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윤리·투명경영 시스템 재구축이 관건…3·4세 실력 검증대 올릴 방안 고민해야
사진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연합뉴스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삼성이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이유로 180조원 투자를 밝히며 우리사회에 파도를 일으켰다. 이어 재계 서열 8위인 한화그룹도 지난 12일 연간 7000명 이상 채용, 5년간 22조원 투자 계획을 내놓았다. 이밖에 현대차 5년 23조원, SK 3년 80조원, LG 올해 19조원, 신세계 3년 9조원 등이 있다. 단순 합산액만 333조원에 이른다.

거액 투자 단행을 결심한 대기업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기업의 총수가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경영권 세습’이다.

반면 재계 5위 롯데그룹이나 한진그룹 등은 오너 리스크 탓에 용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기업 내 전문경영인(CEO) 및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이 천문학적 투자를 위한 구상을 완성했더라도 이를 결정해야 할 주인이 집을 비우고 있어 재가를 기다리는 모양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들은 계약으로 묶인 경영인이다. 안정적으로 사업을 바탕으로 수익을 내 주주들에게 더 많은 배당금은 지급하는 게 첫 번째 과제다. 함부로 수십조원을 투자해 향후 있을 지도 모를 엄청난 리스크를 감당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자신이 만든 투자안으로 이사회 설득이 자신이 있더라도 말이다. 

물론 “창업자는 기업을 설립하고, 2세는 물려받고, 3세는 망하게 한다”는 말이 있다. 미국 등 서구에선 ‘소유와 경영의 분리’ 원칙을 지키고 있어 나온 말이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총수들의 자제들이 사건·사고에 연루되면 심심찮게 등장한다. 뿐만 아니라 경제 선진국 분류되는 국가에서는 ‘경영권 세습’을 금기처럼 여기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유럽에는 창업한지 200년이 넘는 가족기업이 4000여개에 육박한다. 유럽연합 독일은 1300여개의 가족기업이 국가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 이들의 연간 매출액은 2조유로 안팎으로 스웨덴과 스페인의 국내총생산(GDP)을 합친 것보다 많다.

포스코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논란에 휘둘렸다. 임기 중에 뜬금없는 CEO교체가 이뤄지기도 했다. 방만한 경영도 이로 인한 부작용이었다. 일본의 소니가 실패한 이유 역시 그룹의 컨트롤 타워 부재로 인한 부서간 이기주의 때문이라는 게 일본 재계 정설이다.

따라서 열쇠는 ‘윤리·투명 경영’이다. 모든 국민의 공분을 산 땅콩·갑질 자매 사건, 마약, 폭행, 배임·횡령,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게 우선이다. 무조건적인 ‘소유와 경영 분리’가 해법은 아니란 것이다.

아울러 최근 재계는 창업주·2세 경영에서 3·4세 시대로 변하고 있다. ‘윤리·투명 경영’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과 함께 차세대 총수들의 실력을 검증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시점이 아닐까.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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