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강남 불패' 옛말, 시내면세 새 격전지로 급부상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면세점이 경쟁 무대가 된 서울 강남권(붉은색 박스). /네이버지도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강북에서 30여년간 지속되던 시내면세점 경쟁이 물 건너 강남에서도 꿈틀대고 있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면세점 등은 강남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의 서막을 열었기 때문이다. 당초 이 구역은 롯데면세점이 월드타워점과 코엑스점을 운영하며 독점하던 곳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이 문을 열며 도전장을 내밀었고, 오는 11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까지 오픈 예정에 있어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글로벌 2위, 국내 1위 면세사업자인 롯데면세점은 지난 1989년 처음 강남권에 터를 잡았다. 이후 서울 송파 잠실 롯데월드에서 25년 동안 운영하다가 2014년 10월,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숙원인 롯데월드몰이 오픈하면서 에비뉴엘동 8~9층(국내 최대 규모, 1만7334㎡, 5252평)으로 확장 이전했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연합뉴스

◇‘강남 독점’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운명에 '흔들'

롯데면세점은 당시 10년 내 단일 매장 기준 세계 1위, ‘소공동 본점’ 매출을 뛰어 넘는 동북아 랜드마크로 만들 계획이었다. 그러면서 △5년간 누적 외화 5조원 수입 △4조8000억원의 부가가치 창출 △직간접 고용창출 2만7000명 등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 국내 유일 초고층 전망대(월드타워, 123층·555m)와 숙박시설(롯데호텔, 시그니엘)을 비롯해 아쿠아리움, 롯데월드 어드밴처, 석촌호수, 롯데월드몰 등 ‘원스톱 관광·쇼핑 복합 면세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월드타워점 이전은 불행의 시작이었다. 2015년 11월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재승인에 실패, 6개월간 문을 닫았다. 다행히 2016년 말 특허권을 얻어 지난해 1월 5일부터 다시 영업을 시작했지만, 매출은 5721억원에 불과했다. 이는 국내 면세점 중 8위로 신라면세점 신제주점(5792억원)에도 뒤처지는 수치다.

무엇보다 월드타워점의 운명은 여전히 벼랑 끝이다. 박근혜 정부 때 재승인을 목적으로 K스포츠재단에 지원한 70억원이 뇌물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현행법(관세법 178조 2항)상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특허를 취득하면 취소해야 한다. 게다가 이 사건으로 그룹의 오너가 법정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만약 월드타워점이 문을 닫게 된다면 롯데면세점에게 남는 강남권 특허는 연매출 4000억원대의 코엑스점뿐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왼쪽)과 신세계면세점 강남점. /현대백화점, 신세계디에프

◇신세계·현대百, 관광·쇼핑 내세워 ‘강남 킹’ 롯데에 도전

더구나 현대백화점이 무역센터점 3개층(8∼10층)을 리모델링해 면적 1만 4,005㎡ 규모의 시내면세점을 오는 11월 오픈할 예정이어서 상황이 녹록치 않다.

물론 현대백화점의 면세사업 규모와 업력 등을 고려하면 롯데면세점과 비교할 수준은 아니지만 같은 코엑스 단지 내에 위치해 있어 상권이 겹친다. 특히 코엑스점 최대 무기였던 한류 콘텐츠 복합문화공간 SM타운 역시 공유해야 해서 다국적 젊은 관광객들도 일부 빠져나갈 우려가 있다.

현대백화점 측은 아직 면세점 세부 구성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지만, 600여개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그간 국내에 선보이지 않았던 차별화된 매장을 대거 선보일 계획이다.

여기에 신세계면세점이 지난달 18일 서울 서초구 반포로 센트럴시티에 5층 규모(1만3570㎡, 약 4105평)로 강남점을 오픈, 일주일 만에 매출 약 56억 원을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이 기간 실제 구매한 고객 수도 5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강남점에는 구찌, 설화수, 후, 브레게를 비롯해 국내 면세점에서 볼 수 없던 ‘마놀로블라닉’ ‘올세인츠’, ‘세르조 로시’, ‘파인드카푸어’, ‘베디베로’ 등을 유치했다. 매장 중앙 부분에는 에스컬레이터를 중심으로 높이 7m 천장에 3차원(3D) 비디오 파사드를 설치해 보는 재미를 더했다. SNS스타들이 셀카와 라이브 방송을 할 수 있는 ‘스튜디오 S(Studio-S)’ 역시 자연스러운 홍보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콘텐츠다. 

위치 또한 독보적이다. 센트럴시티는 하루 평균 유동인구가 100만명에 달하며, 해외 럭셔리 브랜드가 포진한 신세계백화점, 숙박시설인 JW메리어트호텔 등이 있다. 2014년 11월 오픈한 ‘파미에스테이션’의 경우 10개국 식음료 브랜드 51개를 보유하고 있어 관광객들의 입을 사로잡을 수 있으며, 영패션 브랜드 위주의 ‘파미에스트리트’는 젊은 층 공략에 안성맞춤이다.

인근에 유명 여행지인 가로수길, 서래마을, 압구정, 이태원 등이 있다. 관광 인프라가 뛰어난 예술의 전당과 강남 성모병원, 세빛섬, 한강 등도 인접해 있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루이비통 매장. /연합뉴스

◇신세계·현대百,  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 '부재' 아쉬워

다만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이나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은 ‘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 이른바 3대 명품 유치를 확정하지 못했다. 이를 갖고 있는 사업장은 월드타워점뿐이다. 롯데면세점이 관련 특허를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아울러 월드타워점은 올해 상반기에 거둔 매출액만 5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연간 매출(5721억원) 수준에 육박한 셈이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보복도 해빙 무드여서 올해 매출 1조원 달성은 문제없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강남 필패’라는 공식은 이제 옛말”이라며 “월드타워점이 그 공식을 깬 첫 주자였다면 신세계나 현대백화점 등도 오랜 기간 유통업을 하고 있는 만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커(중국인 단체 관광객)가 빠진 자리를 동남아 고객과 따이공(보따리상), 내국인 등이 대신하고 있어 기대가 큰 상황”이라며 “관광 인프라를 더욱 개발·강화한다면 강남은 면세업계의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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