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싱가포르 신일그룹, 코인 백서부터 환불까지 '의문투성이'인데...현재까지 모인 돈 수백억원 육박
경찰, 한국 신일그룹 7일 압수수색...싱가포르 신일그룹 전 대표엔 인터폴 '적색수배'
'보물선' 돈스코이호와 연관된 싱가포르 신일그룹이 발행 준비 중인 '신일골드코인'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회사의 코인 발행 능력도 제대로 증빙되지 않은 가운데 현재까지 모인 투자금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사진=싱가포르 신일그룹 홈페이지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150조원 금괴가 실린 러시아 함선 돈스코이호(號)를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신일그룹’과 ‘신일골드코인(SGC)’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12만5000여명이 신일골드코인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실제로 코인이 존재하는지, 코인을 발행할 능력이 되는지 조차 파악할 수 없어 투자자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7일 싱가포르 신일그룹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30분 기준 신일골드코인에 투자한 참여자는 12만5087명으로 나타났다. 신일그룹은 현재까지 코인을 구매할 수 있는 프라이빗 세일을 3차까지 진행했으며 다음달 1일부터 판매를 재개할 예정이다. 신일그룹 측은 “이번 배포물량은 3억 SGC에 이르며 프라이빗 세일 가격은 50원에 진행된다”고 안내하고 있다.

싱가포르 신일그룹 측은 7일 오후 1시 30분 현재 투자 참여자를 12만5087명으로 안내하고 있다./사진=싱가포르 신일그룹

이들은 코인 판매를 통해 현재까지 최대 600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회사보유분에 한해 진행된 지난 프라이빗 세일의 코인 한 개당 발행 예정 가격은 200원이었다. 그러나 당시 최소 투자금액이 10만원 혹은 1이더리움(약 52만6000원)였던 점을 고려하면 프라이빗 세일을 통해 모인 투자금은 최소 125억원, 최대 62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시가총액 2위 가상화폐인 이더리움이 2014년 가상화폐공개(ICO·Initial Coin Offering)로 모은 돈이 1800만달러(약 202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돈이다. 신일그룹이 제대로 된 코인을 발행할 수 있는 곳이라면 코인을 실제로 발행하기까지 적지 않은 돈이 모인 셈이다.

신일골드코인, 실체 조차 ‘의문투성’…백서 공개 기간 지났지만 아직도 ‘묵묵부답’

그러나 신일그룹을 둘러싼 의문부호는 끊이지 않고 있다. 먼저 신일골드코인은 제대로 된 백서(White Paper) 조차 발행되지 않았다. 백서는 새로운 코인을 발행하기에 앞서 그 코인의 성격과 계획, 발행량, 발행 일정 등을 담은 것으로 거의 모든 가상화폐가 백서를 통해 시장에 진출한다.

지난달 30일 신일그룹은 홈페이지를 통해 “8월 6일부터 15일 사이에 백서를 전 세계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백서 공개 기간인 이날 현재 홈페이지에서 백서 내용은 확인할 수 없었다. 백서와 함께 제공될 예정이던 신일골드코인 전용 개인 전자지갑 역시 공개되지 않았다.

싱가포르 신일그룹 측은 8월 6일부터 15일 사이에 환불 조치를 끝낸 뒤 백서를 공개하겠다고 공지했다. 그러나 7일 현재 백서는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사진=싱가포르 신일그룹

신일그룹 측은 “현재 환불취소자 인원이 계속 늘어날 수 있어 백서 공개 기간은 약간 조정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개인 전자지갑 역시 지사장, 본부장, 팀장, 센터장, 자문위원을 통해 투자자가 개별적으로 신청해야 하기에 투자자 불편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가상화폐는 각각의 전자지갑에 담겨야 거래가 가능하다. 전자지갑이 없으면 보유한 가상화폐를 현금화할 수 없어 사실상 무용지물에 가깝다. 과거 국내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에서도 상장 코인 전체의 전자지갑을 준비하지 못 해 실제 코인을 보유하지 않은 채 거래하는 ‘장부상 거래’ 의혹을 받기도 했다.

“환불하려면 지사장·본부장·센터장에 연락”…전화연결 어렵고 '다단계' 의혹까지

신일골드코인을 둘러싼 의혹이 끊이지 않자 싱가포르 신일그룹 측은 환불 카드를 꺼내들었다. 싱가포르 신일그룹은 지난달 27일 “신일그룹 카카오톡 계정을 통해 환불신청을 받을 계획”이라며 “투자자가 원하면 언제든 환불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싱가포르 신일그룹 측과의 연결조차 쉽지 않았다. 본지가 카카오톡과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고객센터로 접촉을 수차례 시도했으나 답변은 받을 수 없었다. 고객센터 운영시간은 평일 10시~17시로 나와있으나 이 시간에 수십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통화 중’이거나 통화연결음만 들린 채 전화 연결은 불가능했다.

