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희의 컬쳐 로드맵] 영화로서 소명의식 다한 ‘신과함께-인과연’
[권상희의 컬쳐 로드맵] 영화로서 소명의식 다한 ‘신과함께-인과연’
  • 이정인 기자
  • 승인 2018.08.06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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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나서 아버지께 연락을 드릴까 난생처음으로 고민했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한 번도 해본 적 없음이 주는 어색함에 이내 고개를 가로젓고 마는 용기 없는 내 모습을 마주한다.

그게 바로 세월 속에 겹겹이 쌓여버린 아버지와의 좁힐 수 없는 거리임을 깨닫는다. 엄마라는 단어는 굳이 어떤 상황을 연상시키지 않아도 눈물을 쏟아내기에 충분한,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말인데... 거참, 아버지는 그렇지가 않다. 선명하게 표현되는 어떤 감정보다 이런저런 생각이 앞선다. 그래서일까? 눈물을 쏟아냈던 전편 ‘신과함께- 죄와벌’과는 달리 속편인 ‘인과연’을 보고 난 후에는 그저 가슴 먹먹함이라는 단어 이상의 표현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전편이 모성애를 기반으로 카타르시스 분출이 가능했던 오락영화였다면 ‘인과연’은 보다 더 생각의 깊이를 요구한다. 자홍(차태현)과 수홍(김동욱)형제, 어머니(예수정)를 연결시켜주는 브리지 역할에 그쳤던 저승 삼차사(하정우, 주지훈, 김향기)가 전면에 등장하며 천년의 세월을 거슬러 얽히고 설킨 그들의 인연을 보여준다. 아버지의 관심을 독차지한 동생, 부모를 죽인 적, 적이기에 보살핌이 반역행위일 수밖에 없는 상황 등은 가족과 민족을 넘나들며 원수를 잉태하기에 족하다. 누군가는 기억하고 있고, 누군가는 잊혀졌던 기억을 알아내 괴로워하는, 추억이 되지 못한 아픈 과거는 기억 그 자체로 살아있는 관계에 벗어버리기 힘든 멍에가 된다.

하지만 영화는 이들의 과거 추적에서, 그렇게 만들어진 인연에서 그치지 않는다. 성주신(마동석)을 통해 세 사람의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며 그의 코믹 캐릭터로 인해 관객은 긴장감에서 벗어나 이완할 수 있는 여지를 갖는다. ‘죄와 벌’에 이어 ‘인과연’을 관통하는 것은 여전히 죽음을 연결 짓는 이승과 저승이다. 그런 의미에서 감독이 교차편집이라는 영리한 연출법을 택한 건 신의 한 수다. 처음에는 장면마다 튀어 산만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자막으로 세월의 간극을 보여주는 평범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인과연이라는 것이 과거와 현재를, 이승과 저승을 달리해 존재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기억의 파편들을 이리저리 끼워 맞춰보니 마치 오늘의 동지가 어제의 적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식이다. 이는 작품이 더 입체적일 수 있는 이유다.

엉켜버린 인연의 실타래를 풀어주는 건 결국 죄를 인정하고 참회하는 것뿐. 수홍이 환생을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잠시 저승으로 소환된 박중위(이준혁)의 참회의 눈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로써 ‘용서와 구원’이라는 주제는 시대를 거슬러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관객이 자리에서 일어서려 하는 순간, 반전신으로 연출된 쿠키영상은 허를 찌르는 장면이다.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강림(하정우)을 밀어냈던 아버지(김명곤)가 자신의 모습이 아닌 염라대왕(이정재)의 모습으로 분해 아들에게 사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던 것. 그 인고의 시간이 천년이었던 셈이다. ‘신과함께- 죄와벌’에서 엄마를 통해 눈물로 직접적인 정서를 경험했던 것과 달리 ‘인과연’은 표현에 인색하다고만 여겼던 우리 아버지들의 뒷모습을 마주하는 느낌이다. 소리 내 맘껏 울 수도 없다. ‘아버지’라는 단어가 주는 정서, 그래서 먹먹함이다.

전편보다 진화한 CG와 캐릭터를 보다 더 선명하게 만든 내러티브는 여전히 가족애를 바탕으로 용서를, 그리고 그를 통한 구원의 과정을 그린다. 화려한 시각예술은 잊고 있었던 삶의 주제를 수면으로 떠올린다. 왠지 바보처럼 여겨져 부정하고 싶었던 말, ‘착하게 살자’. 이 평범한 대주제를 마음으로 느꼈다면 이 영화는 영화로서의 소명의식을 다한 게 아닐까.

아, 이제 용기 내 아버지께 안부전화를 드려야겠다.

●권상희는 동덕여대 방송연예과와 국민대 대학원 영화방송학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2002년부터 영화 드라마 연극 뮤지컬 방송진행 등 다양한 미디어를 경험했고, 고구려대학 공연예술복지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한 뒤 문화평론가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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