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승훈 기자]백범(白凡) 김구(1876∼1949)가 세상을 떠나기 3개월 전에 독립운동 동지 후손에게 써준 휘호 ‘광명정대(光明正大·사진)’가 45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다.

문화재청은 13일 “김구가 1949년 쓴 휘호를 독립운동가 김형진(1861~1898) 후손인 재미교포 김태식(83)씨로부터 기증받아 지난 5일 국립고궁박물관에 무사히 인도했다”고 밝혔다.

‘광명정대’는 언행이 떳떳하고 정당하다는 뜻이다. 1949년 3월 26일 안중근 의사 순국 39주년을 맞아 김구가 독립운동 동지였던 김형진의 손자 김용식에게 직접 써서 선물한 것이다.

이 글씨에는 ‘광명정대’ 네 글자와 선물 받은 사람의 이름인 '김용식'과 작성 일자가 있다. 또 '김구지인'(金九之印)과 '백범' 인장이 찍혔다. 크기는 세로 110㎝, 가로 40㎝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전문가들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백범 휘호여서 희소가치가 크고, 필체에서 백범의 기백이 느껴지는 작품이라고 평했다"고 말했다. 김구의 붓글씨는 지금까지 3점이 등록문화재로 등록돼 있다.

백범과 김형진은 1895년 무력으로 일제를 격퇴할 것을 결의하고 군사를 요청하러 중국 선양(瀋陽)에 동행했다. 1896년에는 의병에 함께 가담해 활동했다.

하지만 김형진은 1898년 동학 접주(接主·동학 교단 조직인 접의 책임자)로 활동하다 체포돼 고문 끝에 숨을 거뒀다. 1990년에는 정부에서 고인의 공훈을 기려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김형진 사후 유족에 관심을 기울인 김구는 안중근 순국일인 1949년 3월 26일 '광명정대' 친필을 완성해 김형진의 손자인 김용식에게 ‘광명정대’를 써줬다.

이후 이 글씨는 1960년대에 김용식의 6촌 동생 김태식 씨에게 전달됐고, 김 씨는 1973년 이를 가지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올해 83세인 김 씨는 2021년 개관 예정인 ‘국립 대한민국 임시정부기념관’에 ‘광명정대’를 전해달라고 요청하며 주 시애틀 대한민국 총영사관을 통해 정부에 무상 기증했다.

문화재청은 “기증자의 간곡한 뜻에 따라 국립 대한민국 임시정부기념관에서 ‘광명정대’를 관리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문화재청은 광명정대를 기증받아 관리하다 기념관이 개관하면 전달하기로 했다.

김구 관련 유물 중에는 유묵 '한미친선평등호조'(韓美親善平等互助), '신기독'(愼其獨), '사무사'(思無邪)와 서명문 태극기, 인장, 혈의(血衣)가 문화재로 등록됐다.

이승훈 기자 hoon7@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