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10만원 빌려준뒤 일주일후 이자 10만원 `복리` 요구
도박게임 손실액 1천만원 넘는 학생도 많아..`악성 채무자` 전락 우려
전문가 "도박게임 중독 치유와 중고교 신용교육 병행해야"

[한스경제=양인정 기자] 중고교생들 사이에 휴대폰 도박으로 인한 금전거래가 성행하면서, 기성 사채업자처럼 청소년들이 채권추심과 형사고소까지 일삼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이들 청소년 도박자금 채권채무거래에 사채업자 자금까지 유입되고 있으나 관련 학교들은 문제를 덮기 급급한 실정이다.

5일 채무상담 관계자들에 따르면 경기도 성남의 모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김모군(2학년)의 아버지 A씨(55세)는 아들의 빚 문제로 지난달 성남금융복지상담센터(센터장 강명수) 불법사금융신고센터를 찾아, 아들의 도박빚 해결을 위해 상담을 받았다.

A씨는“도박게임 중독에 빠진 아들이 학교 친구들에게 돈을 빌렸다가 갚지 못하자 돈을 빌려준 학생들이 서로 돌아가며 채권추심을 했다”며 “회사로 하루에 7~20통까지 추심 전화를 해 정상적인 직장생활이 어려울 지경”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아들 친구들이 아들에게 돈을 빌려준 조건도 기성 사채업자처럼 가혹한 경우가 많았다. 10만원을 빌려주면 이자명목으로 일주일에 10만원을 받는 식이다. 금리를 따지면 연 4800%다. 이들은 이자를 갚지 못하면 미납 이자를 원금으로 포함시켜 다시 이자를 더 내도록 했다.  

A씨는 두 차례에 걸쳐 아들의 도박빚을 갚아주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A씨는 “아들 빚을 갚아주면서 아들 친구들에게 다시는 아들에게 돈을 빌려주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아들은 다시 도박에 빠졌다”고 말했다. 돈을 가장 많이 빌려줬다고 주장하는 학생은 결국 경찰서에 아들을 처벌해 달라며 사기 고소장을 제출했다. 

사진=연합뉴스

◇중고생 사이 돈놀이, ‘문화’처럼 정착

중고생 도박문제는 점점 그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도박문제로 접수 및 상담을 받은 청소년은 2014년 65명에서 2015년 120명, 2016년 302명으로 해마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들 청소년 중 손실액이 1000만원 이상인 경우는 13.6%나 됐고, 최대 6000만원 손실을 본 청소년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다른 통계자료인 ‘2015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에서는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의 약 5.1%인 14만명이 도박문제 위험 및 문제군으로 조사되고 있다.

그래픽:한스경제 이석인 기자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대전센터(센터장 김세진)의 이승희 예방홍보팀장(중독심리 전문상담사)은 “도박게임에 중독된 친구를 노려 도박자금을 공급하고, 고금리 이자를 받는 것이 이제는 하나의 문화처럼 퍼져있다”고 우려했다. 

대전센터가 분석한 청소년 금전거래 유형은 4가지 정도다. 몇 가지로 분류했다. 중고생들 사이에 △단순히 도박자금으로 몇 만원씩 빌리고 빌린 만큼 다시 갚는 것을 반복하는 사례 △돈을 빌려주고 고금리 이자를 더해 받아내는 사례 △도박게임을 홍보하는 친구와 그 도박게임에 빠져있을 때 돈을 빌려주는 친구, 그리고 나중에 돈을 회수하는 친구로 역할분담을 하는 사례 등이다. 일부는 도박 게임 사이트에서는 자금을 빌린 학생들이 추심행위를 방어하는 방법까지 공유하기도 한다. 또 몇몇 사채업자와 범죄조직이 청소년들의 도박 금전거래에 자금을 공급한다.

대전센터측 이 팀장은 “상담사례를 근거로 자금을 추적해보면 다니던 학교에서 돈놀이를 하다 졸업해 성인된 친구가 계속자금을 공급하거나 범죄조직이 자금을 공급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일선 학교 내 학생들의 도박문제가 심각함에도 관련 학교는 예방이나 사태 해결에 큰 관심이 없다는 것이 센터 관계자의 설명이다. 금전문제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 싸움이 있어도 단순 학교폭력으로 취급해 숨기기 급급하다는 것. 

자료=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대전센터

◇ 부모가 대신 갚는 것 바람직하지 않아... 학교, 신용교육 도입 시급

도박과 게임으로 인해 학생들 사이에 채권, 채무 문제가 발생했을 때 부모가 무조건 변제해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상담사들이 조언한다. 빌린 원금은 돌려주도록 하되, 자녀가 아르바이트 등 근로를 통해 갚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채권, 채무 문제와 신용과 관련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일부 고등학교에서 실시중인 재테크 중심의 금융교육 대신,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관계에서 상환능력을 고려할 줄 아는 균형적인 '신용'교육이 중고교 시기부터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정운영 금융과행복네트워크 의장(전 충북대 소비자학과 교수)은 “중고등 학교에서 사채 거래처럼 금전거래가 이뤄진 것은 소비 중심의 ‘돈이면 최고’라는 기성세대의 경제관념이 학생들에게 그대로 투영된 결과”라며 “학교에서 금융이라는 이름으로 재테크 교육을 할 것이 아니라 ‘신용’을 필수 과목으로 도입해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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