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백화점 3社, 임직원ㆍ고객 대상 출산 장려 및 지원 마케팅 강화
여자 소비자 유인ㆍ주 52시간 근무제ㆍ이미지 제고
한스경제-인구보건복지協, '저출산 극복' 캠페인 [22]
출산을 앞둔 신세계백화점 임직원이 SSG 마더박스를 열어보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신세계백화점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역대 최저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 수ㆍ2017년 기준 1.05명)을 보이고 있는 등 저출산 문제가 갈수록 심각성을 더하고 있는 가운데 유통업계는 내ㆍ외부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달 2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5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5월 출생아 수는 약 2만79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7.9%(약 2400명) 감소했다. 이는 1981년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후 동월 기준 역대 최저치다. 출생아 수가 3만명 아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역대 9번째다. 올 해 들어선 2월(약 2만7500명)과 4월(약 2만7700명)에 이어 벌써 3번째다. 저출산 현상이 나날이 가속화되고 있는 셈이다.

◇유통업계, 직원들의 출산ㆍ육아 관련 ‘경쟁적 지원’

유통업계는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백화점 3사인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은 직원들에 대한 다양한 지원을 통해 출산을 독려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2012년 대기업 최초로 자동육아휴직제를 시행하며 직원들의 출산과 육아를 장려하고 있다. 올 해 1월에는 유통업계 최초로 남성의무휴가제를 도입했다. 배우자가 출산한 경우 한 달 동안 의무적으로 육아휴직에 들어가야 한다. 정부 지원금과는 별도로 통상임금을 100% 보장해 소득이 감소되는 걱정도 덜었다. 아울러 ‘통큰 임산부 단축 근로 지원’을 시행해 임신을 인지한 시점부터 전 기간 급여 삭감 없이 하루 2시간 이상 단축근로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출산을 앞둔 직원들에게 50만원 상당의 육아용품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달 30일부터는 ‘SSG 마더박스’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SSG 마더박스에는 수유쿠션, 배냇저고리, 겉싸개, 모빌 등 15가지 정도의 육아용품이 담겨있다. 예비 부모들에게 무료로 육아용품이 담긴 베이비박스를 제공하는 핀란드 정부를 벤치마킹했다. 신세계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9일 “임신한 직원은 법정 육아휴직기간보다 최대 2년 정도 더 쉴 수 있다. 출산 시점부터 육아휴직을 붙이면 최장 3년까지 육아를 하면서 건강도 챙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은 아이를 낳은 직원에게 20만원 상당의 미역, 배냇저고리, 손싸개, 턱받이 등이 담긴 선물을 제공하며 출산축하금으로 첫째 20만원, 둘째 30만원, 셋째 1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올 해부턴 남자직원이 1년 육아휴직에 들어갈 경우 3개월간 통상임금 100% 보전, 육아월(30일 휴가제), 2시간 단축근무제(1개월간) 등을 골자로 한 ‘남성 육아참여 지원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이유? 女 소비자 유인ㆍ주 52시간 근무제ㆍ이미지 제고

유통업계의 출산ㆍ육아 장려의 이유는 크게 3가지로 분석되고 있다. 일각에선 여성 소비자 유인 정책의 연결선상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회사가 그간 여성친화경영을 해왔다. 사내에는 여성을 위한 이른바 ‘W멘토링’ 같은 프로그램이 있다. 이는 선후배 여성 직원들이 멘토와 멘티로 나뉘어 소통하는 프로그램”이라며 “최근 사회적으로 저출산 문제가 대두되다 보니 기존 프로그램을 보충해 직원들에게 출산, 육아까지 적극 지원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의 영향도 컸다는 분석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제는 ‘저녁이 있는 삶’과 일맥상통한다. 출산 지원이나 육아휴직도 큰 틀에서 보면 삶 속에서 여유를 갖자는 것”이라며 “소비자의 여가 시간은 유통업체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여유가 곧 소비로 이어지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여유를 가지는 삶이 사회적 흐름이라 유통업계도 이를 무시할 수 없었던 것 같다”고 짚었다.

유통업계는 나아가 대외 이미지 제고라는 효과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체들은 자사 직원들의 출산, 육아를 도울 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관련 마케팅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에잇포켓키즈'는 부모, 양가 조부모, 삼촌, 이모, 고모까지도 지갑을 여는 아이를 가리키는 신조어다. 유통기업은 유아나 ‘맘(Mom)’ 관련 마케팅을 통해 매출 향상을 꾀하는 것은 물론 출산ㆍ육아 장려라는 사회적 흐름에 동참하는 회사의 이미지도 함께 가져간다.

일례로 롯데백화점은 지난 6월 온 가족이 다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키즈 마케팅'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0~13세까지 자녀를 둔 고객을 대상으로 사은 쿠폰을 증정하는 한편 VIP라운지 음료이용권, 플레이타임 할인권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지는 '러블리 키즈(Lovely kids)' 회원 모집을 실시했다. 이 회원 제도는 엄마와 아기가 함께하는 새로운 멤버십제도로 무료주차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누구나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는 어린이 회원제다.

◇출산ㆍ육아 장려 분위기 지속? 정부의 기업 지원 필요

다만 유통업계의 이러한 분위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다소 미지수다. 조성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은 “출산을 하면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는 좋은 현상이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는 출산이나 육아휴직으로 인한 인력 공백이 비용에 가까운 것일 수 밖에 없다”며 “기업이 지속적으로 출산을 장려하고 육아를 지원하게 하려면 정부의 지원도 지금보다 더 필요하다. 정부의 더 많은 지원이 있을 때 기업도 지속적으로 그런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박종민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