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오픈플랫폼에 직접 유통...매출 30% 앱마켓 수수료 부담

[한스경제 팽동현 기자]

에픽게임스 '포트나이트' 이미지

·[한스경제=팽동현 기자] 모바일 게임 업계에서 앱 마켓을 벗어나려는 시도가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상반기 실적이 다소 주춤했던 국내 게임업계도 수수료 부담을 덜어내려는 이러한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1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언리얼’ 게임엔진으로 유명한 에픽게임스가 최근 자사 슈팅게임 ‘포트나이트’ 모바일 안드로이드 버전의 직접 서비스에 나섰다. 구글플레이스토어에 출시하지 않고 오픈플랫폼을 통해 직접 유통하는 방식으로, 사용자들은 게임을 즐기려면 ‘포트나이트’ 홈페이지에서 설치파일(APK파일)을 직접 다운로드받아야 한다.

◇ 구글플레이서 탈출한 ‘포트나이트’

‘포트나이트’는 에픽게임스가 지난해 7월 출시한 슈팅게임이다. ‘배틀그라운드’와 유사한 서바이벌 방식의 ‘배틀로얄’ 모드를 업데이트한 이후로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이달에는 안드로이드 및 플레이스테이션(PS)4 버전을 공개하고 PC방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국내 시장 공략에도 본격적으로 나섰다.

에픽게임스의 이번 선택에는 앱마켓 수수료 부담이 주요 사유로 꼽힌다. 구글과 애플은 앱 마켓에 입점한 앱들로부터 매출의 30%를 수수료로 챙기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으로 ‘포트나이트’는 애플 앱스토어에서 iOS 기반 모바일 버전을 출시한지 90일 만에 매출 1억 달러(약 1100억원)를 넘어섰다. 이 중 3000만 달러를 애플에게 그대로 쥐어준 셈이다.

이에 따라 에픽게임스는 안드로이드 버전의 경우 자체 배포라는 강수를 뒀다. 과다한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 기존 생태계를 벗어나, 유저와 직접 관계를 맺겠다는 게 회사 측의 취지다. 에픽게임스의 이번 선택에 따라 구글은 올해 최소한 5000만 달러(약 550억원)의 수수료를 손해 볼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상반기 구글플레이스토어의 전세계 매출은 118억 달러(약 13조원)로, 이 가운데 게임 관련 비중이 80%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 황새 쫓다 가랑이 찢어질 수도

과다한 앱마켓 수수료는 비단 에픽게임스뿐만 아니라 모든 앱 개발·공급사들의 공통적인 불만사항이다. 수수료 30%는 기업의 규모에 상관없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실패하면 자칫 개발비도 못 건질 수 있고, 성공을 거두면 거둘수록 그만큼 거액을 지불하게 된다. 추천 앱인 ‘피처드’ 선정 여부가 초기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구글과 애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기업들 입장에서 수수료는 감히 말을 꺼내기도 힘든 문제다.

그렇다고 해서 앱마켓을 떠나기도 어렵다. 사실상 독점에 가까운 시장을 떠나서 이용자들과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며, 덜 익숙하고 더 번거로울 수도 있는 새로운 방식을 이용자들이 얼마나 받아들일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앱마켓을 통해 제공되는 각종 인프라와 서비스, 그리고 보안 문제도 발목을 잡는다. 에픽게임스도 ‘포트나이트’ 이용자가 지난 6월 기준으로 누적 1억2500만명을 기록할 만큼 입지를 다진 상태였기에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게임업계가 ‘포트나이트’의 새로운 시도를 반기면서도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 역시 이러한 이유에서다. 다만 에픽게임스의 이번 선택이 충분히 성공을 거둬 의미 있는 선례로 남는다면, 국내 게임사들 역시 따라서 시도해보지 않을 이유는 없다는 분위기다. 현재 에픽게임스는 삼성전자와 협업해 ‘포트나이트’를 기간 독점으로 ‘갤럭시노트9’를 포함한 갤럭시 스마트폰에 제공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꾀하고 있다. 과거 ‘탈 카카오’처럼 수수료 관련해 또 한 번의 엑소더스가 게임업계에 일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에픽게임스의 과감한 시도는 아무래도 규모가 있는 글로벌 기업인데다 게임 자체의 이용자 수도 충분히 확보했기에 가능했던 측면이 있다"며 ". 국내 게임사들의 여건을 고려하면 그대로 따라하기에는 리스크가 적지 않다. 당장 국내 원스토어도 구글플레이에는 비교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게임사들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각도로 검토해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팽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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