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약국·청와대 국민청원 등 곳곳서 불안감 터져
국내 제네릭 시험·관리 시스템 지적
자료사진/사진제공=연합뉴스

[한스경제=김지영 기자] 발사르탄 고혈압약 파문으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극도로 악화되는 등 파문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문제가 된 약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알기 쉽게 제시해달라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6일 국내 의약품 제조업체 대봉엘에스가 제조한 고혈압약 주성분인 발사르탄에서 발암물질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번에 추가된 품목은 모두 59개로, 대봉엘에스는 중국 주하이 룬두사에서 재료를 들여와 발사르탄을 제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는 지난달 9일에도 중국 제지앙 화하이의 발사르탄을 사용한 고혈압약 115개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고혈압약은 2690개다. 1차, 2차 사태를 통해 총 174개가 판매중지 처분을 받은 것이다. 1차 사태 당시 대봉엘에스 발사르탄으로 교환을 받은 환자는 8.43%(1만5296명)로 이 환자들은 교환했던 약을 들고 또 다시 약국을 찾아야 한다.

◇"국민이 마루타냐" 분통

처음 발사르탄 사태가 터진 후 한 달여 만에 반복되자 불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에 공개된 의약품 리스트에는 LG화학, JW중외제약 등 굵직한 기업도 다수 포함돼 ‘어떤 약을 믿어야 하냐’며 분통을 터뜨리는 환자도 적지 않다.

약사들도 진땀을 빼고 있다. 경기도 광명시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A약사는 “인터넷을 통해 품목을 확인하기 어려운 노년층을 중심으로 문의가 많다”며 “약봉지를 들고 직접 찾아와 묻는 사람들이 많아 종일 정신이 없었다”고 전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근무하는 B약사는 "발사르탄약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교환하면서 '이 약은 정말 괜찮냐'고 묻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발사르탄 고혈압약 품목 추가에 불안감을 드러낸 누리꾼/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7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어르신들이 인터넷을 통해 발사르탄 고혈압약을 확인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고혈압약은 매일 먹는 약인데 불안하다. 좀 더 구체적인 정보를 알려달라”는 한 누리꾼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글에는 “어머니가 20년 넘게 고혈압약을 복용 중인데 직접 약국에 확인을 요청하고 교환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며 “국민이 마루타도 아니고 이게 무슨 짓이냐”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발사르탄 고혈압약 사태, 한국 유독 심각

발사르탄 고혈압약 사태는 세계 곳곳에서 터져 나왔지만 유독 한국이 품목 수가 많다는 것도 문제다. 같은 사태가 빚어진 영국은 2개사 5개 품목, 미국은 3개사 10개 품목, 캐나다는 6개사 21개 품목에 불과하다. 이쯤 되자 국내 제네릭(복제약) 시험 및 관리 시스템이 발사르탄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오리지널 의약품인 노바티스의 '엑스포지' 등은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이형기 서울대병원 임상약리학교실 교수는 “국내의 경우 여러 제약사들이 한 제네릭에 대한 생동성시험을 공동으로 진행한다”며 “이 때문에 이런 사태가 발생해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품질 보증도 어려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일부 제약사에서는 허가 전에는 좋은 원료를 사용하고 허가 후 저가 원료로 바꾸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문제가 된 59개 제품을 처방받은 환자는 진료받은 병원을 방문해 다른 의약품으로 재처방 및 재조제를 받을 수 있다. 처방은 기존 처방 중 남아있는 기간에 대해서만 가능하다. 의료기관을 방문할 수 없다면 약국을 찾아 의약품을 교환할 수 있다. 발사르탄 고혈압약 품목은 식약처 홈페이지·블로그·페이스북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달린 댓글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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