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최지윤 기자] 스테파니 리는 아직까지 배우 보다 모델 타이틀이 친숙하다. 10대 때부터 모델로 활동하며 정상급의 자리에 올랐다. 2014년 연기자로 전향, ‘선암여고 탐정단’ ‘용팔이’에 연이어 출연했지만 스스로 연기력 부족을 느꼈다. ‘끝에서 두 번째 사랑’ 이후 2년 여간 연기 공부를 한 덕분일까. MBC 종영극 ‘검법남녀’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약독물과 연구원 스텔라 황 역을 맡아 엉뚱 발랄한 매력을 드러냈다. 아울러 강력계 형사 차수호 역의 이이경과 로맨스로 재미를 더했다. “한국말을 잘해서 깜짝 놀랐다”고 하자 “자주 듣는다. 당연한 건데 특기가 하나 늘어난 느낌”이라며 웃는 스테파니 리. “아직도 ‘뉴트로지나’ CF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스텔라 황과 싱크로율이 높아 보였다.
“스텔라는 실제 모습과 많이 다르다. 싱크로율은 30% 정도다. 스텔라는 남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을 멋있게 표현하고 연애 방식도 쿨하지 않냐. 이런 점을 배우고 싶다. 스스로 엉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주위에서 내 개그 포인트 엉뚱하게 받아들이더라. 화려한 외모와 큰 키 때문에 가려졌지만 부끄러움도 많고 조용한 편이다.”
 
-독특한 캐릭터 어떻게 접근했나.
“정말 매력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지만 조금 부담스러웠다. 전문직이고 그냥 약사도 아닌 국과수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어서 표현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다. 48차원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봤다(웃음). 더 엉뚱하게 연기하면 진짜처럼 안 보일 것 같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열정을 가져서 엉뚱하게 보이는 거니까 그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의학 용어 외우기 힘들었을 텐데.
“주로 정보 전달하는 게 임무여서 PT아닌 PT로 설명해주는 신들이 많았다. 그 중 대본 5~6 페이지 분량을 쉬지 않고 독백처럼 약물을 읊는 장면이 정말 힘들었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한 번에 OK 사인을 받아서 뿌듯했다. 성경 기도문 외우듯이 평상시 밥 먹거나 헤어, 메이크업 받을 때도 계속 외웠다. 스태프들이 무서워할 정도였다(웃음).”

-이이경과 로맨스 호흡은 어땠나. 마지막 회 키스신 인상 깊었는데.
“오빠는 분위기 메이커였다. 입에 안 붙는 대사가 많아서 스트레스 받을 때 같이 읽어주면서 도와줬다. 오빠와 첫 키스신을 찍었는데 리허설 때 감독님이랑 얘기한 후 ‘놀라지마’ 하더니 컷 들어가서 뽀뽀를 해 깜짝 놀랐다. 덕분에 더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었다. 남자답게 딱 키스를 해줘서 멋있게 장면이 나왔다. 시즌2에서 차수호와 러브라인을 더 보여주고 싶다.”
 
-대선배 정재영은 어렵지 않았나.
“정재영 선배님이 특히 어려웠는데, 처음 만날 날 무서운 선배 이미지가 깨졌다. 촬영장에서 개그 감당이었다(웃음). 연기 관련해서 직접 조언하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줬다. 고규필 선배랑 정재영 선배 연기를 보면서 ‘우와! 저렇게 하는구나’ 감탄했다. 내 촬영이 아닐 때도 현장에서 가서 선배 연기를 보고 배웠다.”
 
-시청자 반응도 찾아봤나.
“이번에 많이 안 보려고 노력했다. 안 좋은 반응을 보고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없었다. 감독님, 작가님과 의논하면서 극에 몰입했다. 주변에서 좋은 반응 많다고 캡처해서 보내주더라. 스텔라 역 많이 사랑해줘서 감사하다. ‘약 제조하는 법 진짜 배운 것 같다’는 댓글이 가장 기분 좋았다. 당연히 미흡한 점이 있겠지만 내가 노력한 점을 알아봐주니까. 한 친구는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로 부모님 권유로 약대를 들어갔는데 ‘검법남녀’를 통해 국과수 약독물과 연구원에 대해 알게 됐다면서 ‘꿈이 생겼다’고 해 뿌듯했다.”

