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전경./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현준 기자]최근 서울 강남의 명문 여고 A에서 쌍둥이 여학생이 각각 문·이과 전교 1등을 차지했다. 그러나 두 학생의 부모가 교무부장이고, 대치동의 K 학원에서 ‘하위권 반’에 있다는 소문이 전해지면서 성적 조작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졌다. 이와 함께 대학입시를 위한 '학생 줄 세우기'에 매몰되고 있는 공교육 현실과 수시 위주의 대입 시스템의 단점이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중순 A 여고에서는 “2학년 쌍둥이 자매가 이번 기말고사에서 문·이과 전교 1등을 차지해 성적 우수상을 받는다”는 교내 방송이 나왔다. 이후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 사이에서 이들이 누구냐는 의문과 함께 해당 학생들이 교무부장의 딸이고, 대치동의 유명 학원에서 ‘하위권 반’ 소속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해당 소문들은 사실로 드러났으며, 두 학생의 1년 전 등수가 각각 59등과 121등으로 알려지면서 해당 의혹을 조사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청원 글까지 올라왔다.

학부모들이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는 A 여고가 지난해 전국 일반고 중에 세 번째로 서울대로 많이 진학시킨 학교로, 웬만한 특목고보다 나은 일반고로 여겨지는 학교이기 때문이다. 강남의 한 대형학원 운영자는 “A 여고 전교 1등이면 서울대는 떼놓은 당상일 정도로 강남에서 누구나 가고 싶은 명문이다”고 밝혔다.

성적 조작 의혹을 주장하는 측은 대치동 학원에서 하위권 반에 머무는 두 학생이 치열하기로 유명한 명문고에서 갑작스러운 성적 향상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학부모들은 “이 학교는 벼락치기로 성적이 오를 수 있는 곳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서초구의 한 고교 교사는 “강남에선 내신 1~20등이 고작 1,2점 차이로 줄 설 만큼 최 상위권 학생들이 몰려 피말리는 경쟁을 한다”고 밝혔다.

쌍둥이 자매가 다니는 B 수학학원은 대치동에서도 유명 학원으로, 총 5단계 수준별 반을 운영한다. 자매는 이곳에서 지난해 각각 3레벨과 5레벨 수업을 들었다. 숫자가 낮을수록 상위권 학생들이 수업을 듣는 반이다. 학교 성적이 최상위권인 학생도 ‘1레벨’에 들기 어렵다는 인식이 학부모 사이에 퍼져있어, 하위권 반에 속한 두 학생이 A 여고에서 1등을 차지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성적 조작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쌍둥이 자매의 부모인 교육부장이 해명에 나섰다. 그는 한 강남서초 학부모 온라인 카페에 의혹들에 대한 반박 글을 게재했다.

그는 “한 명은 4시간만 자는 노력으로 이미 1학년 2학기 때 전교 2등이 됐다”면서 “다른 아이는 동생과의 경쟁의식과 수학 클리닉의 효과로 2학기에 전교 5등까지 올랐다”고 답했다. 이어 교무부장이라는 직책으로 시험지를 미리 봤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공개된 교무실에서 약 1분간 형식적 오류를 잡아낸 것이 전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 학부모들은 “자매가 오류 처리된 오답도 똑같이 적었다”, “전교 2등과 평균 점수가 7점이나 차이난다”라며 교무부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학부모들의 원성이 쉽게 가라앉지 않자 서울시 교육청은 지난 13일부터 본청 장학사 1명과 강남서초교육지원청 인력 2명 등 특별장학사 3명을 파견하고 사실 여부 파악에 나섰다.

한편, 이처럼 성적 조작 사실 여부와는 별개로 이번 사태는 대치동 사교육계에 대한 맹신과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결합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대학 정원의 7~80%를 수시로 뽑는 현 대입 시스템으로 내신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김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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