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세계 최대 시장' 中, 2020년 친환경차 보조금 폐지…국내 기업 도약 기회

[한스경제=이성노 기자]LG화학을 비롯해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이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와 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동안 자국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한국 등 외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 보조금 지급을 중단해왔던 중국 정부가 2020년에는 친환경차에 대한 보조금을 전면 폐지할 예정이다.  

세계 점유율 1위 일본에 밀리고 정부의 든든한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에 치이며 좀처럼 어깨를 펴지 못하던 국내 업체들로선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머지 않은 셈이다.

19일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을 비롯해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은 일본과 중국 업체의 공세에 고전하고 있다. /사진=LG화학  

◇ 일본·중국 업체 공세 속에 고전하고 있는 국내 업체

19일 배터리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출하량 순위에서 LG화학(2762.6MWh)은 전년 동기 2위에서 4위로 밀려났고, 삼성SDI(1335.3MWh)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5위에서 한 단계 하락한 6위를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은 10위권 순위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일본의 파나소닉(5940.4MWh)이 1위를 차지했고, 중국 업체인 CATL(5713.6MWh)과 BYD(3270.9MWh)가 각각 2, 3위에 이름을 올렸으며 일본의 AESC(1771.8MWh)가 5위를 기록했다. 

다만, 전세계 배터리 출하량에서 중국에 출시된 전기차에 탑재된 중국산 배터리 출하량을 제외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LG화학은 2위, 삼성SDI 4위, SK이노베이션은 7위에 해당한다. 

쉽게 말해서 중국 정부의 자국 업체 보호 정책이 없어지면 국내 업체 모두 세계 시장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뜻이다. 국내 기업들이 중국의 친환경차 보조금이 폐지하는 2020년을 승부처로 꼽는 이유이기도 하다. 

19일 배터리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출하량 순위에서 LG화학과 삼성SDI는 전년 동기과 비교해 각각 2계단, 1계단 하락한 4위, 6위를 기록했다. /사진=SNE리서치 홈페이지 

◇ '적극적 행보' LG화학, 2.2조 투자·핵심 원재료 확보

LG화학은 국내 업계에서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LG화학은 먼저 20억달러(약 2조2500억원)를 투자해 중국 난징에 제2 배터리 공장을 건설한다. 신규 공장은 올해 10월 착공해 내년 10월에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다.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연간 생산능력은 18GWh에서 32GWh로 늘어나게 된다.      

LG화학 관계자는 "2020년 이후 중국 보조금이 없어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내수용 기지로도 시장을 확대하는 데도 활용 가능하다고 판단해 아시아 지역 수출용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재료의 안정적인 수급 체계도 확보했다. 지난 4월 배터리 핵심 원재료인 '코발트'의 안정적인 수급 체계를 확보하기 위해 세계 1위 코발트 정련회사 중국 화유코발트와 전구체(양극재 제조를 위한 상위 공정으로 코발트, 니켈, 망간 등을 결합하여 제조) 및 양극재(전구체와 리튬을 결합하여 만드는 배터리 소재) 합작 생산 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가 합작해 만든 전구체 및 양극재 공장의 생산 능력은 각각 연간 4만톤 규모로 2020년부터 본격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4만톤 규모는 고성능 전기차(한 번 충전으로 320km이상 주행 가능) 기준 약 40만대분의 배터리를 제조할 수 있는 분량이다. 수요 증가하면 10만톤까지 증설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다. 고용량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재료인 '수산화 리튬'을 대량으로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지난 6월에는 캐나다 네마스카리튬과 총 3만5000톤의 수산화 리튬 공급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 14일에는 중국 쟝시깐펑리튬과 총 4만8000톤의 수산화 리튬 공급 받기로 했다. 두 계약을 합쳐 총 8만3000톤의 수산화 리튬을 공급받게 된다. 이는 고성능 전기차 기준으로 약 170만대 분의 배터리를 제조할 수 있는 분량이다. 

유지영 LG화학 재료사업부문장은 "전기차 시장이 본격 성장하면서 배터리 원재료 및 소재 경쟁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며 "원재료 확보와 배터리 소재 분야의 기술 및 양산 능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 헝가리 공장 조감도. /사진=SK이노베이션

◇ 삼성SDI, 고용량, 급속충전 혁신소재

삼성SDI는 고용량, 급속충전 혁신소재와 첨단 제품으로 승부수를 던진다. 20분 급속충전 기술을 접목해 최대 600km까지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용 고에너지밀도 배터리 셀을 중심으로 37, 50, 60, 94Ah(암페어아워) 등 EV(전기차), 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세대별 배터리 셀 라인업을 구축했다. 

원하는 용량만큼 모듈 수를 자류옵게 조절해 다양한 주행거리를 구현할 수 있는 'MFM 팩(Multi-Functional Module 팩·다기능 배터리 팩)'과 배터리 셀 높이를 최대 20% 줄여 차량 내부 공간 활용도를 높인 'Low Height 셀'도 삼성SDI만의 경쟁력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고객과 시장의 요구사항에 최적화된 첨단 기술을 적용한 제품으로 전기차 대중화를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 

◇SK이노베이션, 국내외 생산시설 확충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은 2025년까지 세계시장 점유율 3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 5월에는 중국 배터리 법인 100% 자회사인 'SK 배터리 차이나 홀딩스'의 법인명을 '블루 드래곤 에너지'로 변경하고 864억원의 출자를 결정했다. 중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심산이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외에서 생산시설 확충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현재 3.9GWh 규모 서산 배터리공장은 9월 중 7호라인이 완공되면 4.7GWh 규모로 생산 능력이 늘어나게 될 예정이다. 또한 2022년에 모든 생산 라인이 완공되는 헝가리 공장(7.5GWh)까지 포함하면 SK이노베이션의 국내외 배터리 생산능력은 12.2GWh로 확대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2020년에 중국 내 보조금이 폐지될 예정인데 향후 시장 환경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김필수 한국전기차협회 회장은 "중국이 자국 기업을 키우기 위해서 국외 기업과 차별 대우를 하면서 세계적 기술력과 간격을 많이 좁혔다"며 "국내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은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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