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최대 6개월 공장가동 중단해야
근로시간 단축까지 겹쳐 보수기간 지연 골머리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현대오일뱅크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정유·화학업계 가운데 처음으로 정기보수에 돌입한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대부분 업체가 장기간 집중 근무가 불가피한 정기보수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던 상황에서 현대오일뱅크가 가장 먼저 총대를 메게 됐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10일부터 제1공장(원유 정제 처리시설 및 중질유 분해시설 등) 정기보수를 시작한다. /사진=현대오일뱅크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10일부터 제1공장(원유 정제 처리시설 및 중질유 분해시설 등) 정기보수를 시작한다. 생산 재개 예정일은 다음 달 10일로 총 31일간 공장 생산이 중단된다. 정기보수 기간 발생하는 매출액 감소는 약 1개월 분이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업계에서 가장 먼저 정기보수를 시작하는 현대오일뱅크는 사전 작업, 교대제 개편, 인력 추가 등으로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대응할 계획이다. 

우선, 정기보수가 시작하기 전에 숙련된 내부 인력을 통해 철저한 사전 계획을 수립하고, 기초 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다. 기존 2조 2교대에서 3조 3교대로 교대제를 개편해 하루 근무 시간은 12시간에서 8시간으로 줄어들게 됐다. 또한, 인력이 부족한 부분에는 협력 업체 등 외주 인력을 추가로 투입할 방침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근로기준법이 바뀌고 업계에서 처음으로 정기보수를 하게 됐다"며 "최대한 철저한 사전 준비와 계획으로 주 52시간 근무제에 맞춰 차질 없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유·화학 업계의 정기보수는 설비, 공장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1~5년에 한 번씩 진행되며 짧게는 1개월, 길게는 6개월까지 소요된다. 공장 전체 설비 가동을 중단하는 만큼 집중 근무가 필요하다. 업계 특성상 작은 사고도 대규모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전문 인력이 투입되고 세심하게 작업이 이뤄진다.  

바뀐 근로기준법도 골칫거리 

문제는 개정된 근로기준법이다. 일반적으로 정기보수 기간엔 최소 주 80시간 이상의 근무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행법상 탄력근무제를 적용해도 주 64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탄력근무제 적용 기간도 3개월로 한정돼 있다. 필요에 따라 6개월 이상의 기간이 필요한 작업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정기보수만을 위해 전문 인력을 뽑는 것은 비효율적이며 단축 근무제 기준에 맞추기 위해 보수 기간을 늘리면 공장 가동이 멈추는 데에 따른 타격이 크다. 때문에 업계에선 정부가 산업 특성을 반영한 기준을 만드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밝혀왔다. 업계는 정부에 '특별연장근로'를 확대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고용노동부는 자연재해 등 사안의 긴급성이 있는 경우에만 허용할 수 있다고 못 박은 상황이다.

하반기에 정기보수가 예정돼 있는 롯데케미칼과 LG화학은 현대오일뱅크의 대응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진=LG화학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업계 처음으로 정기보수를 진행하는 현대오일뱅크로선 자칫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올 하반기에 정기보수가 예정돼 있는 업체들에는 현대오일뱅크가 좋은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오는 9월21일부터 10월31일까지 한 달간 여수공장 나프타분해설비(NCC) 정기보수가 예정돼 있는 롯데케미칼은 내부 인력을 재배치한다. 기존 숙련공과 함께 신규 채용된 인원을 재배치해 정부 지침에 맞춰 정기보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앞서 정기보수를 실시하는 업체의 대응책이 참고 사항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LG화학은 10월말 혹은 11월초부터 약 한 달간 여수공장 NCC 정기보수를 앞두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상황은 아니지만 탄력근무제를 통해 개정된 근로기준법을 준수할 예정이다. 현재 탄력근무제에 대해 노조와 검토·협의중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정기보수가 사고와 직결될 수 있는 만큼 숙련된 인력과 시간이 많이 필요한 작업"이라면서 "자칫 시간에 쫓기는 상황이 올 수 있지만, 안전 강화를 위해 예의주시하고 면밀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이 관계자는 "주 52시간에 맞춘 정기보수의 사례나 전례가 없다 보니 앞서 진행한 업체들의 방안을 참고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석유화학협회는 정부의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협회 한 관계자는 "탄력근무제 단위를 3개월에서 1년으로 늘려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보수 기간을 늘려야 하는데 공장이 오랫동안 멈추면 업계는 물론 국내 경제에도 큰 타격"이라고 지적했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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