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금융권 모델 변천사
배우 정우성(위)과 고소영이 출연했던 삼성카드 CF.

[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모델을 보면 시대를 알 수 있다. 최근 금융권은 인기 아이돌 가수들을 잇따라 모델로 기용하며 1020 유스 세대 잡기에 나섰다. 무게감 있는 중·장년층 스타들이 주로 금융권 CF에 등장했던 것과 비교되는 일.

그렇다면 과거 금융권은 누구를 모델로 삼아 어떤 이들의 마음을 저격했을까. 2014년 한·중 정상회담 개최를 기념해 중국에서 한국으로 넘어온 판다 러바오, 아이바오와 김연아·히딩크 등 스포츠 스타들, 또 송일국·안성기 등 묵직한 배우들까지. 금융권의 어제와 오늘을 보여주는 모델들의 변화를 한국스포츠경제가 엮어 봤다.

“여왕이 돼라”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2000년대 초반 금융권에서는 일대 바람이 불었다. 주부 등 40대 이상 여성을 타깃으로 실용성을 강조했던 것에서 30대 이상 남성으로 타깃을 변경하고 실용성보다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고자 한 것. 다양한 혜택을 탑재한 금융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쪽으로 CF의 흐름이 변하던 시점이었다.

2002년 삼성카드는 기존 모델이었던 고소영에 정우성을 추가로 투입했다. 당시 고객 선호도 조사를 통해 ‘30대 중반의 세련되고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하는 남성’이 브랜드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는 판단을 내리고 정우성을 얼굴로 기용한 것. 실속 있는 사용을 강조했던 이전과 달리 삼성카드는 드라마타이즈 형식의 광고로 승부수를 걸었다.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라는 정우성의 중저음 목소리는 이 당시 금융계의 트렌드를 보여준다. 비슷한 시기 국민카드 역시 “여왕이 돼라”라는 카피가 인상적이었던 신은경에서 전 메이저리거 박찬호로 모델을 변경하고 30대 이상 남성 고객 확보에 나섰다.

이배영 전 역도선수를 모델로 한 삼성 기프트카드.

히딩크부터 김연아까지… 금융권은 스포츠 스타를 사랑해
 
최근 아이유를 모델로 한 기프트카드 출시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삼성카드. 2003년 기프트카드의 모델은 거스 히딩크 전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이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1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이 카드는 1만 장 한정으로 제작됐다.

2008년에는 ‘베이징 올림픽’에서 투혼을 발휘하며 은메달을 획득한 이배영 전 역도선수(현 코치)를 모델로 한 기프트카드도 출시됐다. 당시 삼성카드는 숨겨진 선행이나 아름다운 도전 정신으로 한국 사회를 빛낸 인물을 후원하는 ‘아름다운 도전’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배영 선수는 이 캠페인의 첫 번째 모델로, 삼성카드는 카드판매로 얻은 수익금을 이배영 전 선수를 위한 후원금으로 전달했다.

‘피겨 여왕’ 김연아를 광고 모델로 데뷔시킨 건 KB국민은행이었다. KB국민은행은 김연아가 군포 수리고에 다니던 2006년 그를 광고 모델로 캐스팅해 ‘대한민국 1등이 세계 1등에 도전한다’는 기업 이미지 광고를 찍었다. 아직 피겨스케이팅 유망주로 대중에게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김연아를 일찍이 광고 모델로 발탁한 건 두고두고 업계에서 크게 회자됐다.

신한은행은 2008년 프로골퍼 최경주와 후원계약을 맺고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주로 무게감 있는 모델을 선호했던 신한은행은 바람의 방향과 잔디의 결까지 읽어 공의 길을 찾는 최경주를 통해 시장의 변화와 고객의 마음을 읽어 금융의 길을 찾고자 하는 다짐을 드러낸 TV 광고 캠페인 ‘바람’과 ‘잔디’를 진행했다. 뿐만 아니라 최경주의 경기 성적에 따라 약 연 6%까지 금리를 보장하는 탱크적금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신한 포인트 서비스 판 클럽 광고에 출연한 김유정.

안성기ㆍ송일국에서 소녀시대ㆍ슈퍼주니어로

2010년 중ㆍ후반께 다시 한 번 금융권 모델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묵직하고 신뢰감 있는 이미지의 인물들을 주로 모델로 기용하던 금융계가 조금씩 젊은 스타들에게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07년 송일국과 안성기, 2010년부터는 박칼린과 함께 TV 광고 캠페인을 진행했던 신한은행은 2016년 모바일뱅크인 써니뱅크엔 소녀시대의 써니를, 포인트 서비스 판 클럽엔 배우 김유정을 모델로 기용하며 젊은 피를 수혈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2016년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아이오아이를 모델로 썼고, 지난 해에는 젊은 층에 인기가 많은 배우 남주혁이 출연하는 광고를 론칭했다. KB는 사실 일찍부터 아이돌 스타들과 컬래버레이션을 펼쳤다. 지난 2013년 슈퍼주니어와 소녀시대 멤버들의 초상이 담긴 체크카드를 출시한 게 대표적. 이 때부터 KB는 1020 유스 층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활동을 진행한 셈이다.

소녀시대 체크카드.

삼성카드의 경우 지난 해 영화 ‘스파이더맨 홈커밍’ 개봉을 기념한 한정판 기프트카드를 출시하고 한 달 가량 동안 판매했다. 기프트카드 구입자에게 추첨을 통해 영화 예매권을 제공하는 영화와 결합한 신선한 기획이었다. 삼성카드는 또 지난 2016년 시진핑 중국 주석이 선물해 애버랜드에 둥지를 튼 판다 러바오와 아이바오를 환영하는 의미로 판다 캐릭터 디자인의 한정판 카드와 러바오, 아이바오 캐릭터가 삽입된 기프트카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사진=삼성카드 CF 캡처, 삼성카드, 신한금융그룹, KB국민은행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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