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6차 지정심의회의 합의 실패...복지부, 약사회 설득 적극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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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 김지영 기자]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조정을 위한 회의가 8개월 만에 재개됐지만 약사들의 거센 반발로 정부가 좀처럼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8일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일반의약품 품목 조정을 논의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모처에서 ‘6차 지정심위원회의’를 열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이날 보건복지부는 △제산제 △지사제 △항히스타민 △화상연고의 편의점 판매약 품목 포함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심의위원들을 대상으로 표결을 진행했다. 심의위원은 총 10명으로 약사계, 관련 전문가,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 중 6명이 투표에 참석했고, 약사계 대표 2명은 모두 불참했다.

투표 결과, 제산제와 지사제는 편의점 판매 품목에 포함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의견이 모아졌다. 반면 항히스타민제와 화상연고는 추가 대상에서 제외됐다.

오전 7시부터 3시간 30분 동안 회의가 진행됐지만 제산제와 지사제 포함을 고려한다는 사항만 결정됐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을 넣을 것인지는 또 다시 다음 회의로 미뤄졌다. 지난해 3월 첫 회의가 진행된 지 1년 5개월이 지났음에도 결국 제자리인 것이다.

강봉윤 약사회 정책위원장/사진제공=연합뉴스

◇약사회 인사 '자해'까지…정부 '뒷짐'

약사회는 제산제와 지사제를 편의점 판매품목에 포함하는 것에 반대할 뿐 아니라 현재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진통제 타이레놀을 제외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제산제로는 보령제약 겔포스가, 지사제는 대웅제약 스멕타가 유력 품목으로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약사회는 겔포스는 6개월 미만 영·유아에게 사용할 수 없다며 안전상비의약품 검토기준안에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강봉윤 약사회 정책위원장은 “제산제·지사제 효능군 추가 확정 및 이에 대한 약사회의 합의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며 “이와 관련해 약무정책과 관계자의 확인을 재차 받은 바 있다”고 밝혔다. 강 위원장은 지난해 열린 5차 회의에서 안전상비약 품목 조정에 반대하며 옷을 풀어헤치고 칼로 자해를 시도한 바 있다.

이처럼 자해 소동까지 벌이는 등 약사회가 물러서지 않자 정부도 섣불리 결론을 짓지 못하고 있다.

◇약사회 눈치 보는 복지부…피해는 소비자 몫

품목 조정 회의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는 데도 정부 당국은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윤병철 복지부 약무정책과장은 "현장에서 제산제, 지사제 외 다른 효능군(항히스타민제, 화상연고)이 언급되면서 논의가 길어졌다"며 "우선 다음 회의에서 제산제와 지사제 효능군 의약품을 검토키로 했으며, 개별 품목에 대해서는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을뿐 다음 회의 일정이나, 약사회를 설득하기 위한 대책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소비자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편의점에서 상비약을 구매하는 이유는 △공휴일, 심야시간 등 약국 이용이 불가능해서 74.6%(1179명) △가벼운 증상으로 스스로 상비약 복용으로 치료가 가능할 때 15.3%(242명) △편의점이 약국보다 가깝기 때문 7.4%(117명) 순이었다. 또 편의점 등 상비약의 약국외 판매의 확대해야 할 품목으로는 △제산제(1011명) △지사제(1009명) △포비돈 액(914명) △화상연고(861명) 순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여론이 편의점 상비약 품목 조정을 원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최예지 경실련 사회정책 팀장은 “품목 조정이 1년 5개월째 표류하고 있음에도 복지부가 특정 단체의 눈치를 보느라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며 “약사회의 거센 반발로 소비자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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