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신과함께2)과 ‘인랑’의 관객 온도 차가 극명하게 나뉘었다. 두 편 모두 대규모의 제작비가 투입된 한국형 블록버스터이자 원작을 영화화한 공통분모가 있다.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던 도전과 기술이 담긴 점 역시 맥락을 같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관객이 ‘신과함께’에 열광하고 ‘인랑’에 등 돌리는 이유를 짚어봤다.

■ ‘신과함께2’ 한국영화 예매량 최고 VS ‘인랑’ 연이은 하락세

지난 해 연말 개봉한 ‘신과함께-죄와 벌’은 144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 축포를 쐈다. 투자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첫 천만 영화가 된 작품이다. 후속작 ‘신과함께2’는 환생이 약속된 마지막 49번째 재판을 앞둔 저승 삼차사가 그들의 천 년 전 과거를 기억하는 성주신을 만나 이승과 저승, 과거를 넘나들며 잃어버린 비밀의 연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영화는 어마어마한 예매율을 보이며 관객의 기대를 입증했다. 개봉 하루 전인 31일 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 ‘신과함께2’는 사전 예매량 35만 명을 돌파하며 전체 예매율 1위를 기록했다. ‘신과함께’는 ‘죄와 벌’의 흥행으로 1, 2편 총 제작비 400억 원을 모두 회수했다. 충무로 관계자들은 2편이 전작의 흥행까지는 못 미치더라도 500만 관객은 거뜬히 넘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지난 25일 개봉한 ‘인랑’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영화는 남북한이 통일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한 후 반통일 테러단체가 등장한 혼돈의 2029년, 경찰조직 특기대와 정보기관인 공안부를 중심으로 한 권력기관 간의 대결 속 인간병기 ‘인랑’의 활약을 그린 영화다.

순제작비 190억 원의 대작으로 손익분기점 600만 명이나 현재까지 누적 관객 수 86만 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같은 날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이 400만 관객을 돌파한 것과 비교되는 처참한 성적표다.

■ 대중성과 마니아 사이

‘신과함께2’는 올 여름 대표적인 여름 텐트폴 영화의 구색을 갖췄다. 거대한 자본 투입과 화려한 캐스팅, 대중성을 갖춘 영화로 평가받고 있다. ‘신과함께’ 시리즈 특유의 휴머니즘은 대다수의 관객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물론 ‘유치하다’는 평도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전 연령대의 가족이 함께 관람하기에 적합하다는 반응이다. ‘신과함께’ 관계자는 “내용 자체가 어렵지 않고 쉽다”며 “반전은 있지만 어느 정도 이해 가능한 스토리라 관객의 선택을 쉽게 받는 것 같다”고 했다.

최근에는 관객들이 결말이 시원한 작품을 선호하는 경향도 짙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작품 자체의 완성도보다도 캐릭터에 감정 이입이 쉽고, 카타르시스를 주는 작품을 좋아하는 추세”라며 “묵직하고 어두운 영화는 점점 외면 받고 있다”고 귀띔했다.

사실 ‘인랑’ 역시 강동원, 한효주, 정우성 등 스타 배우들과 김지운 감독이 협업한 작품으로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원작을 각색하며 1990년대 배경이 아닌 2029년 통일을 앞둔 대한민국의 권력 기관이 서로 대결하는 줄거리가 됐다. 김지운 감독은 “관객들의 공감을 자아낼 만한 게 통일 이슈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근 미래라는 새로운 시대를 도입했으나 원작 특유의 묵직하고 어두운 정서는 그대로 차용하며 원작 팬들의 발길을 재촉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돋보인다.

영화라는 친숙한 매개체 특성상 김 감독은 마니아층 관객 확보와 함께 대중성 사이에서 고민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곧 양날의 검으로 작용됐다. 한 영화 관계자는 “마니아들에게는 원작주인공의 고뇌가 충분히 반영이 안됐다고 느낄 수 있다. 오히려 마니아층과 대중성 사이에서 갈팡질팡 했다고 느낄 것”이라며 “원작을 안 본 영화팬들은 심각하고 진지한 정치적, 철학적 상황 설정에 매력을 못 느낄 것이다. 또 계엄령 등 현 정치 이슈를 더 흥미롭게 여길 것”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김 감독 특유의 영상미와 감각적인 미장센은 ‘인랑’에도 고스란히 묻어났다. 한 중·소규모 영화제작사 관계자는 “한국에서 이런 영화를 제작할 수 있다는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며 “다만 원작의 기대에 충족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인랑’의 부진에 극장 관객 수 역시 더욱 줄어들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멀티플렉스 극장 관계자는 “‘인랑’을 보려고 했다가 안 본 사람들이 ‘미션 임파서블6’나 ‘신과 함께’를 보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만큼 관객이 빠졌다고 볼 수 있다. 관객을 잃어버린 기분”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신과함께’ 시리즈와 ‘인랑’의 사례가 향후 한국 블록버스터 영화 제작 방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작품성보다 모든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대중성을 부각시키는 블록버스터 작품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해당 영화 스틸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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