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인정 기자] 운영자금 고갈로 인원 감축형 매각절차를 추진하는 성동조선의 채권단과 인원 감축에 반대하는 노조사이에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성동조선을 비롯해 중소형 조선소에 공공선박을 발주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9일 구조조정 업계는 성동조선의 운영자금이 연말을 넘기지 못하고 고갈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성동조선 관계자도 "남아 있는 운영자금을 밝힐 수 없다"면서도 "올해를 넘기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성동조선의 채권단과 법정관리인은 성동조선의 M&A를 서두르는 모양새다. 성동조선에 대한 M&A가 이뤄지지 않으면 다은 수순은 파산절차를 밟아야 하는 상황이다.

채권단과 법정관리인이 법원에 제시한 M&A는 인원감축을 전제로 한 매각절차다. 더 이상 인원감축을 할 수 없다는 노조와 극심한 갈등을 빚는 지점이기도 하다.

사안은 시급하지만, 아직 피부로 와 닿지 않는 조선 업황을 감안하면 M&A가 진행된들 인수할 회사가 나타날지도 걱정이다.

한국수출입은행 대외경제연구소와 조선해운시항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1분기 말 중형조선소(성동, 대한, SPP, 대선, STX, 한진, 한국야나세, 연수 등 9개 조선사)수주잔량은 현재 90만 7000CGT로 지난 분기 대비 8.9% 감소했다. 2015년 4분기 이후 지속적인 내림세다.

사진=연합뉴스

◇ 학계 "공공선박 발주로 숨통 터 줘야"

이런 상황에서 학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계획한 공공선박 발주를 성동조선을 비롯한 중소형 조선소에 할당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시됐다.

이헌 거제대 조선기술학과 교수는 “정부가 군함 등 공공선박을 발주해 일정 부분 성동조선에 일감을 주면 더 인원 감축을 할 필요도 없고 매각을 추진하지 않아도 된다”며 “매각을 하는 경우라도 야드가 가동되고 있는 상황이 경쟁적 입찰을 유도하는 데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의 주장은 정부가 공공선박을 발주함으로써 성동조선의 계속기업가치(존속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현재 성동조선의 청산가치는 4000억원이고 계속기업가치는 2000억원이다. 성동조선이 공공선박을 수주할 수 있다면 계속기업가치가 상승해 독자 생존이 가능하거나 매각절차를 밟더라도 매각가격이 높아질 수 있다.

또 운영자금 확보와 선수금환급보증(RG)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교수는 "야드가 가동되지 않고 놀고 있는 상황에서 RG를 요구해봐야 수용되기 어렵다"며 "반면 공공선박 발주를 통해 야드가 가동되면 운영자금이 확보되고 RG발급의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공공선박 발주는 정부의 조선 산업 발전계획의 내용 중 하나이기도 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4월 조선 산업 발전 전략을 발표하면서 2018년부터 5년간 조선업에서 불황 이전 수준인 연평균 3000명의 신규채용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정부는 공공선박 최소 40척, 약 5조5000억 등 2020년까지 200척 이상이 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조조정 업계 한 관계자는 “일감으로 야드가 가동되는 상황이라면 향후 수주액을 감안해 인수자가 고용 승계의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되고 업황이 좋아지는 상황에 숙련된 노동자를 빨리 투입할 수 있는 장점도 생긴다”고 말했다.

◇ 특수함, 중소형 조선소에 맡길 수 있나

그러나 실제 정부가 공공선박을 중소형 조선소에 할당할 것인지 의문이다. 또 공공선박 발주에 앞서 다시 구조조정을 요구하면 닭이 먼저냐 닭걀이 먼저냐 하는 식의 도돌이표 논란이 재현될 수도 있다. 보다 현실적으로는 군함과 같은 특수함을 중소형 조선소에 맡길 수 있느냐는 지적도 있다.

이 교수는 "특수함이라도 대형조선과 블록을 나눠 제작할 기술적 필요성도 있다"며 "결국 정부의 의지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성동조선을 비롯한 중소형조선소에 대한 전향적인 정책을 기대할 수 없다면 유휴인력을 활용할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성동조선은 법정관리가 결정되면서 상반기에만 360여명이 희망퇴직하고 현재 생산직 570명과 사무직 250여명이 남았다. 법원은 채권단과 사측의 신청으로 추가 인원감축을 전제로 인가 전 M&A를 결정했다. 성동조선의 노조는 추가 인원감축에 반발해 단식농성을 이어가는 등 채권단과 사측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양인정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