신일골드코인을 환불하려면 투자자 본인이 직접 카카오톡을 통해 신청하거나 지사장, 본부장, 팀장, 센터장, 자문위원 등에게 접촉해야 한다. 그러나 전화 연결은 물론 카카오톡 역시 응답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신일그룹 홈페이지

또 다른 환불 루트로는 싱가포르 신일그룹의 지사장, 본부장, 팀장, 센터장, 자문위원에게 접촉하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이들에게 접촉하는 방법도 사실상 베일에 가려져 있는데다 신규 회원을 더 유치할수록 이러한 직책을 얻을 수 있어 사실상 다단계가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5일 올라온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신일골드코인 홍보동영상 페이지에 따르면 ▲본부장(500만원구매, 매출 3천만원이상), ▲팀장(300만원구매, 매출 2천만원이상), ▲센터장 및 자문위원(200만원구매, 매출 1천만원이상)의 신청 자격은 본인 투자금과 매출에 따라 결정된다. 결국 더 많은 이들을 투자에 끌어모으면 본부장이나 센터장 등의 ‘감투’를 얻게 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투자자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신일골드코인에 300만원을 투자했다는 A씨는 “환불을 하려고 매일같이 전화 연결을 시도하고 있지만 통화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백서도 공개되지 않고 전자지갑도 나오지 않아 갈수록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신일골드코인은 처음부터 사기성이 짙은 것으로 업계에 소문이 파다했다”면서 “실제 코인을 발행할 능력이 없는 유령회사라는 게 정설로 내려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일골드코인 발행사 싱가포르 신일그룹…몸체는 다르지만 머리는 하나?

싱가포르 신일그룹은 지난달 15일 러시아 함선인 돈스코이호를 울릉도 인근 해역에서 발견했다고 주장한 신일그룹의 다른 법인이다. 신일그룹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였던 류상미 씨의 인척인 유지범 전 회장이 같은 이름의 가상화폐 거래소를 함께 운영 중인 법인이며 최근 송명호 이사장으로 대표가 변경됐다.

당시 돈스코이호를 150조원 금괴가 실린 ‘보물선’으로 첫 공개한 신일그룹은 가상화폐 공개 일정을 알리며 투자금을 모았으나 이후 투자 사기 의혹에 휩싸였다. 신일그룹이 사명을 신일해양기술로 변경한데다 기자회견에서조차 앞뒤가 맞지 않는 모습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최용석 신일그룹 대표이사가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신일그룹은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돈스코이호 발견과 추진 배경, 인양 계획 등을 밝혔다. 최용석 신일그룹 대표이사는 “150조 보물선이라는 표현은 공기관 등에서 사용한 문구를 검증없이 인용한 것”이라며 “실제 가치는 10억원”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신일그룹 측은 “싱가포르 신일그룹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신일골드코인 발행과 상장 역시 당사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류상미 씨와 관련이 있을 뿐 한국 신일그룹과 싱가포르 신일그룹은 전혀 별개라는 주장이다. 최 대표는 사명 변경에 대해 “싱가포르 신일그룹과 혼선이 오는 데서 사명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신일골드코인을 발행하는 싱가포르 신일그룹과 한국 신일그룹이 별개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신일골드코인의 신규 구매 조건에 ‘돈스코이호의 귀향’ 책을 사전 구매해야 한다는 항목이 있었던 데다 아직까지 싱가포르 신일그룹은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들의 투자 사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은 한국 신일그룹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전담수사팀을 동원해 서울 영등포구 신일해양기술(전 신일그룹)과 강서구 공항동 신일그룹 돈스코이 국제거래소를 비롯한 8곳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에는 신일그룹 핵심 관계자들의 거주지 5곳을 포함해 서버 관리 업체 1곳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신일그룹 전 회장인 유지범 씨에 대해서도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이 적색수배를 내린 상태다. 유 씨는 현재 베트남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찰의 적색수배 요청을 인터폴이 지난 6일 수용하며 국제 공조가 이뤄질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은 증거 확보 차원이기 때문에 회사 운영과 별개로 진행된다”면서 “입수한 자료를 바탕으로 관련자들을 신속히 소환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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