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씨네] ‘목격자’, 살인사건보다 무서운 집단이기주의의 끝
[이런씨네] ‘목격자’, 살인사건보다 무서운 집단이기주의의 끝
  • 양지원 기자
  • 승인 2018.08.15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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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목격자’(15일 개봉)는 살인사건을 목격한 평범한 가장의 이야기를 다룬 현실공포스릴러다. 기존의 스릴러 영화가 범인을 추리하는 형식을 갖춘 데 반해 ‘목격자’는 범인(곽시양)을 밝힌 뒤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는 곧 살인사건보다 무서운 공포에 대해 다룬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살인사건을 은폐하고자 하는 아파트 주민들의 모습을 통해 집단 이기주의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보험사에 다니는 상훈(이성민)은 남의 일에 끼어들고 싶어 하지 않는 캐릭터다. 자신과 달리 여러 사람을 도와주는 아내 수진(진경)의 행동을 못마땅해 한다. 회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어느 날 상훈은 “살려주세요”라는 비명 소리를 듣는다. 베란다로 나간 상훈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목격하고 경악한다. 경찰에 신고를 하려는 찰나 살인범 태호(곽시양)가 자신의 아파트 층수를 센다. 상훈은 태호의 표적이 될까 두려워 신고를 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상훈이 머뭇거리는 사이 또 다른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아파트 주민들은 살인마의 희생양이 된 피해자들을 향한 애도보다 떨어질 아파트 집값에 전전긍긍한다. 살인사건을 수사하러 온 형사 재엽(김상호)에게 아무도 협조하지 않는다. 정의보다 내 이익이 우선인 주민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들춘다. “준법정신이 강하다”면서 마트의 카트를 집 앞까지 끌고 오는 몰상식한 행동이 곧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대변한다. 수사에 어려움을 겪던 재엽은 첫 살인사건 당일 목격자가 상훈이라는 사실을 알고 설득에 나선다.

영화 '목격자' 리뷰
영화 '목격자' 리뷰

‘목격자’는 생활밀착형 공포다운 전개를 유지한다. 살인사건 소재의 여타 비슷한 스릴러와 마찬가지로 영화의 초중반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는 점점 힘을 잃는다. 사람들의 집단 이기주의를 극대화한 나머지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진 전개를 보이기도 한다. 특히 극의 말미 집단이기주의가 초래하는 어이없는 사태와 함께 난데없는 ‘진흙탕 난투극’까지 더해져 실소를 자아내기도 한다. 마치 영화 ‘끝까지 간다’의 고건수(이선균)와 박창민(조진웅)의 지독한 싸움을 오마주한 듯한 느낌을 준다.

영화는 끝까지 집단이기주의를 향해 날카로운 일침을 가한다. 공포물 특유의 스릴과 함께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까지 전하려 한 조규장 감독의 의도가 엿보인다. 그러나 묵직한 메시지 전달에 너무 공을 들이다보니 스릴러 특유의 긴장감이 떨어진다. 스릴과 메시지는 물과 기름처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한국 범죄스릴러를 대표하는 ‘추격자’(2008년)와 같은 작품일 거라 기대하지 않아야한다.

배우들의 명연기가 영화의 힘이다. 이성민은 가장 평범한 가장의 옷을 입고 공포에 질린 표정 연기를 펼친다. 겨우 세 마디 대사가 전부인 곽시양 역시 희대의 살인마 역을 완벽히 소화하며 기존의 로맨틱한 이미지와 상반된 섬뜩한 연기를 보여준다. 형사 역 김상호 역시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극의 활력을 더한다. 영화의 속 시원한 ‘사이다’ 캐릭터 수진으로 분한 진경 역시 연약한 존재가 아닌 당찬 여성의 면모를 보인다.

러닝타임 111분.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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