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생명보험업계 “IFRS17 도입 적립금 쌓으면 이익 크게 줄어”
“상품설계와 판매, 심사 등의 역량 중요”

[한스경제=전근홍 기자]국내 생명보험사들이 보험가입자들의 사망확률을 실제보다 높게 잡고 위험보험료를 책정하는 방식으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보험금 지급비율(사차율·死差率)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위험손해율은 사망보험금을 위험보험료로 나눠 계산한 것이다. 즉, 보험사들이 받은 위험보험료와 비교했을 때 실제로 지급된 보험금이 얼마나 되는지 나타내주는 경영지표다. 이에 따라 100%가 넘으면 손실이, 그 이하면 이익이 난 것으로 본다. 여기서 사차율이 100%미만이란 보험사가 종신보험 설계시 가입자가 납입 00년후 사망할 경우를 산정하고 해당년도 보험료 지급액을 예상해 놓았으나 매년 사망자수가 예상치보다 감소해 실제 사망보험금이 예상했던 수치보다 적게 나갔다는 의미다. 이 경우 보험사는 준비해뒀던 사망보험금 지급액을 보유할 수 있게돼 자산이 늘어나는 것이고 이에 따라 자산운용수익이 발생하면 반사이익을 얻게된다. 이렇게 발생하는 반사이익은 보험사가 가입자 중 매년 사망자 수를 예측하는 위험손해율만 현실화해도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이에 대해 종신보험을 판매한 보험사는 의료기술과 예방의학 발전으로 수십년전 산정해 놓은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반사이익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내 보험업계가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새 회계기준(IFRS70) 도입에 앞서 보다 현실적인 사차율 산정 지표가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정확한 지표가 마련돼야 보험사에 대한 실질적이고 객관적인 자산 평가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9일 금융감독원 금융정보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25개 생명보험사의 위험손해율은 평균 76.81%로 나타났다. 이는 당해년도 종신보험 가입자 가운데 사망보험금으로 100원(위험보험료)을 지급할 것으로 예상해놨는데 실제 사망보험금 지급액은 76원 정도였다는 얘기다. 지급하지 않은 나머지 24원은 재무제표상 보험사의 이익으로 간주돼 이 부분이 해마다 보험사의 순익에 반영되는 것이다. 만약 위험보험료를 낮추면 새 회계기준이 적용되는 시점인 오는 2021년이후엔 충당 적립금에 일부 포함돼 위험보험료를 높게 잡았을 때보다 보험사의 순익은 줄어들게 된다.   

올해 1분기 조사대상 생보사(25개)들이 거둬들인 위험보험료는 14조2905억2300만원이며, 지급한 사망보험금은 11조5546억3400만원으로 집계됐다. 2조원을 웃도는 차익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보험업계에선 현행 회계제도 상 보험계약 수익은 보험료 수취 시 투자 요소를 포함해 인식돼 왔지만 새 회계기준(IFRS17)은 이를 배제하기 때문에 상품 설계와 판매, 심사 등의 역량이 중요해져 위험손해율을 떨어뜨려야 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출처=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사망보험금을 적절하게 지급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위험보험금과 사망보험금 지급의 격차를 나타내주는 사차손익(死差損益)은 통상 100을 기준으로 하는데 100에 가까울수록 보험사가 위험률을 적정하게 보험료에 반영했다는 의미다. 이 때 100보다 작으면 보험사가 이익을, 100을 넘어서면 손해를 보는 구조이다. 예를 들어 위험손해율이 20%라는 의미는 올해 실제 80명이 사망했는데도 거둬들인 보험료에 반영된 위험률은 100명이 사망할 것이라고 보고 기준을 늘려 잡았다는 것이다.

주로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해서 사망보험금 지급률이 높게 나타났는데 보험사별로 보면 AIA생명이 99.43%로 사실상 지급하는 사망보험금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98.73%)보다 0.7% 포인트 오른 수치다. 이외에 DGB생명(94.76%), KDB생명(94.45%), 현대라이프생명(93.46%), 흥국생명(90.94%) 등이 비교적 사망보험금 지급을 원할히 해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형생보사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은 각각 81.06%, 81.21%, 78.24%로 집계됐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원론적으로는 사망보험금과 위험보험료는 서로 같아야 되는 것이 맞다”면서 “보험금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 도입으로 적립금을 충분히 쌓아야 하는 점과 질병 등 일부 상품에 대한 위험이 크게 증가하고 있어서 소비자를 기만하기 위해 할증하는 방식을 취했겠느냐”라고 해명했다.   

전근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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