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디젤게이트 의혹도 피했던 '디젤 왕국' BMW, 화재로 신뢰도 추락
소프트웨어 문제 드러나면 소비자에 배출가스 감축 비용 전가한 셈
또다른 디젤게이트 국면 우려
새로운 배출가스 기준 적용되면서 디젤엔진 퇴출 가속화할 전망

[한스경제=김재웅 기자] BMW 디젤 엔진이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됐다. 배출가스 조작 의혹에는 비껴갔지만, 화재 위험성이 대두되면서다.

10일 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BMW 520d는 7월 523대가 판매되면서 전달(963대)보다 45.7%나 폭락했다.

여전히 올해 누적 판매량은 7229대로 가장 많지만, 2위인 E200(7137대)과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9일 화재로 전소된 320d. 올 들어 3시리즈 판매량(7287대) 중 41.2%(3004대) 비중인 인기 모델이다. 사진=연합뉴스

‘디젤 왕국’ BMW마저

BMW는 독일 3사 중 유일하게 디젤게이트에서 자유로운 브랜드다. 폭스바겐과 다임러 등 독일 브랜드는 정부로부터 새로운 배출가스 조작 혐의를 받고 있다. 배출가스를 정화하는 요소수 배출량을 소프트웨어로 조작했다는 의혹이다. 하지만 BMW만은 미국에서 혐의 없음으로 판정받은 상태다.

실제 BMW는 디젤 모델 판매 비중도 높은 편이었다. KAIDA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작년 BMW 전체 판매량(59624대) 중 43639대(73.2%)가 디젤 모델이었다.

이는 같은 기간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 엔진 판매 비중(47.2%)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그러나 화재 사건이 본격화된 7월 들어서 BMW의 디젤 엔진 판매 비중은 64%로 급락했다. 3만8527대 중 2만4644대다.

모델별로는 320d가 -87.5%, 420d가 최대 -33.3% 등 볼륨 모델에서 감소세가 뚜렷하다. 플래그십인 7시리즈에서도 730Ld가 -73.1%, 740d xDrive가 -19% 등 약세가 나타났다.

BMW가 2011년 발표한 BMW EfficientDynamics 디젤 여과 필터. BMW 제공

소프트웨어 문제시, 소비자에 비용 전가 가능성

일단 BMW 디젤 엔진 화재 원인은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문제로 잠정 결론난 상태다. BMW가 자체 조사를 통해 찾아냈으며, 지난 달 말부터 진행 중인 리콜 역시 EGR 장치를 교환해주는 내용이다.

그러나 화재 사고가 국내에서 일어났을 뿐 아니라, 비리콜모델, 가솔린 모델로도 퍼져나가면서, 화재 원인도 미궁으로 빠진 상태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소프트웨어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보고 있다. BMW가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추가 부품을 장착하는 대신, EGR을 더 강력하게 가동하도록 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BMW가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 차량 내구성을 약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배출가스 감축 비용을 소비자에게 떠넘긴 셈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만약 소프트웨어가 문제라면 디젤게이트와 버금가는 사태"라며 "제작사가 배출가스 감축 비용을 소비자에 전가했다면 디젤게이트 이상의 심각한 도덕적 책임을 물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 코란도C도 배출가스 규제 강화에 따라 내년 다시 태어나야만 하는 상황이다. 쌍용자동차 제공

디젤 엔진 수난 시대 개막

BMW 화재 사고로 디젤 엔진에 대한 신뢰도 크게 떨어졌다. 7월 수입차 시장 디젤 엔진 판매 비중은 46.9%였다. 올해 누적 점유율(49.3%)보다 크게 낮았다. 작년(43.9%)보다는 다소 많았지만,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판매 중지에 따른 기저효과라는 분석이다.

이번 의혹은 디젤게이트와는 달리 소비자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힌다는 데에서 더 디젤 엔진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디젤게이트는 소비자들의 도덕적인 판단에 맡겼다면, 화재 사건은 현실적으로 디젤 엔진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를 만들었다"며 "원인 규명이 늦을 수록 의혹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화재 사고는 독일 자동차 브랜드의 디젤 엔진 기술이 규제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오는 9월 국내와 유럽에서 WLTP가 전면 적용되면서 자동차 시장에서도 디젤 엔진은 점차 설 자리를 잃게 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현대차가 그랜저 등 세단에서 디젤 모델 생산을 중단했다고 알려졌다.

쌍용자동차는 내년 디젤엔진 라인업을 전면 개편할 예정이다. 당장 코란도C가 새로운 모델로 교체된다. 정부가 내년 9월까지 일부 차량 판매를 한시적으로 허용한 덕분이다. 르노삼성도 디젤 엔진 개편을 고민 중이다.

수입차 중에서는 당장 단종되는 모델은 없지만, 연식 변경을 통해 배출가스 감축에 더 무게를 둘 예정이다. 이에 따라 연비와 출력이 떨어지면서도 차량 가격은 오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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