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LG화학 바이오시밀러 '유셉트' vs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높은 국내 진입장벽·고가약 이미지 극복해야
유셉트-인보사 비교

[한스경제=김지영 기자] 대기업 계열 바이오사인 LG화학과 코오롱생명과학이 관절염치료제로 국내 및 세계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LG화학은 류마티스 관절염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유셉트’를, 코오롱생명과학은 골관절염 치료 신약 ‘인보사’를 주력 제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31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LG생명과학을 합병한 LG화학은 자체 개발한 첫 바이오시밀러 유셉트의 일본 마케팅을 본격화했다. 유셉트는 암젠이 개발해 화이자가 판매하고 있는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다.

◇유셉트, 일본시장 공략 나서

엔브렐은 매출 규모가 커 업계에서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불리는데 시장조사업체 이밸류에이트 파마에 따르면 지난해 엔브렐은 전 세계에서 약 9조원을 벌어들였다. 업계에 따르면 전세계 류마티스 관절염 시장은 약 29조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셉트는 오리지널 의약품 엔브렐이 4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일본 시장을 공략한다. 이를 위해 지난 5월 말부터 충북 오송공장에서 만든 제품을 일본 모치다제약을 통해 현지에 판매하고 있다.

LG화학이 일본에 집중하는 이유는 현지 제약사가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중단해 비교적 쉽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엔브렐의 또 다른 바이오시밀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에톨로체가 아직 일본에 진출하지 않았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유셉트는 당분간 국내와 일본 판매에 집중한다. 회사 측은 “향후 중남미 등 신흥국가 수출을 고려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LG화학 연구원/사진제공=LG화학

◇인보사-차이나 라이프 수출규모 2300억 달해

코오롱그룹 계열사인 코오롱생명과학은 국산 29호 신약이자 세계 다섯 번째 유전자치료제 인보사를 통해 바이오 사업 성장동력을 확보했다.

인보사는 19년에 걸쳐 완성된 퇴행성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다. 주사치료제인 인보사는 연골 파괴를 억제해 통증 감소와 관절염 진행을 늦추는 효과가 있다.

미국 시장조사 전문기관 L.E.K의 최근 리포트에 따르면 전세계 퇴행성관절염 치료제 시장 규모는 약 5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의 시장 인지도 상승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으며 중국, 홍콩, 마카오, 몽골 등 아시아권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으로 수출망을 다각화하고 있다.

특히 정밀의료 서비스 제공업체 차이나 라이프(China Life Medical Centre)와 체결한 하이난성 향후 5년 수출 규모는 23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코오롱생명과학의 매출인 1181억원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인보사는 현재 중증 환자 치료제로 국내 허가를 받은 받은 상태다. 회사 측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미국 임상을 통해 경증 환자까지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유수현 코오롱생명과학 바이오 사업담당 본부장은 "현재 인보사 적응증 및 투여 방법 확대를 위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인보사가 블록버스터가 될 수 있도록 연구 개발을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보사/사진제공=코오롱생명과학

◇높은 국내 진입 장벽·고가약 이미지 '발목'

양사는 시장공략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다. LG화학은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엔브렐에 대응하기 위해 ‘저가 전략’을 펼치고 있다. 유셉트 50㎎ 기준 보험 약가는 10만9000원으로 오리지널 제품인 엔브렐 14만8000원, 삼성바이오에피스 바이오시밀러 에톨로체 14만원보다 약 25% 저렴하다.

그럼에도 국내 시장 점유율 확대는 쉽지 않다. 환자는 기존에 쓰던 약을 잘 바꾸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고, 국내에서 류마티스 같은 중증질환은 보험급여 산정특례가 적용돼 환자부담금이 5~10% 정도이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의약품을 처방 받아도 가격 부담이 크지 않다.

또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국내 대형 제약사인 유한양행의 영업망을 이용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 반해 LG화학은 별다른 영업전략이 없다.  LG화학 관계자는 “류마티스 전담 영업·마케팅 부서가 있기 때문에 국내 제약사와 손을 잡지 않아도 판매에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반면 인보사는 높은 가격에 발목이 잡혀 있다.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비급여 품목인 인보사는 환자가 약값을 전부 부담해야 한다. 이렇다보니 환자는 약값 500만원에 검사비 진료 및 시술비를 더해 약 700만~100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또한 국내에서 인보사는 세포유전자 치료기관에서만 쓸 수 있어 환자 접근성이 용이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인보사를 취급하는 기관은 700여곳이다.

최근에는 유럽 일부 국가에서 특허가 소멸됐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며 약효에 대한 논란을 또 한번 점화시켰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유럽의 경우 특허를 유지하기 위해 일정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일부 국가는 의료수준이 낮아 굳이 특허를 유지할 필요가 없었다”며 “약 효과와는 무관한 회사의 전략적인 선택이며, 소멸이 아니라 신청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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