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교보생명, 직접 사망원인 질식인데…일반사망으로 보험금 삭감 지급 물의
금감원, 보험금 지급분쟁 지난해 4만7742건

[한스경제 전근홍 기자] “평상시 건강하던 내 남편이 등산 후에 영영 볼 수 없는 사람이 됐어요” 등산 중 음식물을 섭취하다 질식으로 인해 남편을 잃은 한 미망인이 눈물과 함께 쏟아낸 하소연이다.

이 미망인은 남편 고씨(58)을 떠나보낸 후 예전에 직장에서 가입한 교보생명 ‘종합보장직장인보험’의 ‘재해사망’ 보장 특약 1억원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믿었던 교보생명 측은 불의의 사고를 당해 사망한 남편이 사인을 ‘일반사망’으로 단정 짓고 재해 보상금이 아닌 상대적으로 적은 자연사에 적용되는 10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하고자 했다.

출처=한화생명 공식블로그

 

재해사망은 ‘한국 표준 질병사인분류표’상에 포함된 ‘우발적 사고’로 생을 달리 했을 경우에 한해 지급된다. 특약 형태로 가입할 수 있어 지급받는 보험금 자체가 큰 편이다.

문제는 교보생명의 이 보험상품 약관에 명시된 ‘경미한 외부요인’으로 인한 경우에는 재해사망으로 보지 아니한다는 모호한 표현이다. 보험사가 이런 약관을 빌미로 망자를 일반 사망(자연사)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로 인한 소비자와의 분쟁역시 끊이질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직접 사망원인 질식인데…왜 일반사망인 거야?

이번 사례에서 재해사망과 일반사망에 대한 사전 설명이나 약관의 이해를 구하는 교보생명의 노력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보험사는 통상적으로 사망진단서나 사체검안서를 통해 사망에 이르게 된 원인을 파악하고 재해 유무를 판단한다. 이번 사례를 보면 사망원인이 질식으로 인한 것이라고 명백하게 기재돼 있었다. 하지만 교보생명은 모호한 약관의 규정을 들이민다. “경미한 외부 요인으로 인한 것은 재해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경미한 외부요인에 대해 교보생명에 자문을 구해도 명확한 설명은 없다. 이들이 내세운 논리는 의료기록과 사고 당시의 주변인들의 진술을 종합할 때 기존에 질병을 앓았던 이력으로 인해 발생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가입권유 할 땐 전부 보장된다더니…이제는 보험금을 줄 수 없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생명·손해보험들과 보험소비자간의 분쟁으로 인한 민원발생 건수는 지난해 기준 4만7742건이다. 전년을 기준으로 보면 831건 줄어들어 1.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민원 유형을 놓고 보면 이야긴 달라진다. 가입한 보험사로부터 제 때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분쟁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가장을 잃고 실의에 빠진 가족입장에선 그야말로 믿었던 ‘보험의 배신’이다.

구체적으로 보험금 부지급과 관련된 민원을 보면 생보사 6332건, 손보사 1만6030건으로 전체 민원의 47% 가량 받아야할 보험금을 두고 힘겨운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로 이해하기 어렵고 모호한 약관에 가장 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보험국장은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암보험 지급 분쟁 역시 모호한 약관에서 출발한 것”이라면서 “한참 문제가 됐던 자살보험금 논란 또한 재해사망 특약의 보험금 지급을 두고 약관의 잘못된 기재와 모호한 표현으로 벌어졌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모호한 약관…셀프 의료자문 체계는 정상인가?

약관 자체의 부실성을 굳이 이야기 하지 않더라도 정확한 사망원인을 검증하기 위한 보험사의료자문 체계도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보험사는 보험가입자가 질병에 걸렸을 경우 상품약관에 근거해 보험금을 지급한다. 지급 원인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규정된 문구와 어긋날 경우 보험사는 지급을 거절하거나 보험금을 축소해 지급한다.

혹여 지급 분쟁이 발생하면, 보험사가 원하는 의료기관을 선정해 소위 셀프의료자문을 통해 지급심사가 이뤄지는데 기본적으로 소비자의 불만이 사그러들지 않는 구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 의료자문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생명·손해보험사 전체 기준으로 2014년 5만4399건이던 의료자문은 2016년 8만3580건으로 53.6% 증가했다. 늘어나는 의료자문건수만큼 자연스레 부지급 건수도 높은 편이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상반기 생·손보사의 의료자문 의뢰건수는 3만1514건이었지만 부지급 된 경우는 1만8579건으로 절반을 넘겼다.

특히 생보사의 경우 의뢰건수가 1만4638건, 셀프의료자문으로 부지급 된 건수도 9902건(70%이상)으로 나타나 폐단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실제 의료자문 분쟁 건수를 보면 2013년(1364건) 이후 매년 늘어나 지난해에만 2112건을 기록 중이다.

오중근 금융소비자연맹 재해보상지원센터본부장은 “소비자가 이해할 수 없는 용어와 모호하게 기재된 약관도 문제이지만 현행 의료자문 행태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말했다.

오 본부장은 또 “지급 원인을 찾기위해 행하여지는 의료자문은 보험사가 의도한대로 자문소견이 작성될 개연성이 높다”면서 “금융감독원이 생명·손해보험협회와 보험사 의료자문 제도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개선방향을 논의 했지만 답보상태”라고 지적했다.

오중근 본부장은 “의료자문을 통해 발생되는 분쟁의 근본적인 원인은 서류상으로만 이뤄지는 졸속 검증이라는데 있다”면서 “보험사가 지급근거를 찾기 위해 실시하는 의료자문 시스템의 개선이 없으면, 소비자도 납득하지 못하고 보험사도 억울한 분쟁은 끝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근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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