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주 52시간 근무..영화계의 득일까 실일까
[이슈+] 주 52시간 근무..영화계의 득일까 실일까
  • 양지원 기자
  • 승인 2018.08.10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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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이미지투데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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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양지원 기자] 지난 7월부터 근로자의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고 있다. 장시간 노동을 개선하고 근로자들의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문화를 지향하기 위해 마련된 이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영화계에도 적용됐다. 하지만 시간과 장소, 날씨 등 변동이 잦고 특수한 상황이 따르는 영화 촬영장에서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영화 관계자들은 “탄력적인 근무가 시행돼야 하는 것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하지만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제도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오전·오후 근무자 따로..유닛제 도입

그 동안 영상·오디오 기록물 제작 및 배급업에 속하는 영화계는 그 동안 특례업종에 포함돼 이 제도로부터 자유로웠다. 하지만 국회환경노동위원회는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 공중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까닭에 기존의 특례업종 26개에서 21개를 제외했다. 영상·오디오 기록물 제작 및 배급업도 특례 제외업종에 포함됐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300인 이상 사업장은 올해 7월 1일, 50~300인 사업장은 2020년 1월 1일, 5~50인 미만 사업장은 2021년 7월 1일부터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따라야 한다. 보통 상업영화는 50~300인 사업장에, 독립영화 및 저예산영화는 5~50인 사업장에 해당된다. 이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완전히 적용되기까지는 짧게는 1년 6개월, 길게는 3년 정도 시간이 있다.

현재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적용 전인 ‘유예기간’에 속한다. 수많은 제작사들은 새롭게 도입된 근로개정안에 맞추기 위해 근무 시스템을 바꾸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도 그럴법한 것이 기존 영화 촬영 현장은 감독과 제작사의 뜻에 따라 근무 시간에 제약 없이 일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도입됨에 따라 근로자가 원한다해도 연장근무는 불가능하다.

올해 말 촬영에 돌입하는 윤제균 감독의 신작 ‘귀환’을 제작하는 JK필름은 오전과 오후 근무자를 나눈 유닛제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길 대표는 “영화에 200~300명이 나오는 사극일 경우 의상과 분장팀은 새벽부터 나와야 한다. 52시간 근무에 맞추려면 8시간 씩 나눠 교대 근무를 해야 한다”며 “‘귀환’부터 유닛제를 비롯해 여러 시스템을 테스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유닛제는 팀별 근로자 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제작사 입장에서 부담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길 대표는 “인력을 전문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노무사 등의 집단이 투입돼야 할 것 같다. 인력수급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 노동시간 단축과 임금 저하의 비례

자료사진./이미지투데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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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의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 도입된 제도지만 연장 수당 등 추가 근무를 할 수 없게 돼 개별 스태프의 임금은 저하될 것이리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영화 촬영팀으로 근무 중인 A씨는 “시급제로 급여를 받고 있다. 일한 만큼만 받아가는 것”이라며 “기존 환경처럼 불필요한 근로를 할 필요는 없지만 받는 돈이 적어진 건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현장의 막내 스태프의 경우 최저시급에 맞춰 급여를 받는다. 경력자에게는 차등 적용된 임금이 지급된다. A씨는 “남들 눈치 안 보고 정해진 근로시간 내에서만 일할 수 있다는 건 기쁜 일”이라면서도 “다만 급여가 줄어든다는 게 아쉽다”고 토로했다.

길 대표는 “스태프의 시급을 많이 주고 싶은 마음이지만 기준과 근거 없이 널뛰기를 할 수도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중·저예산 영화를 주로 제작하는 필마픽쳐스 한만택 대표 역시 “주 52시간 근무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 “그렇지만 예산 확보가 어려운 상태에서 급여를 많이 줄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주 52시간 근무도입은 제작비 상승에도 영향을 끼친다. 근로자들의 노동 시간이 줄면서 자연스레 촬영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길 대표는 “제작비 20~30% 정도는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했다.

■ 탄력적인 근무 환경 조성이 급선무

결국 영화인들이 바라는 건 탄력적인 근무환경 조성이다. 한 대표는 “탄력적인 근무가 가능해야 한다고 본다”며 “영화의 변동성을 고려해야 한다. 무조건 주 52시간 이후는 안 된다고 하는 게 최선의 방법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신과함께’ 시리즈를 만든 VFX(시각특수효과) 전문기업 덱스터 스튜디오는 300인 이상 사업장으로 지난 7월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를 도입해 실시하고 있다. VFX 회사 특성 상 일감이 몰릴 때는 더 많은 인원이 투입돼야 한다. 김용화 감독은 “우리나라는 고용 탄력성이 전무하다”며 “주 52시간 근무제와 함께 보완 제도가 있어야 한다. OECD 회원국 평균 정도의 고용 탄력성이 보완돼야 한다. 도종환 문화부 장관에게 이런 애로사항에 대해 말했다”고 설명했다.

‘범죄와의 전쟁’ ‘공작’ 등을 연출한 윤종빈 감독 역시 “시대의 흐름이고 이게 방향성이라면 그렇게 가야한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영화라는 건 특수직종이다. 매일 일을 하는 게 아니라 프로젝트 진행 기간 동안에만 일하는 것 아닌가. 그런 것이 반영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식 시스템처럼 간다면 권리와 의미가 함께 부여됐으면 한다. 합리적인 시스템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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