-시즌2 출연 생각은.
“처음부터 감독님이 시즌2를 감독님이 염두에 둔 것 같다. 마지막 엔딩에 시즌2 암시하는 장면 나오지 않았냐. MBC 사장님도 시즌2 제작을 약속했다. 나도 불러준다면 당연히 참여하고 싶다. 스텔라 황 캐릭터 스토리가 많았는데 더 못 보여줘서 아쉽다. 시즌2에선 좀 더 많은 캐릭터들이 살았으면 좋겠고, 미드처럼 시즌제로 계속 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끝에서 두 번째 사랑’ 이후 2년간 연기 쉬었는데.
“모델 일을 하다가 우연히 ‘선암여고 탐정단’으로 연기에 첫 발을 들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고, 연달아 ‘용팔이’까지 하면서 부족한 점을 많이 느꼈다.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즐거움으로 연기를 시작했는데 ‘그냥 막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구나’라는 걸 알게 됐다. 2년간 공백기를 가지면서 연기를 공부를 많이 했지만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 ‘검법남녀’에서 큰 역할을 맡아 걱정했는데, 예전보다 조금 나은 모습을 보여줘서 다행이다.”
 
-‘모델 출신 배우는 발연기를 한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모델이니까 ‘연기를 얼마나 잘 하겠어?’ 라는 시선으로 보는 분들이 많다. 어쩔 수 없는 부분 인 것 같다. 그만큼 더 열심히 하면 성과가 나오지 않을까. 아직도 ‘뉴트로지나’ 광고를 많이 기억해주는데 깨기 보다 새로운 이미지를 덮어쓰고 싶다. 좋은 작품에서 좋은 역할을 맡으면 또 다른 수식어가 붙지 않을까. 뭘 로든 기억해주면 좋다(웃음).”

-한국말을 잘해서 깜짝 놀랐다.
“이 말도 자주 듣는다. 교포 이미지가 강한데 강원도 춘천에서 자랐고, 초등학교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한국에 온지 8년이 넘어서 언어에 대한 장벽은 전혀 없다. 다들 ‘한국말 왜 이렇게 잘해요?’라고 칭찬하는데 당연한 거 아니냐. 특기 하나가 늘어난 느낌이다(웃음). 스테파니 리도 미국이름이자 세례명이다. 배우로는 한국 이름 이정아로 활동하고 싶다. ‘검법남녀’에서도 이정아로 이름을 올리고 싶었는데 스테파니 리로 나가서 아쉬웠다. 경계선이 애매해졌지만, 둘 다 사용하려고 한다.”
 
-모델 활동 아쉬움은 없나. 평소 몸매관리 비결도 궁금하다.
“열여섯 살 때부터 모델 활동을 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열심히 해 모델로서 높은 위치에도 서봤다.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몸매관리 비결? 어렸을 때는 살이 안 찌는 체질이었는데 바뀌더라. 지금은 모델 때보다 10kg 이상 쪘다. 운동을 꾸준히 하고 식단은 비수기, 성수기 나눠서 관리한다. 덜 먹고 운동하는 방법 밖에 없다. 먹고 안 움직이면 그대로 찐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는. 공유와 연기하고 싶다고.
“로코를 가장 하고 싶다. 예전부터 공유 선배와 연기하고 싶다고 했는데 내가 감히…. 팬으로서 정말 좋아한다. 내 이름보다 작품 속 캐릭터로 불리는 게 좋다. ‘선암여고 탐정단’과 ‘용팔이’는 부족함이 많아서 아쉬움이 남았다면, ‘검법남녀’를 통해 새로운 도전을 해 기쁘다. 베테랑 선배들과 연기하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

사진=김민경기자 min4300@sporbiz.co.kr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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