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세계 보톡스 시장 규모 연간 4조5000억원…미국 2조원
전통 강자 '엘러간' 보톡스와 시술법 동일-가격 효율↑
나보타 시장규모(좌), 미국 증권가가 평가한 나보타 경쟁력(우)

[한스경제=김지영 기자] 대웅제약 '나보타'가 세계 최대 보톡스 시장인 미국 진출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며 전통 강자 엘러간에 대적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6일 대웅제약에 따르면 나보타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현지 시판 허가를 위한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통상 6개월이 걸리는 최종 심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내년 상반기 미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세계 보툴리눔톡신(보톡스) 시장은 연간 약 4조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가장 큰 시장은 미국으로 규모는 2조원에 달한다. 전체 시장의 약 70% 이상은 글로벌 제약사 엘러간이 점유하고 있다. 국내사 개발 제품으로는 메디톡스 ‘메디톡신’, 휴젤 ‘보툴렉스’가 있다.

2014년 출시된 나보타는 국내사 제품 중 가장 후발주자지만 미국 진출에는 가장 앞서있다.

◇바람 잘 날 없었던 나보타, 역경 딛고 대웅제약 ‘히든카드’로

대웅제약이 5년의 연구 기간을 거쳐 자체 개발한 보툴리눔톡신인 나보타는 국내 출시 이후 줄곧 세계 시장을 겨냥해 판매 계약을 성사시키는 등 성과를 얻었지만 우여곡절도 많았다.

균주 출처를 두고 메디톡스와 2년 넘게 법정 공방을 벌였던 사건이 대표적이다. 메디톡스는 2016년 9월 대웅제약이 자사 균주를 훔쳤다며 진정을 제기했고 무혐의로 종결됐다. 

이후 소송은 미국으로 옮겨졌다. 메디톡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법원에 다시 한번 민사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 4월30일 각하됐다. 다만 제소를 허용한다고 여지를 남겨 국내 소송 결과에 따라 미국 소송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있으며, 국내 민사·형사 소송건 또한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난 1월에는 FDA가 나보타 일부 생산시설에 결함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미국 시장 진출에 제동이 걸렸다. 당시 FDA가 공개한 실사 결과 문서에 따르면 문제가 된 제2공장은 무균 조제를 위한 장비 및 시스템과 관리 등 총 10개 사항을 지적 받았다. 하지만 보완을 통해 지난 5월 제조시설 승인을 획득했고 최근에는 FDA가 요청한 보완자료도 제출하며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진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나보타/사진제공=대웅제약

◇나보타, 시장 1위 엘러간 보톡스 잡을 수 있을까?

나보타는 현재 미국, 캐나다, 유럽, 중남미, 러시아, 중동 등 전세계 80개국에 판매 계약을 성사시켰다. 또한 FDA, 캐나다 연방보건부, 유럽의약품청(EMA)에서 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을 획득했다. GMP는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보장하기 위해 WHO(세계보건기구)가 제정한 기준이다.

미국 진입 시 대웅제약은 매출 1조원 고지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10% 점유율만 확보해도 연간 약 2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9603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점유율 10%가 쉽지는 않겠지만 셀트리온의 사례를 보면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셀트리온의 자가면역질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는 2016년 미국 진출 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올해 2분기 매출 기준 6.7% 시장 점유율을 달성했다.

미국 증권가에서는 나보타의 잠재력을 높게 점치고 있다. 글로벌 투자회사 엘리시움 인베스트먼트(Elysium Investments)가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에서 진행된 임상 3상 결과 87%가 효과를 봤다는 점 △미용성형시장만 공략하기 때문에 미국 정부의 가격규제로부터 자유롭다는 점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 지분의 상당 부분을 미국미용성형학회 오피니언리더들이 출자해 세운 알페온(Alphaeon)사가 보유하고 있다는 점 등이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언급됐다.

하지만 세계 시장에서의 낮은 인지도는 해결해야할 과제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세계 유명 관련 학회 참여 등을 통해 현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보타는 미국 시장을 제패하고 있는 엘러간과 사용법이 같은 유일한 제품”이라며 “가격 효율은 좋으면서 시술법은 같아 교체하기 부담스럽지 않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밝혔다. 또한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는 미국 성형외과·피부과 의사들이 주주로 있어 유통 네트워크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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