍼시픽 롯데지주 등 소위 ‘잘 나가는 주식’들이 웃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 네이버, 주가 하향세 속 ‘액면분할’ 결정

네이버는 지난 27일 75만1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올 초 기록했던 52주 신고가 97만5000원보다 23% 하락한 수준이다. 주가는 1월 이후 우하향 곡선을 그렸고 5월 말 64만80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후 반등했으나 여전히 80만원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네이버 주가가 맥을 못 추는 이유는 무엇보다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2분기 잠정 매출은 1조36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7% 늘어났으나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1 감소한 2506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률 또한 전년 동기 25.2% 대비 6.8%포인트 줄어든 18.4%다.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3분기 각각 3121억원, 26%를 기록한 이후 3분기 연속 감소했다. 

연이은 실적 악화에 네이버는 ‘히든카드’인 액면분할 계획을 발표했다. 네이버는 지난 26일 1주당 가액을 500원에서 100원으로 액면분할한다고 밝혔다. 오는 9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주식분할 의결이 이뤄지면 10월 8~11일 3거래일간 매매거래가 정지되고 같은달 12일 신주권이 상장된다. 분할 이후에는 주가가 현재 75만원 수준에서 15만원정도로 낮아지고 발행 주식 총수가 기존 3296만2679주에서 1억6481만3395주로 늘어날 예정이다.

박상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콘퍼런스콜(conference call)에서 “주가를 낮춰 투자 접근성을 높이고 유동성을 확대시켜 장기적으로 주주 가치를 제고할 것”이라며 “신규 투자자의 접근성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액면분할 이유를 설명했다. 

◇ 인기 있는 ‘우량주’ 액면분할하는 이유

네이버처럼 주식 가격이 높은 기업들이 액면분할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유동성 확대에 있다.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물량이 많지 않으면 거래량이 적어 주가 움직임이 더뎌진다. 액면분할로 주식 수가 많아지면 이같은 정체가 해소된다. 특히 고가의 주식을 매수하기 어려웠던 개인 투자자 등 소액 주주의 투자 접근성이 높아져 거래량이 늘어나게 된다. 

실제 한국거래소는 2015년 초 소액 주주의 접근성을 높여 주식시장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주가가 높거나 거래량이 적은 상장사를 대상으로 액면분할을 유도했다. 주가가 100만원이 넘는 ‘황제주’들의 액면분할도 이때부터 활발해졌다.

아모레퍼시픽·아모레G은 같은해 5월, 롯데제과(현 롯데지주)는 이듬해 5월 주당 5000원인 액면가를 500원으로 낮췄다. 롯데지주는 지난해 10월 다시 한 번 주당 가액을 500원에서 200원으로 액면분할했다. 지난 5월에는 그동안 액면분할의 요청을 외면해오던 삼성전자가 주당 가액 5000원에서 100원으로 내리는 50분의 1 액면분할을 실시했다. 

◇ 액면분할의 저주? 동반 내리막 걷는 ‘황제주’

하지만 액면분할을 마친 ‘황제주’들의 주가 흐름이 신통치 않았다. 대내·외 환경 변화로 인한 실적 부진과 업황 둔화, 공매도 급증 등 각종 악재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7일 26만40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분할 재상장 첫날 종가(37만6500원)보다 30%나 하락했고 올해 들어 16% 내렸다. 액면분할 후 한때 40만원을 넘어섰던 주가는 2016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를 둘러싼 우리나라와 중국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하락세를 탔다. 특히 당시 중국 단체관광객이 줄어들면서 면세점 내 고가 화장품 매출이 급감했고 명동 등 주요 상권의 매출까지 감소했다. 지난해 양국간 사드 문제가 타협에 이르렀지만 중국 관광객 회복세가 더딘데다 시장 기대치 이하의 2분기 실적으로 주가가 오르지 못하고 있다. 

롯데지주 또한 지난 27일 종가 5만1200원으로 액면분할 후 첫 거래일 종가(7만400원) 대비 27% 내렸다. 앞서 롯데지주는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수혜주로 주목을 받았으나 ‘오너 리스크’라는 암초를 만났다. 롯데그룹주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구속 이튿날인 지난 2월 14일 일제히 하락했다. 롯데지주도 당시 주가가 하루만에 6% 내렸다. 지배구조 개편작업 마무리와 계열사 롯데정보통신의 기업공개(IPO) 등 호재에도 최종 의사 결정권자인 총수 부재는 여전히 투자자들에게 불안 요소일 수밖에 없다. 

비교적 최근 액면분할을 진행한 삼성전자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의 지난 27일 종가는 4만6900원으로 재상장 첫날인 지난 5월 4일 시초가 5만3000원보다 12% 하락했다.

삼성전자 역시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시장 예상치를 하회한 2분기 실적(매출 58조, 영업이익 14조8000억원)이었다. 게다가 최근 삼성전자의 실적을 견인했던 반도체의 ‘고점 논란’이 다시 불거지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금융당국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압박하고 있는 점과 낮아진 주가에 공매도 세력의 가세한 점도 주가 약세의 원인 중 하나다. 

◇ 주가 오르려면 기초체력부터 갖춰야

이들 사례는 액면분할이 주가 상승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액면분할은 유통 주식 수를 늘릴 뿐 기업 가치나 주식 가치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액면분할이 거래량 증가로 인한 주가의 단기 상승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주가는 결국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따라 움직인다고 강조한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액면분할 이후 주가가 오르려면 소액 주주 등 신규 투자자들이 해당 주식을 사고 싶어 해야 한다”며 “주가가 중장기적으로 실적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먼저 기업의 펀더멘털이 견고해야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네이버의 주가 상승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내놓는 이유도 부진한 2분기 실적과 낮은 이익 개선 가능성 때문이다. 네이버는 인공지능(AI)·핀테크·스마트콘텐츠 등 미래 먹거리를 위해 영업이익 감소에도 당분간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네이버에겐 필수적이지만 투자심리를 위축시킨다. 또 신사업이 이익 개선에 기여하는 시점도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다. 

황승택 연구원은 “기존 주력 사업 부문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투자비용 증가로 큰 폭의 실적 개선을 기대하긴 힘들다”며 “네이버가 투자자들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솔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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