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비트코인 선물 따르는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개·폐장 있고 기관투자가 늘어...SEC 연내 9개 상품 승인 결정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승인을 검토 중인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사진=madpixel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올 하반기 가상화폐 시장의 가장 큰 이슈는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일 것이다. 비트코인 ETF 승인을 검토 중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발표에 따라 비트코인 가격은 연일 크게 출렁이고 있다. 비트코인 ETF가 승인되고 나면 비트코인 가격이 최대 4만달러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비트코인 ETF란 무엇이고 시장은 왜 열광하는 걸까.

먼저 상장지수펀드(ETF)의 개념을 짚고 넘어가 보자. ETF란 S&P500, 코스피 200과 같은 특정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로 전세계 자산운용사들이 발행하는 투자 상품이다. 인덱스 펀드와 뮤추얼 펀드의 특성을 결합한 상품으로 대형 기관투자가가 주로 매매하며 개인투자자는 증권사나 펀드매니저를 통해 거래에 참여하게 된다.

◆비트코인 ETF, 선물(Futures)가격따라 산정 

비트코인 ETF도 이와 다르지 않다. 특정 지수를 추종하는 만큼 비트코인 전체 시세를 하나의 종목으로 묶어 거래에 이용된다고 이해하면 쉽다. ETF는 수수료 등 거래 비용이 낮고 주식과 비슷한 특징이 있어서 투자 자산으로 매력적이다. 비트코인 ETF가 등장하면 그만큼 비트코인 투자 문턱도 낮아지는 셈이다.

여기서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비트코인 시세는 각 국마다, 개별 가상화폐 거래소마다 천차만별인데 이를 하나의 종목으로 묶는 것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가상화폐 정보업체 코인힐스에 따르면 9일 현재 전세계 가상화폐 거래소는 210곳이 넘기 때문이다.

때문에 현재 승인 대기 중인 대부분의 비트코인 ETF들은 가상화폐 거래소 상의 시세 보다는 비트코인 선물(Futures) 계약을 통해 지수 산정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와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는 비트코인 선물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비트코인 선물을 바탕으로 한 비트코인 ETF는 그만큼 공신력을 보장할 수 있는 상품으로 여겨진다. 비트코인 선물을 판매하는 CBOE와 CME, 여기에 SEC의 승인까지 더해진 ‘안전한’ 자산이라는 것이다.

◆’큰 손’ 투자자 유입 기대감

더욱이 24시간 거래되는 가상화폐 시장과는 달리 ETF 시장엔 개장과 폐장이 존재한다. 기존에 불철주야 시세 그래프만 좇던 비트코인 투자자들이 폐장 이후엔 한 시름 놓고 있어도 된다는 얘기다.

여기에 비트코인 ETF 한 주의 크기는 약 25BTC(비트코인의 최소단위)다. ETF는 한 바스켓에 최대 5주를 담을 수 있고 바스켓 단위로 거래된다. 즉 1BTC로 거래되던 비트코인을 한 번에 125BTC씩 거래할 수 있게 된다. 그만큼 ‘큰 손’ 투자자들이 대량 유입되고 시장 파이 자체가 커질 수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ETF가 승인되면 비트코인 가격이 최대 4만달러대까지 뛸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가상화폐 리서치그룹 아이언우드(IronWood)의 마이클 스트러튼(Michael Strutton) 최고경영자(CEO)는 “비트코인 ETF가 SEC의 승인을 받으면 피델리티, 아메리프라이스파이낸셜 등 기관투자가는 물론 개인 투자자들의 유입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비트코인 ETF가 승인되면 비트코인 가격은 최소 2만6000달러에서 최대 4만4000달러까지 뛸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가상화폐 헤지펀드 블록타워(BlockTower)의 아리 폴(Ari Paul) 공동 설립자는 “2017년 중반부터 기관 자금이 가상화폐 시장으로 유입되기 시작했으나 그 속도는 다소 느렸다”며 “올 9월 비트코인 ETF와 같은 상품이 나온다면 비트코인은 랠리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EC는 다음 달 말로 승인 결정을 연장한 반에크-솔리드X 비트코인 ETF를 포함해 다음달까지 비트코인 ETF 상품 9개의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그래픽=이석인 기자

◆’신중 또 신중’ SEC, 비트코인ETF 두 달 안에 9건 승인 여부 결정

아직 비트코인 ETF가 넘어야 할 산은 높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승인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SEC는 지난달 27일 윙클보스 형제가 신청한 ‘윙클보스 비트코인 트러스트 ETF’의 승인을 거절한 데 이어 이달 7일에도 투자은행(IB) 반에크(VanEck)와 스타트업 솔리드X가 신청한 ‘반에크-솔리드X 비트코인 ETF’의 승인을 다음달 30일로 연기했다.

SEC는 비트코인 ETF의 승인 거절 이유로 불확실성과 투자자 보호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SEC는 윙클보스 형제의 ETF 승인을 거절하면서 ▲비트코인과 비트코인 시장이 조작에 민감한가 ▲’전통적 방식’으로 사기 및 조작을 감지하고 방지할 수 있는가 ▲투자자와 대중의 이익을 보호하는가 등의 항목을 통해 “비트코인이 현행 법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답변한 바 있다.

비트코인 ETF가 추종하는 비트코인 선물 역시 문제가 많다고 SEC는 지적한다. 비트코인 선물은 계약 거래량과 유동성이 너무 낮은데다 가상화폐 거래소 상의 비트코인 시세를 따르지 않기 때문에 이를 지표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실제 CME에서 올 상반기 체결된 비트코인 선물 거래량은 5431건인데, 이는 지난해 한국거래소의 코스피200 선물 일평균 계약 20만72건의 2.71%에 불과하다.

SEC의 고민이 깊어지는 동안 승인을 기다리는 비트코인 ETF 상품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오는 9월까지 SEC가 승인 여부를 결정할 상품만 9개에 이른다. 오는 23일에는 ETF 전문기업 프로셰어즈(Proshares)가 신청한 비트코인 ETF 상품 2개에 대한 답변이 공개될 예정이다. 프로셰어즈는 지난해 12월 4일에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통해 승인을 신청한 상태다.

다음달 15일에는 그라나이트셰어즈(GraniteShares)가 만든 비트코인 ETF 상품 2개에 대한 답변이, 21일에는 자산운용사 디렉션(Direxion)이 신청한 4개 비트코인 ETF에 대한 답변이 공개된다.

다만 반에크-솔리드X 비트코인 ETF의 승인을 연기한 것처럼 이들 상품의 승인 여부도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SEC는 최종 결정 마감일을 내년 2월말까지 연장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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