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유럽과 미국서 선풍적 인기…국내선 보험업상 한계

[한스경제=전근홍 기자]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개인간(P2P)보험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이 보험이 국내 보험시장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P2P 보험은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 각자 돈을 적립하고, 사고가 일어나면 이 돈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을 뜻한다.  ·

대표적인 P2P 보험 형태는 계약자 간의 상호 부조와 재보험이 결합된 방식으로 보면 된다. 계약자들이 그룹을 형성한 후 납부한 보험료 중 일부는 내부 적립을 하고 나머지 보험료로 초과손실에 대비해 재보험을 가입하는 식이다. 유럽에선 이런 보험사나 중개사가 개입하지 않고 계약자들이 스스로 서로를 보장해주는 완전한 손실 공유 개념의 P2P 보험도 속속 등장했다.

보험업계에선 국내에서 해외처럼 다양한 P2P보험이 나오기에는 아직 걸림돌이 많다고 평했다. 보험사가 아닌 보험중개사(P2P사)가 보험상품을 직접 만들어 회원을 모집하고 운영하는 P2P보험은 보험업법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보험사나 보험중개사가 아닌 플랫폼을 통해 보험계약자들이 보험료를 내고 서로 보장해주는 형태는 유사수신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시장형성을 방해하는 요소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P2P 보험은 유럽과 호주, 미국 등에서 주로 보험중개사나 새로 설립된 보험사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초기에는 유럽의 보험중개사들이 전통적인 보험의 보험료가 너무 비싸다는 인식과 보험사고가 발생하지 않아도 매년 높은 보험료를 납부하는 것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을 공략하기 위해 마케팅 차원에서 P2P 보험을 활용해 왔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P2P 보험 전문사가 설립됐고,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 P2P 보험 상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영국의 쏘슈어(so-sure)와 독일의 프렌드슈어런스(Friendsurance)는 초기부터 P2P 보험을 판매해오고 있는 회사들이다.

쏘슈어는 지인을 소개해 동일한 보험 네크워크로 초대하면 1명당 최초 보험료의 10%씩을 최대 80%까지 크레딧으로 적립해 준다. 그리고 보험기간이 종료될 까지 해당 네트워크의 보험가입자 모두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으면 적립된 보험료 크레딧을 현금으로 돌려준다.

프렌드슈어런스도 쏘슈어와 유사하게 보험기간 동안 본인과 네트워크의 계약자들이 보험금 청구를 하지 않으면 사전에 합의된 금액만큼 환급받는 형태로, 보험금을 청구할 때마다 본인과 네트워크 내 계약자들의 보험료 환급액이 줄어드는 구조다. 이런 식으로 프렌드슈어런스는 자동차보험과 주택보험, 개인배상책임보험 등을 판매하고 있다.

최근에는 계약자들이 스스로 서로를 보장해주는 완전한 손실 공유 개념의 P2P 보험도 속속 등장했다.

영국의 팀브렐러(Teambrella)는 블록체인 암호 화폐 체계인 이더리움에 기반 한 P2P 보험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특징을 보면 지인들끼리 네트워크를 구성해 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이전의 P2P 보험과 유사하지만, 보험료를 미리 납입하지 않고 개별 적립금만 보유하고 있다가 보험사고 발생 시 개별 계약자들의 적립금에서 자동으로 보험금이 지급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쏘슈어와 독일의 프렌드슈어런스처럼 보험중개사가 모집·운영하는 P2P 보험은 보험업법 상 도입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보험업을 경영하려는 회사는 보험종목별로 금융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보험산업 역시 변화가 필요한 상황인데 P2P보험이 도입되더라도 기존 보험사가 직접 운영하는 방식만이 허용된다면, 소비자의 요구에 즉각적으로 부합하는 상품 개발은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근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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