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재형 기자] 한반도 전역에 폭염이 수 주째 계속되고 있다.  14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국의 평균 폭염 일수는 26.1일로 최고로 더웠던 1994년 기록을 넘어섰다. 밤 최저기온이 25도를 넘는 열대야도 전국 평균 14.3일로 최장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무더위가 지속되는 것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상 이변사태가 세계 곳곳서 벌어지고 있다. 이렇게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올 겨울 추위도 맹위를 떨칠지 궁금증도 커지고 있디. 

기상청은 "기상관측사상 최악의 폭염이 일시적 현상에 그칠 기상이변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기상이변이 올 겨울에도 나타날 수 있고 내년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반복될 수 있다는 얘기다. 

국종성 포항공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최근 몇 년간 여름철 온도가 증가하고 기간이 넓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기상청은 ‘최근 10년간 특이 기상 및 영향’ 자료에서 2016~2017년에도 지속적으로 여름철 평균기온이 증가했다고 알렸다. 현재 나타나는 기상이변이 일시적이 아님을 보여준다.

당장 이번 겨울은 어떨까. 추위가 사라진 밋밋한 겨울이 될까. 아니면 정반대로 여름에 엄습한 폭염과 극적인 대비를 이룰 정도로 맹렬한 추위가 찾아올까.

지난 겨울 한파로 인해 바닷가가 얼어 붙은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전곡항 주변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한 정확한 예보는 아직 없다. 기상청은 기후 예보를 준비하기 위해 김백민 극지연구소 박사, 국종성 포항공대 교수, 예상욱 한양대학교 교수, 안중배 부산대학교 교수를 포함한 기상 전문가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논의를 진행했다.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매월 앞으로 3개월이후 기후 동향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서태건 기상청 기후예측과 예보관은 “우리나라 기후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여러 인자를 분석해야 한다”면서 “남반구에 비해 북반구는 예측이 복잡하고, 그 중 중위도, 대륙 동안에 위치한 우리나라의 날씨 분석은 까다로운 편이다”고 말했다.

1990년대 이후 최악의 폭염을 기록했던 1994년의 겨울은 여름과 달리 전년도 기온과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1994년 12월은 평균 기온이 전년대비 0.9도 높았고, 1995년 1~2월은 0.1도가 낮았다. 여름 기온과 겨울 기온의 상관도가 크지 않다는 것이 기상청과 기후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따라서 무더위에 지쳐 힘든 여름을 보내고 나면, 지난해와 같은 극한의 한파가 한반도를 덮칠 가능성도 있다.

기후변화, 산업에도 직격탄

기온에 따라 매출이 요동치는 의류 산업, 에너지 산업, 농·수산물 산업 등 관련 산업은 이른 월동 준비에 나서며 변화하는 기후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후 예측이 어렵고 당장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다고 다가오는 시간과 계절을 수수방관할 수 없는 노릇이다.

불확실한 예측보다 과거의 정보를 통해 움직이는 기업, 변화하는 추세에 유동적으로 대응하는 기업, 날씨에 영향을 덜 받는 방향으로 준비하는 기업 등 여러 산업의 기업들은 나름의 방법으로 다가 올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SPA 의류업계의 유니클로는 우선 지난 겨울과 같은 방향으로 겨울을 대비 중이다. 작년 품절 현상을 기록한 롱패딩 제품을 더욱 업그레이드해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일교차가 큰 환절기를 대비해 온도 변화에 유용하게 입을 수 있는 제품과 초경량 패딩, 기능성 이너웨어 등으로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겨울 한파에 석유 업계는 진통을 겪었다. 연일 이어지는 강추위와 몇 차례 미국 송유관 중단으로 원유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다. 한파로 인해 난방유의 수요가 늘어났지만 이를 모두 대응하기 힘들었던 이유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런 부분을 감안해 장기적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원유 수급 계획은 3개월 전부터 수립한다. 당장의 기후 예측을 모두 반영하기 보다는 과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각도 분석을 통해 계획을 수립 중에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컬럼비아는 우선 올 겨울을 위해 이른 준비에 나선다. 매서웠던 한파로 증가했던 작년 수요에 맞추어 제품을 평소보다 이른 시기에 매장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평년보다 보름쯤을 앞당겨 9월 중·하반기에 겨울 상품 판매를 시작한다. 현재는 온라인 판매를 통해 패딩 제품의 선 구매 이벤트를 진행 중에 있다.

침구류 제조업체 알레르망과 이브자리는 "기후 전망을 참고하되 날씨에 영향을 덜 받는 방향으로 겨울을 준비 한다"면서 "가격과 온도에 합리적인 소재로 제품 라인을 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브자리는 신체의 적정 체온을 유지해주는 기능으로 일정 수준의 기온 변화가 있더라도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구스다운(거위 깃털)을 소재로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소재들로 제품의 보온력을 높이고 최적의 온도를 유지, 쾌적한 수면 환경을 제공해주는 제품들로 소비자에게 다가가려는 계획이다.

유통 산업의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도 당장의 기후 예측을 반영하기보다 우선 평년처럼 겨울 판매를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불확실한 기후 예측의 위험을 당장 감안하기보다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움직인다는 전략이다. 

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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