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대법원 판례 “소비자를 위한 설명의무위반 책임 크다”
삼성 이어 한화생명도 즉시연금 "미지급금 안주겠다"
금융감독원 홈페이지 별도 접수 공간 마련

[한스경제=전근홍 기자]한화생명이 금융감독원의 즉시연금 미지급금 권고안에 대해 분쟁조정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삼성생명의 일괄구제 권고안 수용 거부에 이어 두 번째다.

이들의 즉시연금 미지급금 수용안 거부는 다른 성격이다. 삼성생명은 금감원에 접수가 된 분쟁조정안을 수용하고 약속한 최저보증이율대로 연금액을 계산해 지급하겠다는 것이며 추산되는 전체 계약 건에 대해 법률적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한화생명은 분쟁조정안 자체를 거부한 것으로 사안 전부 법에 의견을 맡기겠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선 삼성과 한화가 금감원이 내세운 소비자보호 방침에 이 같이 반기를 든 이유로 상장사이기에 주주들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소비자에게 돌려줄 보험금보다 주주들에게 돌아갈 배당금을 무시할 수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출처=연합뉴스

금감원 對 보험사 대립 심화하나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한화생명이 금융감독원의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 지급 분쟁 조정안 등에 대해 일제히 거부의사를 밝히면서 소비자보호 방침에 대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즉시연금(만기환급형)상품은 가입자가 일시에 보험료를 내면 위험보험료, 사업비 등을 뗀 보험료(순보험료)로 자금을 운용해 그 이익을 연금으로 지급한다. 이후 사망하거나 만기가 되면 원금을 돌려받는 방식이다.

자금운용 상황에서 금리가 낮아져 보험사 자체 수익금이 줄었더라도 계약당시 약속했던 최저보증이율에 순보험료를 곱해 연금을 지급하는데, 문제가 된 부분은 만기에 돌려줄 원금을 위해 적립금을 쌓는 과정에서 한 번 더 차감한 사업비에 있다. 

이중으로 사업비를 차감하다보니 매달 지급받는 연금액이 최저보증이율로 계산했던 것보다 부족했던 것이다.

이같은 이유로 삼성생명 즉시연금에 가입한 한 소비자가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에 조정신청을 내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분조위는 삼성생명 즉시연금 가입자가 제기한 민원을 토대로 약관의 모호함을 지적했고, 가입자 약 5만 5000명분에 해당하는 총 4300억원(1인당 790만원)의 미지급금을 일괄 지급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삼성생명은 민원인이 제기한 ‘가입설계서 상의 최저보증이율 예시 금액’ 지급에 대해 수용 의사를 밝혔지만 전체 가입자를 대상으로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 법률적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한화생명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민원이 제기된 1건에 대해 불수용 의사를 드러낸 것이다. 삼성생명처럼 민원이 제기된 건에 대해 수용할 경우 재판을 진행해 화해를 한 것과 유사한 효력이 있는데다 모든 건(2만5000명, 850억원 추산)들에 대해 지급하라는 압박을 피해가겠다는 의중이다.

이러한 상황에 금융감독원은 인터넷 홈페이지 메인에 즉시연금 분쟁조정 접수 공간을 별도로 만들어 즉시연금 가입자의 분쟁조정 신청을 적극적으로 유도한다는 방침을 세워 금감원과 보험사의 대립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실익도 없는 소송전...보험사 "주주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것" 

보험업계 안팎에선 소송전으로 비화될 경우 보험사들의 실익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의 신뢰가 담긴 보험료를 바탕으로 운영되는데, 이미지 실추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객이 이해하기 어려운 약관 내용에 대한 보험사의 설명의무에 무거운 책임을 묻는 경향이 있어 쉽지 않다는 평이다.

이번 사태의 시발점이 된 삼성생명의 약관을 보면 ‘연금계약적립액은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상에 따른다’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문구로 표기돼 있었다.

약관이나 사업방법서상에 공제금액 발생에 대해 명시된 부분이 있더라도 소비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할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점에서 재판상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 대법원의 판례 경향을 보면 “보험사가 적절한 추가자료를 활용하는 방법으로라도 보험상품의 특성과 위험성에 관한 보험계약의 중요사항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고 판결하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가 나서서 즉시연금 사태에 대해 법적 분쟁으로 비화되는 것을 좋아 하겠느냐”면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경우 상장사이기에 주주들의 배당금을 신경쓰고 있는 듯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보험사가 소위 캐쉬카우(현금창출원)일 것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운영되는 자금을 함부로 사용하게 되면 추후 배임죄 논란 등에 휩싸일 수 있기에 법적 분쟁으로 번지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전근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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