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정부-부동산 시장 힘겨루기, 당분간 계속될 것

[한스경제=김서연 기자] 서울 아파트 값이 23주 만에 최고 주간 상승률을 경신하는 등 서울 지역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를 조짐에 정부가 또 다시 칼을 빼들었다. 정부는 오는 13일부터 부동산 시장 단속을 강화하고, 이달 말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청약조정지역 등 투기 규제 지역을 재조정할 계획이다. 추가 규제 윤곽은 잡혔고, 이같은 규제가 부동산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또 다른 추가 대책이 나올지에 시선이 옮겨갔다.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서울 단속 강화·투기지역 추가 지정

10일 정부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오는 13일부터 서울시 주택매매 거래에 대한 자금조달계획서 등 실거래 신고내용을 집중 조사한다. 지난 3일 열렸던 국토부-서울시 정책협의 T/F회의의 후속조치다. 지난해 9월 26일부터 서울시 25개구 등 투기과열지구에서는 3억원 이상 주택매매 시 자금조달 및 입주계획서 제출이 의무화돼 있다.

국토부는 서울시와 각 구청, 국세청, 한국감정원 등과 ‘부동산거래조사팀’을 구성하고 8일 킥오프 회의를 열어 조사 방안을 논의했다.

이를 통해 조사팀은 13일부터 곧바로 서울 전역에 대한 집중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조사대상은 서울시 전체의 6월 이후 실거래 신고분 중 불법거래 의심건이다. 업·다운 계약, 편법증여 등 불법행위가 의심되는 사례를 집중적으로 조사해 위법 사례가 발견되면 과태료를 부과하고 국세청, 경찰청 등 관계기관에 즉시 통보할 예정이다.

조사는 10월까지 하기로 하되, 집값 불안이 계속되면 연장할 수 있다.

이에 더해 국토부와 서울시는 7일부터 특별사법경찰과 구청 담당자로 구성된 부동산 시장 현장점검반을 가동했다. 주요 과열지역의 대단위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불법중개 및 주택공급 질서 교란행위를 집중 단속 중이다.

20일부터는 최근 2개월 동안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논란이 된 구역과 민원이 다수 발생한 구역을 중심으로 정비사업 조합에 대한 합동 점검을 실시한다. 용역계약, 조합회계 등 조합 운영실태 전반, 8·2 대책의 투기과열지구 지정에 따른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준수 여부 등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이달 말부터 서울에 투기지역을 추가 지정하고, 광명 등 수도권 일부를 투기과열지구로 묶는 방안도 정부 차원에서 검토되고 있다. 투기 관련 지역으로 묶이면 대출과 세금, 청약에 제약이 가해져 일시적으로 시장 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국토부는 지난 2일 8·2 부동산 대책 1주년을 맞아 “서울 일부 지역에서 집값이 상승하고 있어 집값 안정을 위해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청약조정지역 등을 추가로 지정하고 지방 조정대상지역 중 시장이 안정되고 청약과열이 진정된 지역에 대해서는 해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토부는 이에 따라 한국감정원과 함께 규제지역 추가 지정 또는 해제 지역 선정에 들어가 마무리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달 말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을 거쳐 최종 대상 지역을 발표할 예정이다.

서울 전역은 현재 청약조정지역, 투기과열지구로 묶여있는 상태다. 이중 강남권을 비롯한 마포·용산·성동·영등포·노원구 등 11개 구는 투기지역까지 지정돼 있다. 최근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진 여의도·용산·강남권은 이미 투기지역으로 묶여 있고, 나머지 비투기지역 14개 구 가운데 일부가 투기지역으로 추가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투기지역 지정 요건은 직전 달의 집값 가격 상승률이 전국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30%(1.3배)를 넘는 지역 중에서 직전 2개월 평균 가격 상승률이 직전 2개월 평균 전국가격상승률의 130%보다 높거나, 직전 1년간 가격상승률이 작년 3개월 평균 전국 가격상승률보다 높은 경우가 1차 검토 대상이다. 종로·중·동대문·동작구 4군데는 투기지역 지정 요건에 현재 해당된다.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사진=연합뉴스

서울 아파트값·전셋값도 올라

정부의 추가 집값 규제 예고가 무색하게도, 서울 아파트값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값은 0.18% 상승해 지난주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로 부동산 시장의 비수기가 찾아왔음에도 불구하고 4주 연속 상승폭이 확대됐다. 구별로는 통합개발 등 개발 호재가 있는 용산구와 영등포구가 각각 0.29%로 서울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강남 4구(동남권)도 재건축 단지 등의 거래가 늘며 지난주보다 0.04%포인트 커진 0.20% 상승했다.

하지만 경기도의 아파트값은 지난주 대비 0.1% 하락했고 지방도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0.11% 떨어졌다. 지방에서는 경남(-0.33%), 울산(-0.29%), 충남(-0.12%), 충북(-0.19%) 등지는 지난주보다 하락폭이 커졌다.

여기에, 전세금도 다시 오르고 있다.

부동산시장 분석업체인 부동산인포가 부동산114 아파트 전셋값 변동률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강동구 전셋값이 상승하거나 하락세를 좁힌 것으로 분석됐다. 서초구의 상승 폭이 0.16%로 가장 컸다. 강동구(0.13%), 강남구(0.11%)가 뒤를 이었다.

송파구 소재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는 “가을 이사철이 다가오면 전세 수요가 늘어나 전세금은 더 상승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당분간 계속된다…정부·시장 ‘힘겨루기’

정부가 규제지역 재조정 카드를 내밀면서, 부동산 시장의 과열은 다소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로 묶이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 요건이 강화되고 담보 대출 건수도 제한되는 등 제약이 있다. LTV은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을 때 적용하는 담보가치(주택가격) 대비 대출한도를, DTI은 소득을 기준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한도를 정한 비율을 뜻한다. 투기과열지구는 재건축 조합원 지위양도, 정비사업 재당첨 제한 등의 규제도 가해진다. 청약조정지역으로 묶이면 청약 1순위 자격 요건이 까다로워지고 2주택 이상 보유자의 양도소득세가 중과되는 등 세금 부담도 커진다.

정부가 이번 규제지역 재조정과 함께 재건축, 세제 관련 추가 규제를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도 함께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 규제로) 일단 과열은 다소 진정돼 가격 상승은 주춤할 수 있으나 단기적이라는 것이 문제”라며 “중장기적으로는 공급 확대 등 다른 대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국토부가 가격이 급등한 재건축 단지들을 중심으로 합동 단속을 나간 것은 다시 상승세를 보이는 재건축 단지가 과열되는 것을 잡기 위함”이라며 “여기(재건축)서 추가 규제도 충분히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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