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미술과 음악의 거리 홍대 일대. 매일 술에 취한 젊은이들의 흥얼거림이 들리는 활기찬 홍대 정문 앞. 산울림 소극장으로 조금만 내려가다 보면 커피프린스 1호점 근처 지하에 노래가 들리는 펍이 있다. 술집에서 음악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여기겠지만 이곳은 특별하다. 블루스와 재즈, 인디 밴드들의 노래를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곳. 바로 클럽 게리슨이다.

"정말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많이 와요. 음악을 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음악을 듣기 위한 이들이 모인다는 게 게리슨의 자랑이죠."

게리슨을 이끌어가는 오형철 대표는 자신도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일 뿐이라며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게리슨이 홍대 일대에 터를 잡은 건 지난 2013년. 2만 여 장의 LP판이 공간을 가득 채운 힐링 뮤직바로 시작한 이 곳은 드문드문 가수들의 공연장이나 각종 프로그램의 촬영장으로 쓰이면서 조금씩 인지도를 넓혀갔다. 올해 초부터는 정기 공연을 진행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해 보다 적극적으로 음악을 통한 소통에 힘쓰고 있다.

게리슨 바 안을 가득 채운 LP판들.

라이브 음악을 만날 수 있는 날은 일주일에 3일. 화요일에는 인디 밴드들이 공연을 하고 수요일과 금요일은 각각 블루스와 재즈 나이트로 꾸며진다. 음악에 관심은 있지만 배울 기회가 많지 않은 이들을 위해 월요일에는 원데이 클래스도 진행한다. 원데이 클래스 과목은 핑거스타일 기타, 살사 댄스 등 그 때 그 때 다르다.

게리슨을 찾은 때는 무더운 날씨가 지속되던 어느 화요일. 메이릴과 모노반의 공연이 있던 날이었다. 게리슨은 바를 찾는 손님들에게 양질의 공연을 보여주고자 오프라인은 물론 SNS 등 여러 채널을 통해 공연자를 찾는데, 이들도 이렇게 섭외된 케이스. 메이릴의 보컬 커르테는 공연을 마친 뒤 "음질 등이 이런 분위기의 클럽에서 나올 수 있는 최상인 것 같다"면서 "또 불러 준다면 공연하러 올 생각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공연장은 영화관처럼 심리적 접근성이 높지 않은 게 사실. 커르테는 "보통 사람들은 인디 밴드 공연이란 걸 잘 보지 않고, 보러 갈 생각도 잘 안 하지 않느냐"면서 "술을 마시러 왔는데 음악 하는 사람이 공연을 하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인디 음악을 즐기게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곳이 많이 소문나면 밴드 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거라 본다"고 말했다.

공연을 하는 이들 외에도 배우 유동근, 지성, 안내상, 변진섭, 지숙, 정형돈 등 여러 스타들이 게리슨을 다녀갔다. tvN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SBS '딴따라', KBS2 '연예가중계', K STAR '돈 워리 뮤직' 등 여러 방송 프로그램의 촬영지가 된 덕이다. 수지도 지난 1월 이곳에서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어' 세로 라이브 영상을 촬영했다. 수지가 기타 옆에 앉아서 조곤조곤 말하듯 노래하던 곳이 바로 게리슨이다. 영국 ITV ‘브리튼즈 갓 탤런트’ 출신 성악가 폴 포츠는 지난 2014년 KBS1 ‘문화책갈피’ 촬영을 이 곳에서 했다.

인디 밴드 메이릴리 게리슨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이 모이는 장소답게 직원들 역시 음악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올해부터 이곳에서 일하기 시작했다는 한 직원은 "평소 인디 밴드의 노래를 사랑한다"면서 "게리슨에서 공연을 할 아티스트를 찾는 일이 무엇보다 즐겁다"고 이야기했다.

자정에 가까운 무렵, 바깥 공기를 쐬려 가게 문을 나섰다. 뒤에선 모노반의 라이브가 들리고 신선한 공기와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풍경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다. 마침 함께 밖으로 나온 또 다른 손님. 즐거운 듯 한껏 상기된 얼굴을 한 여성은 다른 가게에 있다가 노랫소리를 듣고 홀리듯 게리슨에 들어왔다고 이야기했다.

"홍대를 찾는 사람들이라면 음악은 다 사랑하지 않을까요? 근처 다른 가게에서 술 마시고 있었는데 음악 연주하는 소리가 들려서 들어와 봤어요. 만족하냐고요? 완전이요. 가까운 거리에서 밴드 공연을 보면서 술을 마실 수 있고, 입장료도 부담스럽지 않고. 홍대 펍에서 기대하는 요소를 다 갖춘 곳 같아요. 다음 번엔 라인업을 미리 보고 올 생각이에요."

사진=정진영 기자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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