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현준 기자]터키가 미국산 제품에 보복성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도 추가 제재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양 국의 무역 전면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이에 따른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터키 국영매체 휴리에트는 15일(현지시간) 관보를 인용해 터키 정부가 미국산 화장품, 쌀, 석탄, 플라스틱 등에 부과되는 관세를 2배로 올렸다고 보도했다. 미국산 자동차와 주류, 잎담배 관세도 각각 120%, 140%, 60%로 상향했다.

이번 관세 인상은 지난 10일 미국이 터키산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를 2배 인상한 조치에 대한 맞대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016년 터키 쿠데타를 지원한 혐의로 1년 9개월째 구금 중인 앤드류 브런슨 목사의 석방을 요구하며 지난 10일 이같은 조치를 실행에 옮겼다. 이후 터키 리라화의 가치가 연초 대비 40% 가까이 폭락하면서 터키발 금융 위기 가능성이 대두됐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미국의 제재에 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전날 열린 정의개발당 창당 17주년 기념 연설에서 “미국 전자제품 불매운동을 실행할 것”이라며 “미국에 아이폰이 있다면 우리에겐 삼성 갤럭시가 있다”고 언급했다.

또 미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중국·러시아 등과 새 동맹을 맺고, 터키 국민이 보유한 달러와 금을 팔아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특히 터키는 미국의 제재를 받는 같은 처지에 있는 러시아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고 있다.

러시아도 이에 동조하는 모양새다. 세르게이 라브로브 러시아 외무장관은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열린 행사에 서 “미국은 제재, 위협, 협박 등의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터키와 긴밀한 협력을 약속하며 중국·이란과도 그랬듯이 터키와 양자무역을 통해 달러 사용을 피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과 터키의 갈등은 양국 모두에 있어 손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 매체 뉴욕타임즈는 미국과 터키의 대립으로 그들의 공동의 적인 이슬람국가(IS)가 다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CNN도 "터키같이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국가를 잃게 되면 서방도 막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터키가 러시아와 이란 등 미국의 적대국 편으로 넘어갈 가능성을 우려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최근 루블화 폭락을 겪은 러시아도 터키를 도울 만큼 경제 상황이 좋은 상태는 아닌 만큼 러시아가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CNBC도 “현재 터키는 경제 위기를 극복할 만한 충분한 외화가 없는 상황이다”고 언급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국제통화기금(IMF)에 도움을 요청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IMF를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미국이 이를 두고 볼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다.

한편, 미국 역시도 추가 제재 가능성을 언급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일주일 내 브런슨 목사 석방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김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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