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사실상 성장 포기해야하는 상황
제재 이어지면 내년 말 'LCC업계 2위' 뺏길 가능성
제재 기한이 관건, 국토부는 애매한 입장 내놔

[한스경제=김재웅 기자] 국토교통부가 진에어 면허를 취소하지 않는 대신 제재를 내리기로 하면서, 진에어가 입을 실제 피해에 국민적 관심이 쏠린다.

국토교통부는 17일 진에어의 항공 면허를 유지키로 했다며, 대신 ‘특단의 조치’를 결정했다.

신규노선 허가 제한, 신규 항공기 등록 및 부정기편 운항허가 제한 등 내용이다.

국토부가 진에어에 제출받은 ‘항공법령 위반 재발 방지 및 경영문화 개선대책’을 충분히 이행할 때까지로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진에어가 면허 취소 위기를 넘긴 17일, 진에어 항공기가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진에어 실제 피해 내용은

국토부 조치로 진에어는 한동안 사세를 확장하기 어렵게 됐다.

당장 신규 노선 확대가 불가능하다. 업계에 따르면 이미 국토부는 진에어가 신청한 청주발 일본, 베트남 등 정기 노선과 몽골 올란바트르 등 노선 운항 허가를 보류한 상태다.

차세대 LCC업계 먹거리인 중거리 노선 경쟁력에서도 뒤쳐질 수밖에 없다.

LCC업계는 최근빠르게 B737-800을 도입하면서 중거리 노선 확장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B737-800으로 갈 수 있는 신규 취항지는 싱가폴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인도네시아 발리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진에어가 동남아 지역에서 운항 중인 중장거리 노선은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 하나뿐이다.

국토부가 추가로 중장거리 노선을 열어준다고 해도, 제재가 이어진다면 진에어는 경쟁조차 할 수 없다.

신규 항공기도 들여올 수 없다. 이미 하반기 들여올 예정이었던 B737-800 2기와 B777-200ER 2기 도입이 무산됐다.

부정기편 운항도 불가능해졌다. 부정기편이란 성수기 등 수요가 일시적으로 급증하는 때에 일정 기간 운항하는 노선이다. 쏠쏠한 수익 창구가 사라진 셈이다.

진에어 관계자는 "조호르바루가 싱가폴 바로 옆에 있는 지역이다. 발리 등 노선은 확대를 검토하고 있지 않았다"며 "개선대책을 충실히 이행하고 제재를 마무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7일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에서 진에어 탑승 수속을 받는 여객들. 사진=연합뉴스

◆ 'LCC 2위' 자리 뺏기나

진에어가 매출액을 늘릴 수 없게 된다면, LCC업계 2위 자리를 뺏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직 증권가 보고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진에어의 올 상반기 매출액은 9700억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상반기 매출액은 50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4%. 당초 증권가에서는 올해 25% 정도 성장한 1조1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국토부 제재 발표로 전년보다 매출액 상승률이 10%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3위인 티웨이항공은 올해 매출액 8700억원 이상을 거둘 것으로 평가받는다. 전년보다 50% 가량 성장한 수치다. 이미 티웨이항공은 상반기 전년비 40%나 늘어난 3662억원 매출을 달성했다. 2016년(43.4%)과 2017년(52.6%)에도 가파른 성장을 보였던 만큼, 이후에도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만약 진에어에 대한 제재가 이어지면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티웨이항공이 비슷한 성장을 이어간다면 양사의 매출액은 내년 말 뒤집어지는 셈이다.

NH투자증권 정연승 연구원은 "아직 분석 중이라 정확한 예측은 어렵다"면서도 "국토부 제재는 진에어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진에어가 면허 취소 위기를 넘긴 17일, 진에어 항공기가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애매한' 제재 기한이 관건

국토부가 밝힌 진에어 제재 시점은 진에어가 국토부에 제출한 '항공법령 위반 재발 방지 및 경영문화 개선대책'을 이행할 때까지다.

여기에는 ▲의사결정 체계 정비 및 경영 투명화 ▲준법지원 제도 등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 ▲수평적 조직 문화 구축 ▲비전 재설정·공표 및 사회공헌 확대 등 4가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구체적으로는 의사 결정에서 한진칼이나 대한항공 등 계열사 입김을 배재하기로 했다. 이사회 역할을 확대하고 주요 안전 현안과 20억 이상 신규 투자 등을 이사회에 맡기는 방안도 넣었다.

주주총회 주기도 격월로 늘린다. 종전까지는 분기별로 진행했다. 사외이사도 늘린다. 특수관계인이나 친·인척을 배재한다는 방침이다.

그 밖에도 준법지원인 선임을 통해 법령 준수 의지를 내보이고, 내부 통제 시스템 강화 및 상명하달식 문화 근절 등도 포함했다.

단 국토부가 총수 일가의 경영 간섭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국토부의 기준이 다소 애매하기 때문이다.

김정렬 국토부 제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총수 일가가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100% 제재할 수 없다며 국민적인 납득과 노사간 합의가 있으면 제대로 이행됐다고 판단할 것이라는 다소 애매한 답변을 내놨다.

진에어 노동조합은 총수 일가가 모든 경영활동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할 방침이다.

노조는 17일 성명서를 통해 "(오너일가가) 갑질하고 숨어있는 동안 직원들이 발 벗고 나서서 진에어를 살려냈"다며 "책임을 지고 모든 경영활동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며, 전 직원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김재웅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